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 | 카우보이의 노래

코엔 형제의 신작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들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전에 경험해보지 않은 방식의 제안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왔던 그들의 성향을 기억해본다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작품이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단편 모음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역시 그럴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허드서커 대리인] 등을 통해 수많은 시대극을 능수능란하게 만지는 재주를 널리 인정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신작이 ‘너무 그들답다’라고 생각했고, 작품마다 질적 수준의 편차가 몹시 큰 코엔 형제의 영화에 전형적이라는 딱지표가 붙었다면 굳이 찾아서 볼 이유는 없겠다 싶었다.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을 보고야 말았는데, 그 이유는 첫째로 락스타(Rockstar)에서 발매한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 때문이고, 둘째로 넷플릭스에서 내 취향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집요하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총 여섯편의 중,단편 영화로 구성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단편 소설이 영상화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 실제로 원작 소설이 있는 꼭지도 꽤 된다고 한다. 문학작품을 영화의 언어로 옮기는 일은 코엔 형제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재능 중 하나다. (이 역시 너어무 그들답다!) 영화의 원제는 [The Ballad of Buster Scruggs], 영화의 첫번째 에피소드 제목과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섯개의 에피소드는 저 멀리 한반도에 사는 한국인이 능히 짐작할 수 있는 ‘그’ 서부시대의 모습을 예쁘게 포장하여 보여준다. 무법천지에서 만용과 자만이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지 보여주는 첫번째 에피소드를 지나 기쁨과 절망이 한끝차이로 스쳐지나가는 두번째 에피소드에 다다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청소년 버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팔, 다리가 없는 주인공이 화면을 지배하는 세번째 에피소드와 서부의 눈부신 자연풍광을 아름답게 잡아낸 네번째 에피소드는 각각 다른 의미에서 시각적인 강렬함을 선사한다.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러니’를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내는건 다섯번째 에피소드다.

개인적으로 코엔 형제가 가진 가장 뛰어난 영화적 재능은 앞서 언급한 각색 능력, 그리고 아주 단순한 서사조차 박진감 있게 탈바꿈 시키는 편집 능력, 마지막으로 뛰어난 음악적 감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세 능력의 공통점을 꼽자면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극의 흐름이 실제로 빠른지 여부와 상관없이 변박, 혹은 엇박처럼 느껴지는 특유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시청자로 하여금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꽤 그럴듯한 최면술을 부리는 셈이다. 이 바탕 위에, 독특한 블랙 코미디 정서와 지금까지 코엔 형제가 만든 모든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의식, 즉 ‘우연과 비논리성에 의해 점거된 일상의 불가해함’이 합쳐져 비로소 코엔 월드가 완성된다. 그래서 코엔 형제의 영화는 컨디션을 유난히 많이 탄다. 컨디션이 좋을 때 만들었던 [그남자는 거기 없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인사이드 르윈]은 영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세계이자 예술작품이었다. 하지만 [헤일 시저!],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 [시리어스 맨]은 도저히 끝까지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루하고 따분했다. [카우보이의 노래]는 컨디션이 좋은 코엔과 나쁜 코엔을 모두 품고 있다. 처음에서 끝으로 갈수록 리듬이 점점 사라지고 재미없어 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첫번째 에피소드와 두번째 에피소드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감독의 숨결이 살아 있다. 세번째와 네번째 에피소드는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그나마 시각적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 변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섯번째와 여섯번째 에피소드는 너무나 재미없고 따분한 나머지 차마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카메라는 게으르게 움직이고 대본은 성의 없이 쓰인 티가 난다. 집중하지 못한 티가 난다. 결국 이 영화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집 안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적당히 휴대폰으로 딴짓하며 보기에 좋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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