조휴일: My Feet Don’t Touch the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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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일이라는 뮤지션이 처음 한국에 등장했을 때 약 두가지의 반응이 섞여서 (하지만 모두 격렬하게) 튀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는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드디어..!” 하는, 현대 주류 영미팝의 감성을 한국 인디씬에 그대로 ‘이식’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감탄사였고 다른 하나는 “아니 이 친구는 대체..?” 하는, 조휴일이라는 뮤지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악적 아우라에 대한 찬사였다. 그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훅과 창의적인 가사는 뮤지션 개인의 이미지, 혹은 입지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고, 아이돌 팬덤과 같은 열렬한 지지층을 생성해낼 수 있었다. 이 긴 제목을 가진 앨범은 조휴일이 한국에 “상륙”하기 전 뉴저지에 있는 집에서 만든 데모 테잎에 수록되어 있던 노래들을 편집한 것이다. 3분이 넘지 않는 20개의 곡들이 별다른 순서에 대한 고려가 없어보이는 정렬 방법을 거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정규 앨범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지만 조휴일이라는 뮤지션이 과연 어떤 배경을 거쳐 한국에 당도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좋은 사료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발매한 두장의 정규앨범에서 느껴졌던, 번뜩이는 재치와 재능이 엿보이는 곡들도 있고, 그저 한번 시험삼아 만들어 본 듯한 곡들도 있다. 뮤지션 개인에 대한 관심도가 이처럼 높았던 적도 참 드문 것 같은데, 이 앨범은 그러한 적폭적인 관심과 애정에 대한 흥미로운 해답, 혹은 해설서 정도쯤 되는 것 같다.

검정치마: 201

검정치마, 혹은 조휴일이라는 뮤지션에 대해 아는 정보라고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 뿐이다. 82년생이고, 뉴욕에 거주했고, 그곳에서 밴드를 조직했고, 미국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앨범을 녹음했고, 한국에 그 음악을 소개했다. 라는 아주 간략한 정보. 검정치마의 음악은 매우 흥미롭다. 이 명민한 청년은 한국 음악씬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미국의 소수 인종 문화권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영미 메인스트림 인디씬의 풍부한 자양분을 흠껏 섭취하고 있다. 그에게는 ‘미국내 한인’ 이라는 정체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또한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자’ 라는 정체성또한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미국 인디씬에서 바로 막 생산되어 나온 듯한 싱싱함을 자랑하는 이 앨범은, 밴드의 알파요 오메가인 조휴일의 독특한 음악적 정체성에 힘입어 오리지널리티의 문제 또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간다. 그는 그저 그일 뿐이다. 어디에 속함으로써 캐릭터를 형성하는 뮤지션이 아닌, 스스로가 하나의 분파를 정의하고 만들어 나가는 일종의 프런티어의 개념으로 존재한다.

앨범은 훅이 넘쳐 흐르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팝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허전한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의 견고함과 높은 밀도를 자랑한다. 내가 구입한 건 세곡의 보너스 트랙이 들어 있는 스페셜 에디션이었는데, 보너스 곡들조차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릴 정도로 앨범의 전체적인 균일함도 수준 이상이다. “좋아해줘”, “antifreeze”, “dientes” 같은 킬링 넘버들 뿐만 아니라 “강아지”, “tangled”, ‘kiss and tell” 같은 곡들도 어느 순간 빠져 들게 만드는 높은 집중력을 보여 준다. 가사 전달력도 결코 나쁘지 않다. 영어와 한국어 가사를 섞어서 부르는 그의 목소리는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매우 효과적인데, 이런 걸 보면서 그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검정치마의 음악을 단순히 해외 음악의 직수입 버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F(x)나 2NE1 는 거의 실시간으로  영미 팝의 최신 조류를 그대로 답습한다. (그리고 평론가들의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다. 단지 “빠르게” 배꼈을 뿐인데!) 검정치마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영미씬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음악을 만든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 씬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않은 채, 그 씬에서 태어난 한 재미교포가 한국말 가사를 입혀서 만든 아주 잘 만든 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가장 인상깊게 들었던 국내 앨범은 검정치마와 야광토끼다. 야광토끼는 검정치마의 키보디스트였고, 이들은 미국에서 만나 음악을 함께 했으며, 미국인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한 첫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미국의 음악씬이 우월하니 닥치고 찬양하자, 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 홍대 언저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에 대해 무척 반가웠고 그 배경을 알고 싶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