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휴일: My Feet Don’t Touch the 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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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일이라는 뮤지션이 처음 한국에 등장했을 때 약 두가지의 반응이 섞여서 (하지만 모두 격렬하게) 튀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나는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드디어..!” 하는, 현대 주류 영미팝의 감성을 한국 인디씬에 그대로 ‘이식’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감탄사였고 다른 하나는 “아니 이 친구는 대체..?” 하는, 조휴일이라는 뮤지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악적 아우라에 대한 찬사였다. 그가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훅과 창의적인 가사는 뮤지션 개인의 이미지, 혹은 입지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고, 아이돌 팬덤과 같은 열렬한 지지층을 생성해낼 수 있었다. 이 긴 제목을 가진 앨범은 조휴일이 한국에 “상륙”하기 전 뉴저지에 있는 집에서 만든 데모 테잎에 수록되어 있던 노래들을 편집한 것이다. 3분이 넘지 않는 20개의 곡들이 별다른 순서에 대한 고려가 없어보이는 정렬 방법을 거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정규 앨범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지만 조휴일이라는 뮤지션이 과연 어떤 배경을 거쳐 한국에 당도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좋은 사료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발매한 두장의 정규앨범에서 느껴졌던, 번뜩이는 재치와 재능이 엿보이는 곡들도 있고, 그저 한번 시험삼아 만들어 본 듯한 곡들도 있다. 뮤지션 개인에 대한 관심도가 이처럼 높았던 적도 참 드문 것 같은데, 이 앨범은 그러한 적폭적인 관심과 애정에 대한 흥미로운 해답, 혹은 해설서 정도쯤 되는 것 같다.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검정치마의 두번째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을 반복해 들으면서 조휴일이 최근에 했던 라운드 인터뷰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았다. 많은 이들이 이 앨범에 대해 기대와 어긋나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상당히 좋게 들었다.

이 앨범은 컨셉 앨범이다. 그는 이 앨범이 일종의 항해 일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은 검정치마라는 배의 선장이자 선원이며, 조난 신호를 보내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1집 발매 이후 한국에서 지낸 시간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자기 고백과 같은 건데, 지난 1집에 수록된 곡들이 지난 10여년간 그가 한국에 오기 전 살아온 인생을 반영하고 있다면 2집에 수록된 곡들은 그가 한국에 와서 지내는 짧은 기간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기록해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제 한국에 정착해 한국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의미 심장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청자들은 검정치마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미 인디씬의 최신 조류를 거의 완벽하게 체화한 작업물을 접했고, 열광했다. 이들은 검정치마에게 이제 ‘기대’ 하는 것이 생겼다. 그리고 2집은 그러한 기대를 거의 완벽하게 배신하는데, 나는 이 결과물이 실망으로 다가오지 않고 일견 타당하고 자연스러운 한 뮤지션의 진화 과정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그는 미국에서 살아 왔기 때문에 그 바닥의 공기라던가 냄새를 자기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되살려 낼 수 있었다. 이건 대단히 소중한 재능이다. 그런 그가 한국에서 느낀 것들을 음악으로 만들어 낼 때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영미 인디씬의 성공적인 한국화가 아니라, 한국적인 정서를 그만이 가지고 있는 필터를 통해 담아내는 어떤 독특한 감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앨범에서 그것을 완벽하게 해냈다. 앨범 곳곳에서 한국의 7,80년대 음악의 기운이 스물스물 느껴지는 건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쩌면 그는 뉴욕 인디씬이 아닌 홍대씬의 조류를 읽어 내는데에 집중했는 지도 모른다. 그의 속마음이야 내가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귀에 들리는 최종 결과물은 지난 1집의 미덕에서 밴드 음악을 제하고 한국의 냄새를 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 졌다. 그가 1집에서 보여준 뛰어난 멜로디 감각과 거의 천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사 능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심심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집에서 밴드 음악의 형태로 가지고 있던 통통 튀는 ‘훅’ 들은 이 앨범에서 거의 느낄 수 없다. 클래식 기타 하나가 메인이 되어 차분하게 진행되는 ‘회상’ 의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나는 이 앨범의 주된 정서인 ‘가라 앉는’ 분위기가 앞으로 이어질 그의 긴 커리어의 첫머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고, 나쁘지 않은 출발점이라고 믿고 있다. 오글거리는 앨범의 해설지와 같은 상찬은 받을 수 없겠지만, 여전히 검정치마, 혹은 조휴일의 음악은 한국 인디씬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