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 립스카 |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난 뒤 신간 도서 정보를 얻는 방법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지만, 모순적이게도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취향에 꼭 들어맞거나 질이 무척 좋은 도서를 찾아내는 일은 그에 비례해서 더 힘들어지는 느낌이다.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신간 정보를 얻는다. 유명출판사, 독립출판사, 혹은 독립서점의 계정을 잘 따라 다니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꽤 괜찮은 소개글을 즐겨찾기에 차곡차곡 모아 놓았다가 목록이 어느 정도 쌓이면 일괄적으로 결제해서 받아보는 식이다. 따끈따끈한 새책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무래도 광고글에 가깝다 보니 ‘낚일’ 위험이 큰 것도 사실이다.

미국 국립정신보건원 산하 인간두뇌수집원(Human Brain Collection Core) 원장인 바버라 립스카(Barbara K. Lipska)가 저널리스트인 일레인 맥아들(Elaine McArdle)의 도움을 받아 공저 형식으로 쓴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원제: The Neuroscientist Who Lost Her Mind)] 는 강렬한 제목과 출판사의 효과적인 광고에 제대로 낚인 케이스다. 낚였다고 표현했지만 허위, 과장 광고를 한 것은 아니다. 책의 제목은 내용을 성실하게 반영한다. 학계에서 저명한 뇌과학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었던 저자는 어느날 치료하기 힘든 피부암질환 중 하나인 흑색종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 암이 그만 뇌로 전이되어 그 쪽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뇌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인지, 감정, 신체기관 조절 등에 있어 장애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뇌과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저자는 자신의 뇌에 발생한 문제에 대해 전문가적 식견을 발휘하여 조근 조근 짚어나가기 시작한다. 뇌의 어느 부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뇌의 어떤 기능이 어떻게 되어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변한다, 는 식이다. 책의 내용 대부분은 이런 식이다. 뇌과학에 대해 흥미가 있었지만 깊게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독자에게는 가벼운 소개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책이 저널리스트의 손을 거쳐 일반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뇌과학적 설명은 결코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대충 이런게 있어, 그래서 우리의 뇌가 이렇게 되는거야, 신기하지? 정도다. 학구적 소양을 가진 독자는 불만스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수필로써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뻔한 자기 자랑과 자기 변명으로 가득하다. 몇 번의 암투병을 이겨낸 인간승리자인 나에게 찬사를 보내라! 그런데 난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함, 이라는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읽힌다. 저자는 폴란드에서 건너온 이민 1세대인데, 이 때문에 이 책은 디아스포라적 색채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수준이 높지 못한 이민자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국에 대한 환멸과 미국에 대한 찬양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중산층 계급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동유럽계 지식인이 보여주는 가장 뻔하고 시시한 모습이다. 심지어 두 자식을 낳은 전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운 부분까지 두루뭉실하게 넘어간다. 이 정도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느라 도덕개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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