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칭적 사회와 쉬운 분노

세상사는 비대칭적이며 불균등하다. 기회는 균등하지 않게 주어지며, 비록 균등한 기회에서 출발한다 해도 그 행위의 결과에 대한 평가는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진다. 때문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불평등한 결과의 연속이다. 현대 주류 경제학은 불평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무기력증은 비주류 경제학이나 다른 사회과학 분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이들은 자본주의의 속성이 그러하다고 변명한다. 자본의 이기적인 속성은 스스로 번식하고 진화하는 능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자본을 갖지 못한 자를 착취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만든다. 경제학자들이 찾아낸 것은 여기까지다. 평등이 사회정의의 최종 종착지 중 하나라면, 99%의 사람들은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두 축 중 다른 하나인 민주주의에 이 사회정의의 달성을 베팅할 수 밖에 없는 자포자기적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은 다수에 의한 쉬운 분노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은 다수의 이해 정도에 의해 종종 무시되기 쉬우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성마저 다수결이라는 원칙 아래 용인받기도 한다.

나는 지금 ‘조국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국은 비대칭적인 사회구조에 기여한 사람이다. 그는 겉으로는 평등한 사회정의에 대해 떠들었지만(그리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떠들었지만), 정작 본인은 99%의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대물림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은 그의 표리부동함에 분노했다. 평생 노력해도 갖지 못할 가치들이 너무나 쉬운 방식으로 전달되는 과정이 하나씩 공개될수록 분노의 크기는 커져갔다. 이 분노의 크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생명체가 두 개 있는데, 바로 정치인과 언론인이다. 이들은 대중의 등 뒤에 달라붙어 그들의 분노를 먹고 사는 붙어살이과 생물인데, 그 결과로 정치인은 득표수를, 언론인은 클릭수를 얻으며 행복감을 느낀다. 이 시점부터 서사구조는 이상하게 뒤틀리기 시작한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광장에 정당인들이 주도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고, 어떤 재벌가 자녀의 마약문제는 단신으로 처리되는데 오직 한 장관의 자녀에 대해서는 서류에 붙은 글씨 하나까지 특종으로 보도된다. 아직까지 불법 여부가 확인된 바는 없는데, 갑자기 검찰이라는 특수한 생명체가 달라붙어 사건의 덩치를 키운다. 그들의 미래 먹거리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보면 개기는 것이고 다른 이가 보면 할 일을 하는 것인 그들의 특수한 업무는 이 사회를 정확하게 절반으로 갈라놓았다. 한 쪽은 광화문에서, 다른 한 쪽은 서초동 검찰철 앞에 모여 목을 놓아 부르짖는다. 너희가 잘못했다고.

양비론은 아니다. 이 서사의 출발이 조국이라는 괴물을 낳은 비대칭적 사회구조와 다른 모든 중요한 이슈를 제껴두고 오직 조국에 대해서만 분노를 집중하는 쉬운 선택을 한 대중 모두에게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우경화되는 대학생들이 왜 재벌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고 강남 아빠에 대해서만 분노하는가, 생각해볼 부분이다. 강남의 학부모들이 왜 조국을 두둔하고 나서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조국 한명때문에 갑자기 박탈감을 크게 느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서히 침체 일로를 걸어가는 경기상황과 갈수록 빡빡해져가는 스펙놀이가 이들을 꽤 오랜 기간동안 짓눌러왔다. 살짝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 임계치가 가까워진 시점에 정치세력과 언론인이 그들을 자극했다. 다만 이들은 가지지 못한 자들이고, 그들의 분노가 비록 나이브한 쉬운 선택이었을지언정 거짓과 위선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충분히 화를 낼만한 상황이지만, 누군가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들의 반대편에 있는 가진자들은 조국으로 인해 자신들의 치부까지 드러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적당히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교육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취업, 거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성행하고 있고, 조국 서사는 그 일부분을 공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조국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고, 기왕 화를 낼거면 이 사회의 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해 감정을 집중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조국에 대해 연일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한 정당에 속한 많은 이들이 그보다 훨씬 더 한 짓들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이 동등한 수준으로 보도가 된다면 상황은 아주 짜게 식을 것이다. 조국 한 명에게 집중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어떤 특수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이는 여론은 주도하는 이들이 가진 비대칭적인 시각과 그들에 휘둘리는 대중의 쉬운 분노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므로 그 정당성을 획득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