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 Iver | i,i

네번째 정규음반 [i,i]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소 보니베어(Bon Iver), 혹은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의 음악세계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세 장의 음반은 어쩌면 매우 부분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서의 ‘드러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첫번째 음반 [For Emma, Forever Ago]는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인디-포크 음반이었기 때문이다. 300명 정도 규모의 볼더의 폭스 극장(Fox Theatre)에서 단촐한 밴드 구성과 함께 한 버논을 처음 보았을 때 참 단단한 인디음악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 그가 10년 뒤 전자음악을 할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위스컨신의 작은 숲속에서 나와 빅밴드와 함께 만든 [Bon Iver]는 –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 확장되기 시작한 그의 음악세계가 내딛는 또다른 첫걸음이었는데, 역시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음반이었고, 당시 우리는 그의 새계가 ‘완성’되었다고 ‘착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만명 규모의 레드락 야외극장(Red Rocks Amphitheatre)에서 저스틴 버논은 확실히 다르게 보였던 것 같다. 포크음악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레벨로 나아갔지만, 어쨌든 여전히 인디의 범주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후 칸예 웨스트 등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거쳐 그의 세계가 한번 더 확장되기 시작하였고, 3집 [22, a Million]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소리는 분열되기 시작하였고 가사는 알아듣기 힘들었으며, 실험적인 전자음악의 빈번한 사용만큼이나 음반커버와 노래제목은은 기호처럼 모호하게 느껴졌다.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4집 [i,i]를 듣고 나서야 그의 세번째 정규음반이 한 극단을 경험하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음을 알게 되었다.그는 세 번의 꽤 괜찮은 여행을 마친 후, 비로소 그의 음악세계의 한 절정을 여기 4집에서 풀어놓았다. 물론 지난 세 번의 음악여행 모두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독립적인 작품이지만, 저스틴 버논이라는 희대의 아티스트가 걸어온 길을 기록한 인디-영웅적인 성장담의 한 챕터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것이다.

밴드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집부터 스튜디오 작업을 늘 함께 해온 션 케이시(드럼, 키보드)와 매튜 맥커핸(드럼, 베이스)이 이번에도 음반작업에 참여해 보니베어 사운드의 핵심 중 하나인 더블-드러머 시스템을 형성했고, 2집부터 밴드 사운드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은 섹소폰은 3집에 이어 이번에도 마이클 루이스가 연주했다. 또한 이들을 포함해 총 여섯명이 보컬 작업에 참여했다. 스튜디오 작업에 참여한 멤버 구성을 굳이 이야기하는 이유는 저스틴 버논의 음악세계를 구성하는 핵심요소 – 겹겹이 쌓인 보컬 층위, 관악기의 사용, 더블-드러머를 동원한 리듬파트의 강조 – 는 2집 이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3집부터 확연하게 달라진 점으로 많은 이들이 전자음악의 도입과 그로 인해 보니베어의 장르가 달라졌음을 지적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음악에서 포크의 냄새를 맡는다. 여전히 쓸쓸한 위스컨신의 작은 동네 골목이 떠오른다. 보니베어의 장르는 변화하거나 옮겨간 것이 아니라 확장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고, 확장되었다기 보다는 음악적 핵심요소는 그대로 간직한 채 그들만의 장르를 서서히 조립하고 쌓아올려 만들어온 것이라고 판단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오히려 인디포크부터 전자음악까지, 상이한 형식 안에서도 유사한 감정을 느끼게끔 한다는 점이 놀랍다.

개인적으로 꼽는 1집과 2~4집 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한다면 상징, 혹은 기호체계의 변화를 들고 싶다. 언제부턴가 그의 가사를 이해하기 힘들어졌다. 아니, 더이상 그가 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여전히 음악에 많은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고 있지만, 영어의 문장구조 속에서 체계적으로 그 내용을 표현하기 보다는 (난해한) 음반 커버와 (더 난해한) 노래 제목, 그리고 분절적이고 상징적인 기호체계로 구성된 음악구조를 통해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점에서 오히려 최근의 음악작업 방식이 더 마음에 들고, 조금 더 완성형에 가까운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보니베어의 음악은 확고한 정체성을 잃어버린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형식적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비로소 버논의 스토리라인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발명’한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편협한 장르구분으로는 담을 수 없는 레벨로 올라간 것이다. 비슷한 부류로 묶을 수 있는 아티스트로는 라디오헤드와 뷰욕이 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그냥 라디오헤드의 음악이고, 이들 외에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이는 지구상에 아무도 없다. 뷰욕도 마찬가지다. 이제 보니베어도 그런 아티스트가 됐다. 이제부터는 보니베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 세상이 펼쳐지는 셈이다.

Jake Xerxes Fussell | Out of Sight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를 배경으로 활동 중인 포크 음악가 제이크 설서스 퍼셀(Jake Xerxes Fussell)이 2015년 지역 음반사(Paradise of Bachelor)를 통해 발매한 동명의 첫번째 정규음반을 무척 좋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뒤이은 2017년작([What in the Natural World])은 건너 뛰었고, 2년 주기로 올해 발표한 세번째 음반 [Out of Sight]에서 그의 음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퍼셀의 음악은 아메리카나 포크, 혹은 미국 남부 전통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아니, “뿌리를 두고 있다”기 보다는 미국 남부음악의 정체성을 온 몸에 뒤집어 쓰고 있는 형국이다. 그의 아버지는 민속학자이자 사진가였다. 노스캐롤라이나 더햄에서 태어난 퍼셀은 여느 고고학자/인류학자/민속학자의 가족이 그러하듯 아버지의 탐구활동을 따라 미 알라바마부터 조지아까지 남부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며 생활했다. 아버지가 기록으로 남긴 미국 남부의 다양한 생활상은 퍼셀 음악의 원천이 되었다. 피치포크는 이러한 퍼셀의 음악적 자양분을 문제삼아 그의 음악이 “진짜배기(authentic)가 아니라”고 비판하지만, 베이루트(Beirut)가 이미 그런 비판의 차원을 넘어선 집시-어메리카나 음악을 선보이듯, 미 남부지역에서 평생을 보낸 퍼셀이 젊은 나이에 관찰을 통해 남부 포크음악을 형상화했다는 이유로 정체성 비판을 하는 것은 동의받기 힘든 부분이 있다. 아무튼, 퍼셀의 음악적 동반자는 기타리스트 윌리엄 타일러(William Tyler)라 할 수 있는데, 현재 퍼셀 음악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명상적이고 실험적인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라이 쿠더의 음악이 떠오른다)를 함께 완성했다.

[Out of Sight]는 미 남부의 전통을 아름답게 묘사한 음반이다. 노래의 제목으로 남부지역의 고유한 지명(“The River St.Johns”, “Winnsboro Cotton Mill Blues”)을 따오거나 남부지역 특유의 여유롭고 낙천적인 생활상을 담아낸 노래를 부르거나(“Drinking of the Wine”), 혹은 블루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Winnsboro Cotton Mill Blues”) 부분에서 음반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음반에는 총 아홉 곡의 노래가 실려 있는데, 기승전결이 뚜렷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음반을 여는 “The River St.Johns”는 작품 전체에서 가장 어깨에 힘이 들어간 곡인데, 청자를 긴장시키며 음반으로 불러들인다. 이 음반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퍼셀의 목소리가 주인공, 혹은 간판스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의 낮은 톤의 푸근한 목소리는 바이올린, 만돌린, 기타, 드럼 등 포크음악의 주요 요소들과 어울리며 하나로 통일된 목가적 심상을 음반 전체에 걸쳐 형상화하는데 이용된다. 심지어 그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연주곡(“Oh Captain”)도 존재한다. 이렇듯 음반의 초반부는 이러한 심상을 구조화하는데 사용되며, 점층적으로 쌓아올려진 분위기는 “The Rainbow Willow”에서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3분 30초를 넘지 않는 노래가 전부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7분이 넘는 시간을 자랑하는 이 노래는 퍼셀 특유의 목가적인 아메리카나 음악을 강렬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가히 음반의 백미라고 칭할 만 하다.

퍼셀의 음악적 파트너 윌리엄 타일러는 한 인터뷰에서 “셀틱 포크(영국 포크음악)나 델타 블루스와 차별화되는 포크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부군 깃발(Confederate Flag)이 휘날리는 을씨년스러운 지역이기도 하지만, 그 지역 특유의 낭만도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의 그 어떤 지역보다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산다. 경쟁, 유행 등 도시적인 공격성에 쫓기며 살지 않아도 된다. 따사로운 햇살과 눈물이 날 정도로 맑은 공기가 함께 한다. 퍼셀의 음악은 남부의 좋은 점을 음악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Kate Tempest | The Book of Traps and Lessons

새로운 음악을 소개받는 몇몇 소스 중 가장 선호하는 매체 중 하나인 NPR의 [All Songs Considered] 팟캐스트를 통해 케이트 템페스트(Kate Tempest)의 세번째 음반 중 선공개된 “FIresmoke”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차 안에서 운전 중이었는데, 저녁 늦게 퇴근해 막 학교를 벗어나려던 참이었다. 당시 이 노래를 듣고 받은 충격이 어마어마했는데, 잠시 차를 세워둘까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팟캐스트 진행자인 밥 보일린은 1년에 약 500회(!) 정도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노래를 소개하며 무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공연”으로 케이트 템페스트의 SXSW 공연을 꼽았다. 이후 나는 한동안 이 노래만 들었다. 이 노래만 들으며 새 음반이 어서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먼저 발표된 두 장의 음반은 모두 머큐리 음악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전력이 있다. 발표한 모든 정규작이 그 해 영국에서 발매된 대중음악 음반 중 그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어마어마한 레쥬메를 가진 그녀가 발표한 세번째 음반 [The Book of Traps and Lessons]는 템페스트 커리어 최초로 미국인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과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릭 루빈이 누구던가. 데프잼(Def Jam) 음반사를 차리고 비스티 보이스나 런 디엠씨의 음반을 제작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 기묘한 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다.

케이트 템페스트의 이름을 검색하면 많은 매체들이 그녀를 어떻게 분류할지 엄청난 고민을 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선 그녀의 음악을 힙합의 범주에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첫번째 음반 [Everybody Down]은 상당히 전형적인 힙합 음반이었으므로 그들의 범주화가 틀렸다고 하긴 힘들다. 그녀를 ‘spoken words’ 쪽으로 분류하는 매체도 많다. 두번째 음반 [Let them East Chaos]에서 ‘배경음악’의 형식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랩으로 볼지, 낭송으로 볼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녀가 내뱉는 문장, 혹은 이야기들이 대단히 시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그녀를 시인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바람직해보인다. 실제로 그녀는 음반 뿐 아니라 책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녀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인간관계의 단절과 고독, 세상살이의 어려움과 세계의 몰락과 같은 비관적인 인식이 우선 존재한다. 그녀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청자에게 말을 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지지 않고 ‘잘’ 살아가라고. 어떻게 하면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은 (템페스트가 묘사하는 바에 따르면) 이토록 잔인한데. 나는 이 ‘잘’에 해당하는 디테일이 템페스트 음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99%의 비관 속에 피어오르는 1%의 희망. 그걸 절묘한 단어의 조합으로 전달하는 음악이 케이트 템페스트다.

[The Book of Traps and Lessons]에서는 힙합비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배경음악을 완전히 배제하고 템페스트의 목소리만으로 진행되는 트랙이 있을 정도다. 올드스쿨 힙합의 대부 릭 루빈과 함께 작업했기에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신서사이저 건반이 템페스트의 가장 든든한 동료다. 그녀의 낮은 목소리와 신서사이저의 불길한 사운드는 세기말적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심지어 음반은 11개의 트랙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지게 구성되어 있다. 음반 제목처럼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다. 음반의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Firesmoke”에서 잠시 숨을 돌리기 전까지(이 노래가 음반 전체에서 가장 밝고 긍정적이며 활기찬(..) 트랙이다) 이야기가 쭉 한 호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음반을 듣다보면 어깨가 살짝 경직될 정도다. 빠른 속도로 몰입해 들어가 상당히 깊은 차원까지 내려가는 심리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녀가 하는 말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가사집을 보며 더듬더듬 따라가다 보면 그녀가 실로 ‘시인’에 가까운 예술가라는 주장에 수긍하게 된다. 대중음악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완전한 문장을 경험하는 일도 참 드물다. “Firesmoke”보다 뛰어난 노래를 올해 발견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Bedouine | Bird Songs of a Killjoy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포크 뮤지션 베두인(Bedouine)의 두번째 정규 음반 [Bird Songs of a Killjoy]는 올 해 여름 가장 즐겨 들은 음반 중 하나다. 만약 당신이 통기타 하나 정도가 단촐한 벗이 되어 중저음의 목소리로 읊조리듯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포크음악을 좋아한다면 베두인의 음악을 도저히 그냥 지나쳐갈 수 없을 것이다. [Bird Songs of a Killjoy]는 마음 넓은 동네 누나가 직접 뜨개질해 선물해준 스웨터같기도 하고, 건조하고 맑은 지역에서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내리쬐는 석양 같기도 한 음악을 들려준다. 마음을 고요하게 진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는 그 어떤 카페인 음료나 진정제보다 효과도 뛰어나고, 금방 중독되어 반복해서 듣게 된다는 점에서 마약 성분도 조금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물론 모든 것을 통달한 관조적인 시선 때문은 아니다. 베두인 역시 이 음반에서 닿지 않는 사랑에 애달파 하고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기도 하며, 자신의 얼굴을 보아달라고 간청하기도 한다. 들끓는 마음이야 보통의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보편적인 정서겠지만, 이 음반은 위와 같은 마음 속 소란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조용한 용기와 감추거나 꾸미지 않고 (역시) 가만히 드러내보이는 침착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시리아에서 태어나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미국으로 건너온 아즈니브 코르케지안(Azniv Korkezian)은 성인이 되어 LA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영화의 음악 및 음향을 편집하는 일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본인의 사운드를 만져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7년 우연한 기회를 통해 프로듀서 거스 세이퍼트(Gus Seyffert)를 만나 데모 테잎을 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작된 30곡 중 열 곡을 추려 베두인의 이름으로 발매된 동명 데뷔 음반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그 다음부터는 익히 들어 익숙해진 인디 뮤지션의 성공담. 평단으로부터의 호평과 동료 뮤지션들의 적극적인 구애 속에 두번째 음반은 순조롭게 제작되어 결국 머나먼 극동아시아의 한 청자에게까지 무사히 전달되었다는 이야기. 시리아 출신 뮤지션의 음악은 처음 들어보는데 특정 국가의 색깔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인 정서를 포크의 형식 안에 잘 녹여내고 있다.

[Bird Songs of a Killjoy]는 사실 할 이야기가 그리 많지 않은 음반이다. 만듦새가 떨어진다거나 러닝타임이 짧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때문은 당연히 아니다. 아주 단순명료하고 솔직하게 좋은 음반이기 때문이다. 41분 정도의 러닝타임에 담긴 12곡은 거의 동등한 수준의 단단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으며, 이 중 꽤 죽이는 훅을 가진 노래도 꽤 많은 편이다. 나는 “One More Time”과 “Bird”, “Bird Gone Wild”를 가장 좋아하지만 다른 청자는 음반의 다른 부분을 더 좋아할 수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측면을 사랑할 수 있는 개방성,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계속 귀를 잡아 당겨 듣게 만드는 품질의 일관성, ‘도저히 이 부분만은 듣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음반으로부터 멀리 달아나버리는 사람이 아마도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보편성까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좋은 음반이 가진 대부분의 요소를 가진 음반이다.

베리 젠킨스 |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데뷔 영화로 소위 – 아, 물론 예술적으로 – 대박을 친 감독의 소포모어 작품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자금부족과 프로듀서의 압박에 시달리던 영세한 신세에서 벗어나 드디어 인정받은 예술혼에 자본이라는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오르는 쪽이 하나의 유형이라면, 한껏 높아진 자유도와 감당할 수 없는 자본에 잡아먹혀 스스로를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 헤매다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리는 쪽이 다른 유형이다. 베리 젠킨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데뷔작 [문라이트]로 아카데미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의 후속작에 당연히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젠킨스는 그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 완전히 올인해버렸고, 그 결과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국내 극장에서 개봉조차 하지 못한 채 VOD 서비스로 넘어가 버렸다. (..) 젠킨스가 제작자 브래드 피트와 함께 만든 두번째 작품,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감독의 자의식 과잉이 영화적 리듬을 망쳐버린 실패작일까, 아니면 섬세한 미적 감각이 한단계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간 ‘젠킨스 월드’의 본격적인 시작점일까.

간단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가 실패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라이트]에서 당신이 젠킨스의 어떤 면을 좋아했는지에 따라 데뷔작만 못한 범작으로 보일 수는 있을지언정, 그 시도가 실패는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먼저 이 영화에는 실패라고 불리울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다. 팬들 사이에서 영화 본편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예고편만 보더라도 이 영화가 얼마나 완벽에 가까운 회화적 시선으로 매 씬, 매 컷을 완성시켜 나가는지 알 수 있다. 최근 십년 동안 본 영화 중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영화 전체적으로 일관되게 유지시켜나가는 작품은 이 영화 외에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 정도가 유일할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대단히 문학적이기도 하다. 아마 흑인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일텐데, 전작 [문라이트]가 연극을 원작으로 해서인지 지극히 연극적이고 시적이며 순환적었다면,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은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해서인지 지극히 문학적이고 구조적이며, 수평적이다. 이건 극중 여자 주인공인 티치의 독백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탓도 있지만, 화면을 회화적으로 구성하고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감정을 고조시키는 음악을 즐겨 사용하는 감독의 성향을 고려했음에도 이 영화는 어떤 중심적인 메시지에서 크게 비켜나가지 않고 꾸준히 ‘문장’으로서의 중심적인 정체성을 유지한다. 그 메시지는 아마도 흑인 동성애자로 평생 미국사회에서 따돌림을 받아온 원작자 제임스 볼드윈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 그 자체일 것이며, 비록 이성애자이긴 하지만 [문라이트]에서 소수자의 감정적 소요와 불안을 절절하게 표현했던 젠킨스의 미학적 감수성이 볼드윈의 문학성과 만나서 빵! 하고 메시지로 화면을 터뜨린게 바로 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표현이 몹시 부정확하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눈으로 읽는 아름다운 소설’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두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어린 커플과 그 커플의 가족이 그들을 둘러싼 험난한 세상을 이겨나가는 이야기인데, 어린 커플을 연기한 신인급 배우들의 연기는 젠킨스가 작정하고 남발하는 무수한 클로즈업 씬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빛을 발한다. 그들의 부모와 가족을 연기한 배우들을 비롯해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튀어 나오는 반가운 깜짝 출연진까지,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이루어진 작품답게 배우들의 영화, 배우들을 위한 영화이기도 하다.

[문라이트]의 모래사장씬이나 마지막 식당씬에서 절묘한 리듬감을 선보였던 젠킨스이기에 그런 부분에 대한 기대를 많이 한 팬들은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에서 약간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나 역시 그 중 하나다. 확실히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장면에서조차 젠킨스가 이야기하고 싶은 바는 확실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극중 남자주인공인 포니와 그의 친구 대니얼 카티([애틀랜타]의 그 래퍼 사촌형이 연기한다!)가 나누는 감옥 경험 회고 씬은 지나치게 길고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지만, 작품 속 시대 감옥에서 흑인 수용자가 겪어야 했던 폭력적인 환경에 대한 묘사로는 영화사상 최고의 밀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는 내내 숨이 턱턱 막힌다. 비슷한 예로 두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베드씬이 있다. 한없이 늘어지는 리듬에 속이 답답해 미쳐들어갈 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20세를 막 통과하는 지점에 서 있는 이 ‘어린’ 커플의 첫경험을 묘사하기에 단 몇 분은 너무 짧지 않나, 하는 젠킨스의 의견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이보다 아름다운 베드씬은 최근 본 기억이 없다.

영화는 마지막 씬에서 젠킨스 예술세계의 절정을 선보인다. 서글픈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 커플의 용기와 사랑에 무한한 헌사를 보내는 젠킨스의 시선은 [문라이트]보다 묵직하고 단단하다. 이 마지막씬에서 나는 젠킨스가 진화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의 다음 영화가 무척 기다려지는 이유다.

The National | I am Easy to Find

더 내셔널(The National)의 신보 [I am Easy to Find]는 [비기너스(Beginners)]와 [우리들의 20세기(20th Century Women)]를 감독한 마이크 밀스(Mike Mills)가 감독한 동명의 단편영화의 영화음악, 즉 OST의 형식으로 발매되었다. 그러니까 우선 영화를 봐야 하는 셈이다.

[Sleep Well Beast] 투어를 2년 넘게 소화한 밴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고, 밴드의 계획에는 장기간 휴식(hiatus)이 잠정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던 와중 [우리들의 20세기]를 마친 마이크 밀스와 밴드의 보컬리스트 맷 버닌저(Matt Berninger)가 만나 함께 “비디오를 하나” 찍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밴드의 작곡을 책임지는 데스너 형제가 달라붙어 드랍박스를 통해 음악과 영상 콘티를 밀스 감독과 주고 받기에 이르렀다. 작업을 구상하던 감독에게 다정하게 접근하여 로비를 펼친 배우가 하나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다. 이 영화는 밀스 감독이 그의 전작에서 즐겨 사용한 영화적 기법, 즉 주인공의 개인사를 시대사와 뒤섞어 일종의 콜라쥬 형식으로 ‘전시’하는 방식을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의 무성영화처럼 진행되며 한 여성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갓난 아기부터 죽기 전 늙은 여성까지 모두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분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화한다. 영화의 내용은 전형적인 밀스표 ‘인생 회고전’이다. 감독은 별다를 것 없는 인생을 살아간 한 여성의 삶을 담담히 복기함으로써 그 안에 큰 호흡 하나를 불어 넣으려고 한다. ‘여전하다’라고 칭찬할 수도 있고 ‘지루하다’라고 불평할 수도 있는, 변하지 않는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뭍어 있다.

영화 내내 내셔널의 음악이 주인공처럼 전면에 등장하며, 배우들의 대사는 아주 가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에서 처리된다. 이 쯤 되면 밀스 감독의 영상에 내셔널의 음악이 덧입혀진 것이 아니라 -밀스 감독의 인터뷰에서 발견할 수 있듯- 내셔널의 음악에 영상을 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실 내셔널의 음악과 밀스의 영상이 기대했던 것만큼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호흡을 주고 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밀스의 영상은 내셔널의 음악보다 훨씬 더 차분하고 고요한 편이어서, 2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내내 음악의 리듬이 영상보다 훨씬 앞서나가 보는 사람의 숨이 가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셔널의 음악이 구린 것은 아니다. 다만 전작들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게 해두고 싶다. 이 음반은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물론 밴드는 이 음반도 정규음반에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작과의 연속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새로운 뮤지션들과의 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캐린 베서(Carin Besser)가 음반의 모든 곡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거의 모든 트랙이 버닌저와 여성 보컬리스트의 듀엣으로 불리워진다. 상당히 많은 여성 보컬리스트가 참여했다: 가장 많은 노래를 부른 게일 앤 돌시(Gail Ann Dorsey), 리사 해니건(!), 샤론 반 에뗀(!!), 이브 오웬(Eve Owen), 케이트 스테이블스(Kate Stables) 등 7명의 여성 보컬리스트와 브루클린 소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참여했다. 음반의 색깔은 전작보다 밝고, 훨씬 밝고, 풍성하고, 훨씬 풍성하다. 그래서 내셔널의 골수팬들은 이 음반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발전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업은 통일된 분위기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항상 앞으로만 직진하는 느낌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던 밴드의 음악에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는 시도인 셈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게 들었다. 먼저 첫째, 밝은 내셔널의 음악도 충분히 환영할만 하다. [Sleep Well Beast]에서 무너져가는 미국사회에 대한 근심과 연민을 한껏 담아낸 덕분에 역대급으로 어두웠던 내셔널의 음악세계가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은 밝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둘째, 다른 그 어떤 내셔널의 음악보다 훨씬 가시적이고(picturesque) 영화적(cinematographic)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실패한 시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였고, 모든 멤버가 완전히 지쳐 나가 떨어진 시점에서 밴드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시도였다. 셋째, 이번 음반에서도 “I am Easy to Find”와 같은 명곡이 많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운 디스코그래피로 기억될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재미있는 시도였고, 꽤 좋은 결과물로 돌아왔다.

Vampire Weekend | Father of the Bride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가 6년 만에 돌아왔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만난 네 명의 똘망똘망한 젊은이가 귀여운 스웨터를 입고 통통 튀는 아프리카 리듬 위에 쟁글쟁글한 기타 사운드를 얹은 음악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부터 나는 항상 이들의 팬이었다. 덕질을 할 정도로 아주 충성스럽지는 않았지만, 모든 신곡을 빠짐 없이 챙겨 들을 정도의 애정은 가지고 있었다. 고맙게도 이들은 꽤 꾸준히 정규 음반을 발표했고, 발표한 정규 음반들은 모두 수준급의 완성도와 딱 적당한 정도의 변화상을 담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신뢰도에는 아무런 손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로스탐(Rostam Batmanglij)이 밴드를 정식으로 탈퇴한 이후 이들로부터는 가끔 대형 음악축제에 참여한다는 소식 말고는 거의 아무런 뉴스도 들려오지 않았고, 그렇게 6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 6년 사이에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보나루 축제에서 프랭크 오션과 잭 화이트를 만났으며,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두 번 옮겼고, 최종적으로 서울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자리잡았다. 한 개인에게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나는 6년이기에, 음악 산업에도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다. 뮤지션이 오랜 기간 음반을 발표하지 않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리스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트렌드는 이미 많이 변했고, 충성스러웠던 팬들은 다른 음악들을 들으며 뮤지션에 대한 기억을 지웠을 수 있다. 음반기획사와 나이가 든 팬들, 그리고 새로운 음악들로 귀를 무장한 평론가들은 오랜 휴식기 끝에 복귀하는 뮤지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 얼마나 준비를 철저하게 했길래, 한 번 들어보자, 하는 식으로.

벰파이어 위켄드의 신작 [Father of the Bride]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밴드의 작곡을 책임지는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이 뉴욕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그는 헐리우드 근처에 살며 넷플릭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 등 뉴 컨트리 뮤직에 빠졌다. 로스탐은 밴드를 탈퇴한 후 칼리 레 잽슨(Carly Rae Jepsen) 등의 음반을 프로듀스했다. 로스탐이 벰파이어 위켄드의 전작 [Modern Vampires of the City]를 프로듀스한 사실을 여기서 새삼스래 다시 기억해야 겠다. 밴드는 메인 프로듀서를 잃은 셈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과 음악을 만나고 옛 동료와는 조금 더 멀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에즈라 코에닉은 밴드의 음악이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을 것이다. 실제로 [Father of the Bride]는 전작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우선 밴드 하임(Haim)의 리드 보컬 다니엘 하임(Danielle Haim)과 듀엣을 이룬 노래 세 곡이 전면에 포진해 있다. 이 노래들은 초기 밥 딜런의 음악이 연상될 정도의 전형적인 포크 넘버들인데, 음반의 포문을 여는 “Hold You Now”는 다니엘 하임과의 포크 듀엣에 더해 영화 [씬 레드라인]에 삽입된 멜라네시아 민요인 “God Yu Takem Laef Blong Mi”가 샘플링되어 후렴구를 꾸미고 있다. 코에닉은 포크와 함께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021”에 호소노 하루오미가 1984년에 발표한 노래 “Watering Flower”을 삽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니엘 하임은 음반을 마무리짓는 노래 “Jerusalem, New York, Berlin”에 다시 등장하며 음반의 성격을 규정 짓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사실 코에닉과 하임의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흥겨운 가락의 일렉트로-포크 음악 “Married in a Gold Rush”일 것이다. 음반은 포크와 샘플링, 그리고 밴드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아프리칸 민속음악 외에도 꽤 다양한 장르를 편식 없이 섭취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사랑할 사이키델릭 넘버 “Sunflower”에는 인터넷(The Internet)의 스티브 레이시(Steve Lacey)가 참여하여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노래에 등장하는 기타리프는 아마 꽤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발매 초기 팬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Harmony Hall”과 “This Life”는 세 명의 코러스, 세 명의 기타리스트, 두 명의 퍼커션, 그리고 건반까지 합쳐진 빅밴드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전히 잡식성이지만, 그 섭취 범위가 전보다 훨씬 넓어지고 깊어졌다.

이러한 음반의 다양성을 두고 피치포크는 “마치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것 같다”며 [Modern Vampires of the City]에서 밴드가 보여준 집중력과 응집력이 보이지 않아 약간 아쉽다는 의견을 보였고, 올뮤직은 “조금 더 복잡해졌지만 이와 동시에 전에 없이 직선적이다”라는 호의적인 평을 내렸다. 나는 벰파이어 위켄드가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 가는 것 같아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물론 [Contra]나 전작에서 보여준 천재성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게 된 뮤지션 중 보다 깊게 파고들어가는 집중력을 높은 수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는 소수의 천재들 뿐이다. (그 천재적인 테임 임팔라 조차 [Currents] 발매 이후 아직까지 버벅거리고 있는 점을 상기하자) 대다수의 ‘조금 덜 천재인’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너그러움 정도일텐데, 벰파이어 위켄드는 그리 신경질적이지 않게, 그리고 게으르지도 않게 명민하게 좋은 균형점을 발견했고, 이를 한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위에 성실하게 구현해냈다.

Big Thief | U.F.O.F.

올 해 최고의 음반이 도착했다. 빅 띠프(Big Thief)는 앞서 발표한 두 장의 음반 [Masterpiece]와 [Capacity]를 통해 인디 포크씬에서 꽤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프런트워먼 에이드리앤 렝커(Adrianne Lenker)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풀어낸 [Capacity]는 개인적으로 2017년 최고의 음반 중 하나였다. 렝커는 2018년 개인 이름으로 [Abysskiss]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갔고, 밴드는 렝커의 이 음반을 끝으로 Saddle Creek Records에서 4AD로 플랫폼을 갈아탔다. 밴드가 4AD에서 발표한 첫번째 음반이자 밴드의 세번째 음반 [U.F.O.F.]는 2019년 인디 포크씬 뿐 아니라 현대음악계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명료하고 굵직하게 하나의 완전한 음악적 세계를 구현해내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Suburbs] 음반과 같은 인상을 주는데, 음악의 형식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밴드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즉, ‘기존에 해오던 것을 반복했음에도 대중음악계가 새삼스레 호들갑떨며 발견하는 음반’이 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U.F.O.F.] 역시 기존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렝커의 우울한 과거사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오고 있고, 나즈막한 렝커의 목소리와 격하지 않은 통기타 연주 등 포크음악의 형식으로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작과 달라진 점, 혹은 이 음반을 ‘완전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두어가지 정도 발견된다. 첫째,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다 밴드 형태에 가까운 음악이 완전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완전(complete)’이라는 단어는 ‘완벽(perfect)’과 미묘하게 다른 개념이다. 음악과 같은 예술의 영역에서 절대적 완벽함이란 쉽게 존재할 수 없는 차원이다. 하지만 한 예술가의 내재적인 발전과정에서 부족함이 메워지고 한계가 극복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기존의 차원에서 더이상 논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어느정도 ‘완성’되었을 때 완전하다, 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U.F.O.F.]는 그 정도 수준의 음반이다. 먼저 렝커에게 의존적이었던 음악적 구성이 밴드 멤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렝커를 포함한 밴드의 모든 멤버들이 음반 크레딧에 ‘ambience’라는 역할로 올라가 있는 점이 흥미롭다. 즉, 이 음반은 하나의 장르로 읽히기 보다는 특유한 ‘분위기’로 이해되어야 하는 측면이 강한데, 이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있어 멤버들의 허밍이라던가 나지막한 코러스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Century”같은 곡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포크 넘버인 이 노래는 밴드 멤버 벅 믹(Buck Meek)의 코러스 참여로 인해 빅 띠프의 음악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금은 로킹한 트랙인 “Contact”에서는 물이 오른 합주실력을 엿볼 수 있다.

둘째, 보다 깊어지고 포용적이 된 음반의 철학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음반의 제목 ‘U.F.O.F.’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가리키는 약어 ‘U.F.O.’에 ‘friend’를 상징하는 F를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음반에는 여전히 상처와 죽음의 흔적이 가득하다. 렝커의 개인 음반에 수록된 곡을 리메이크한 “Terminal Paradise”에서는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렝커와 친구들은 자신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외부로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음반을 듣는 청자에게도 그렇게 외부의 이방인과 친구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Terminal Paradise”를 다시 들여다 보면 의미심장한 구절이 발견된다.

터미널
우리 둘 다 알고 있어
내 남은 것들 모두 떠나게 해줘
내 죽음이 하나의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한송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봐줘
나는 너의 여정 속에서 피어날 것이고
모든 꿈에서 함께 할거야

음반의 타이틀곡인 “U.F.O.F.”는 약간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치 나쁜 꿈을 꾼 것 같이
넌 사라지겠지
다른 지도는 파란색으로 바뀌고

거울에서 거울로(위의 두 구절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난 너를 상상해
우리의 사랑을 더 깊게 하기 위해
나를 밖으로 이끌어내는 너의 모습을
우린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거야

렝커의 가사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청자는 그의 목소리에 위로받고 그의 목소리를 위로한다. 절망적이지 않지만 대책없이 긍정하지 않는 침착함. 여전히 세상은 어둡고 우울하지만 서로의 손을 잡음으로써 담담히 걸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음반의 시각 역시 완전하다.

렝커의 개인 음반에서 건너온 곡이 하나 더 있다. “From” 역시 [Abysskiss]에 수록된 곡인데 “Terminal Paradise”처럼 보다 더 아름다운 밴드곡으로 잘 편곡되어 실려있다. “From”과 “Terminal Paradise”는 렝커와 빅 띠프의 음악에 연속성을 부여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일반적인 삶처럼 긴 시간 굽이굽이 흐르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 음반에는 앞서 언급한 노래 들 외에도 빅 띠프 특유의 절절한 멜로디라인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노래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Orange”는 렝커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좋은 트랙이며, “Cattaills”와 “Jenni” 역시 오직 빅 띠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U.F.O.F.]는 버릴 곡이 하나도 없고 놓치고 싶은 순간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올해의 음반’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Anderson .Paak | Ventura

몇 년 전부터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폼(form)’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마치 추신수가 ‘그린라이트(green light)’라는 야구 관용어를 한국에 소개했듯, 누군가에 의해서 소개된 이 단어는 지금까지 그 쓰임새를 관찰할 때, 운동선수의 컨디션, 역량, 성장곡선, 나이 등을 고려한 총체적인 퍼포먼스 지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인에게도 이 ‘폼’ 개념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음악계에서 단순히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비례적으로 더 나은 음악적 산출물을 보여주는 경향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음악인 개인의 노력과 영감, 주변 상황에 따라 성과물의 수준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한 뮤지션의 디스코그래피를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일정 기간 침체기를 겪은 후 음악적 역량이 반등하는 뮤지션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를 발견할 때 재기에 성공한 운동선수를 보는 것 같아 반갑고 고마운 감정을 느낀다.

OBE 레이블에서 [Venice]와 [Malibu], 두 장의 음반을 발표하고 평단과 대중 양단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미국 서부 출신 뮤지션 앤더슨 팍(Anderson .Paak)은 전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닥터 드레와 본격적으로 함께 하기 위해 큰 둥지인 애프터매스(Aftermath)로 옮겨간다. OBE에서 발매한 두 장의 음반 중 특히 [Malibu]는 미 서부 힙합을 레트로풍의 알엔비, 훵크와 절묘하게 엮어내 힙합이라는 장르의 현재 영역을 한 걸음 확장시킨, 정말 좋은 음반이었다. 그런데 애프터매스에서 발매된 첫 음반이자 닥터 드레가 직접 프로듀스한 음반 [Oxnard]는 그 의미심장한 음반명에도 불구 – 앤더슨 팍의 고향이다 – 상당히 산만한 분위기로 가득찬, 한마디로 재미없는 음반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음반의 전체적인 에너지 레벨이 무척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인데, 나중에 들려온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드레의 프로듀싱이 앤더슨 팍의 창의력을 조금 억누른 것은 아닌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음반에서 앤더슨 팍은 어딘가 불편해보였다. 가장 잘하는 것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닥 잘하지 못하는 것에 억지로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었다. 아주 구린 음반은 아니었지만, 결코 뛰어난 음반은 아니었다.

2019년에 발표된 새음반 [Ventura]는, 팍에 따르면 전작 [Oxnard]를 제작할 당시 함께 만들어둔 노래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당시 팍은 이 [Ventura] 음반에 수록된 노래들도 함께 발표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이번 음반을 제작하면서 닥터 드레로부터 조금 더 많은 재량권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Oxnard] 시절 만들어진 결과물치고는 [Malibu]의 분위기를 조금 더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결론부터 말하면 [Ventura]는 [Malibu] 시절로 돌아간 앤더슨 팍의 ‘폼’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좋은 음반이다. 조금 더 자유롭게 드리블과 슛의 재량권을 부여받은 농구선수를 보는 느낌이다. 감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쏘고 싶을 때 쏘고, 패스하고 싶을 때 패스할 수 있기 때문에 코트 위에서의 움직임이 활기차보이는 농구선수처럼, 앤더슨 팍은 이번 음반에서 자신이 들어갈 때 정확히 들어가고 나와야 할 때 적절하게 빠져주는 유연함을 보여준다. (흥미롭게도 음반의 수록곡 중 “King James”는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와 풋볼선수 콜린 캐퍼닉에 대한 이야기다) 어깨에 힘을 쭉 빼서인지 음악은 여유롭고 흥겹다. 듣는이도 긴장감보다는 즐거움과 기쁨을 먼저 느끼게 된다. 음반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존재는 라라 해서웨이(Lalah Hathaway), 브랜디(Brandy), 재즈민 설리반(Jazmine Sullivan)과 같은 여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다. 이들이 참여한 트랙에서 앤더슨 팍은 조금 더 편안하게 보이고 음악은 조금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나 싶다. 아직도 더 올라갈 곳이 존재하는 성장하는 음악인임을 증명한 음반이다. 올 여름을 이 음반과 함께 보낼 리스너들이 무척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Nilüfer Yanya | Miss Universe

“나만 알고 싶은 뮤지션”이라는 농담은 혁오가 [무한도전]에 출연하던 무렵부터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 남다른 센스와 부지런함으로 단련된 감각적인 리스너들은 꽤 괜찮은 음악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내어 남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것을 삶의 기쁨 중 하나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찾아 듣다보면 가끔 ‘음, 이 음악은 조만간 한국의 힙스터들에게 사랑받겠군’과 같은 직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신선하고 감각적인 음악적 외형은 기본이다. 한국의 젊고 부지런한 힙스터 리스너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남다른 외모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또래 뮤지션들과 구분되는 확실한 정체성을 몇가지 상징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영국 런던 첼시 출신의 1996년생 아티스트 닐루퍼 얀야(Nilüfer Yanya)는 그 까다로운 요건을 거뜬히 통과하고도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데뷔음반 [Miss Universe]를 내놓았다. 터키 음악을 전공한 아버지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얀야는 12살 무렵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하였으며, One Direction을 프로듀스한 회사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계속 추구해왔다. 몇 장의 EP를 내고 올 해 정식으로 데뷔 음반을 발표했는데 평단의 평은 무척 호의적인 편이고, 벌써부터 나의 몇 안되는 힙스터 친구들은 얀야의 음악을 끼고 살기 시작했다. 김밥레코드 사장님은 “올해의 앨범급 데뷔작”이라고 칭찬했는데, 닐루퍼 얀야의 음악이 한국과 미국 등에서 널리 들려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ATO 레이블에서 발매된 [Miss Universe]는 데뷔 음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통통 튀는 노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영향을 받았다고 그녀가 언급한 뮤지션을 열거해보면 큐어(The Cure), 픽시스(Pixies),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니나 사이먼(Nina Simone) 등이 있는데, 이 종잡을 수 없는 레퍼런스처럼 [Miss Universe]도 ‘이보다 더 잡탕밥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다. 인디록, 재즈, 힙합, 트립합, 디스코, 신스팝 등 갖가지 장르가 닐루퍼 얀야의 입맛에 맞게 맛있게 비벼져 있다. 싱글로 발매되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훅을 자랑하는 곡만 다섯 손가락에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곡은 “Paralysed”, “Melt”, “The Unordained”, “Heavyweight Champion of the Year” 등인데, 기타와 드럼 등 최소화된 악기 구성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얹는 것만으로 훌륭한 노래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충실히 증명해내고 있는 노래들이다. 세인트 빈센트(St.Vincent)가 노래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도 떠오르고, 킹 크룰(King Krule)의 분위기도 조금 느껴진다. 초창기 파이스트(Feist)의 색깔도 난다. 나 역시 그녀의 음악을 묘사하기 위해 종잡을 수 없는 레퍼런스를 꺼내들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다. 이런 신인을 만난다는 것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다. 연말에 많이 언급될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