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ional | I am Easy to Find

더 내셔널(The National)의 신보 [I am Easy to Find]는 [비기너스(Beginners)]와 [우리들의 20세기(20th Century Women)]를 감독한 마이크 밀스(Mike Mills)가 감독한 동명의 단편영화의 영화음악, 즉 OST의 형식으로 발매되었다. 그러니까 우선 영화를 봐야 하는 셈이다.

[Sleep Well Beast] 투어를 2년 넘게 소화한 밴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고갈된 상태였고, 밴드의 계획에는 장기간 휴식(hiatus)이 잠정적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던 와중 [우리들의 20세기]를 마친 마이크 밀스와 밴드의 보컬리스트 맷 버닌저(Matt Berninger)가 만나 함께 “비디오를 하나” 찍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고, 밴드의 작곡을 책임지는 데스너 형제가 달라붙어 드랍박스를 통해 음악과 영상 콘티를 밀스 감독과 주고 받기에 이르렀다. 작업을 구상하던 감독에게 다정하게 접근하여 로비를 펼친 배우가 하나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Alicia Vikander)다. 이 영화는 밀스 감독이 그의 전작에서 즐겨 사용한 영화적 기법, 즉 주인공의 개인사를 시대사와 뒤섞어 일종의 콜라쥬 형식으로 ‘전시’하는 방식을 극대화하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의 무성영화처럼 진행되며 한 여성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갓난 아기부터 죽기 전 늙은 여성까지 모두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분장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화한다. 영화의 내용은 전형적인 밀스표 ‘인생 회고전’이다. 감독은 별다를 것 없는 인생을 살아간 한 여성의 삶을 담담히 복기함으로써 그 안에 큰 호흡 하나를 불어 넣으려고 한다. ‘여전하다’라고 칭찬할 수도 있고 ‘지루하다’라고 불평할 수도 있는, 변하지 않는 감독의 색깔이 그대로 뭍어 있다.

영화 내내 내셔널의 음악이 주인공처럼 전면에 등장하며, 배우들의 대사는 아주 가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에서 처리된다. 이 쯤 되면 밀스 감독의 영상에 내셔널의 음악이 덧입혀진 것이 아니라 -밀스 감독의 인터뷰에서 발견할 수 있듯- 내셔널의 음악에 영상을 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실 내셔널의 음악과 밀스의 영상이 기대했던 것만큼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호흡을 주고 받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밀스의 영상은 내셔널의 음악보다 훨씬 더 차분하고 고요한 편이어서, 20분이 조금 넘는 시간 내내 음악의 리듬이 영상보다 훨씬 앞서나가 보는 사람의 숨이 가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내셔널의 음악이 구린 것은 아니다. 다만 전작들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하게 해두고 싶다. 이 음반은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물론 밴드는 이 음반도 정규음반에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작과의 연속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새로운 뮤지션들과의 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캐린 베서(Carin Besser)가 음반의 모든 곡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거의 모든 트랙이 버닌저와 여성 보컬리스트의 듀엣으로 불리워진다. 상당히 많은 여성 보컬리스트가 참여했다: 가장 많은 노래를 부른 게일 앤 돌시(Gail Ann Dorsey), 리사 해니건(!), 샤론 반 에뗀(!!), 이브 오웬(Eve Owen), 케이트 스테이블스(Kate Stables) 등 7명의 여성 보컬리스트와 브루클린 소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참여했다. 음반의 색깔은 전작보다 밝고, 훨씬 밝고, 풍성하고, 훨씬 풍성하다. 그래서 내셔널의 골수팬들은 이 음반을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발전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협업은 통일된 분위기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항상 앞으로만 직진하는 느낌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던 밴드의 음악에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는 시도인 셈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게 들었다. 먼저 첫째, 밝은 내셔널의 음악도 충분히 환영할만 하다. [Sleep Well Beast]에서 무너져가는 미국사회에 대한 근심과 연민을 한껏 담아낸 덕분에 역대급으로 어두웠던 내셔널의 음악세계가 여성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은 밝아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둘째, 다른 그 어떤 내셔널의 음악보다 훨씬 가시적이고(picturesque) 영화적(cinematographic)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실패한 시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충분히 해볼만한 시도였고, 모든 멤버가 완전히 지쳐 나가 떨어진 시점에서 밴드에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있는 시도였다. 셋째, 이번 음반에서도 “I am Easy to Find”와 같은 명곡이 많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운 디스코그래피로 기억될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재미있는 시도였고, 꽤 좋은 결과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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