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lle Heller | Can You ever Forgive Me?

지난 3월 중순, 1박 4일(?)의 끔찍한 여정을 소화하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다녀 왔다. 미국 유학시절 사귄 친구 스캇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는데, 학기 중이라 주말 밖에 시간을 내지 못해 기형적인 여정이 나와버렸다. 친한 친구의 행복한 날을 축복해주기 위해서라면 얼마를 쓰든 며칠을 길 위에서 허비하든 크게 개의치 않지만, 이제 더이상 청년이라고 우길 수 없는 나이대로 접어들어서인지 육체적으로 쌓이는 피로는 피할 길이 없었다. 비행기 소음에 취약해 기내에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겹쳐져 이번 여행은 오고 가는 길이 유난히 힘들었다. 덕분에(..) 기내에서 많은 영화를 보았는데, 지금까지 생각나는 영화가 몇 편 있다. 그 중 하나가 실존인물이 직접 쓴 회고록을 기반으로 만든 [Can You ever Forgive Me?]다.

영화속 리 이스라엘(Lee Israel)은 괴팍한 성격을 가진 실패한 작가다.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술만 늘어간다. 비사교적인 성격은 그를 점점 고립시킨다. 그녀의 삶에 작지 않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건 우연히 발견한 유명작가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였다. 중고서점 등을 통해 유명작가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가 고가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아낸 리 이스라엘은 작가적 능력을 발휘하며 직접 위조편지를 작성하여 여러 서점에 팔아 넘기기 시작한다. 명백한 범죄인 셈인데, 영화는 당연히 순리에 맞는 결말로 침착하게 나아간다. 큰 반전 없이 처벌을 받게 된 주인공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녀를 위로해주던 하나 뿐인 게이 친구가 에이즈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개인적인 고통도 경험한다. 사실 특별할 것 없이 뻔한 이 영화를 피로가 켜켜이 쌓인 빨간 눈을 부릅뜨고 끝까지 본 이유는 주인공 리 이스라엘 역을 소화한 배우 멜리사 맥카시(Melissa McCarthy)의 연기때문이다. 그녀의 연기는 너무도 탁월하여 알콜 중독에 성격까지 고약한 범죄자 여성을 특별한 캐릭터로 탈바꿈시켜버린다. 영화는 결코 리 이스라엘의 삶에 동정이나 연민의 시선을 보내지 않지만, 맥카시의 연기를 통해 한번쯤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영화에서 연기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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