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백 | 위아영

노아 바움백이 2014년에 내놓은 영화의 원제는 [While We’re Young]이다. 한국어 제목은 안일하게 급조한 듯한 느낌의 [위아영]인데, 접속사 하나 빠졌다고 뭐가 그리 많이 달라지겠냐고 담당직원은 항변할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알 수 있듯 원제의 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영화가 바움백의 전작 [프란시스 하]와 같은 수작이었다면 한국 배급사(혹은 이 번역과 관련된 누군가)의 무식함에 치를 떨었겠지만, 다행히(?) 영화가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라 이조차 별 것 아니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노아 바움백은 [프란시스 하] 이후 거의 아무런 성취를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 웨스 앤더슨의 친구로 유명세를 떨치던(..) 시기가 오히려 전성기처럼 느껴지는 것은 [프란시스 하] 앞뒤로 자리잡은 그의 필모그래피가 ‘게으름이 재능을 갉아먹는 예술가의 아주 좋은 예’의 위치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지라 차라리 웨스 앤더슨과 함께 작업했던 그 시절이 오히려 조금 더 부지런하고 명민해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결혼이야기]가 그나마 기대되는 이유는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바움백의 멱살을 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며,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움백의 거의 유일한 성공작인 [프란시스 하] 역시 그레타 거윅이 원맨쇼에 가깝게 현란한 재능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기 때문이다.

[위아영]은 [프란시스 하] 이후 공개한 첫 작품이기에 실망이 더 컸다. 최근 내 무릎 위에서 잠든 아내가 관여하지 않는 가운데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보아는데, 다시 봐도 서사구조는 어지럽게 꼬여 있고 통찰력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화면이 엄청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영화적 리듬은 종종 축 늘어져 보는 이를 괴롭게 한다. 그나마 이 영화를 살려주는 구성요소는 역시 배우들일텐데, 특히 아담 드라이버는 이 영화에서 상당히 평면적인 캐릭터를 부여받아 고군분투한다. 이후 급격한 속도로 성장한 그의 배우 커리어를 고려하면 [결혼 이야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약간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담 호로비츠 등 평균 이상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연기자들은 각자 커리어에서 구축한 고정된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는데, 이정도 캐스팅을 가지고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걸 보면 역시 이 영화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출산-육아를 선택한 부부와 주인공 부부를 대비해 보여주며 대립관계를 한참 열심히 형성하더니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 이상한 방식으로 화합을 꾀하는 감독의 안일함이다. 중년의 부부에게 찾아오는 직접적인 위기는 노안도, 신경통도 아닌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위기의식과 불안감일텐데, 그것을 힙스터 커플의 속임수로 간단하게 치환해 버리는 시도는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해도, 결국 주인공 부부가 안착하는 곳이 기성사회가 형성한 관습과 규칙을 충실히 따르기 위한 적당한 멋부림 정도라면 이만저만한 실망이 아닐 수 없다. 뉴욕 한복판에 사는 40대 부부가 아이티에서 흑인 아이를 입양한다는 결론은, 문화적 컨텍스트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봐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최대한의 관용을 베푼다 해도, 여전히 감독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으름의 소산이라는 해석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