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mpire Weekend | Father of the Bride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가 6년 만에 돌아왔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만난 네 명의 똘망똘망한 젊은이가 귀여운 스웨터를 입고 통통 튀는 아프리카 리듬 위에 쟁글쟁글한 기타 사운드를 얹은 음악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부터 나는 항상 이들의 팬이었다. 덕질을 할 정도로 아주 충성스럽지는 않았지만, 모든 신곡을 빠짐 없이 챙겨 들을 정도의 애정은 가지고 있었다. 고맙게도 이들은 꽤 꾸준히 정규 음반을 발표했고, 발표한 정규 음반들은 모두 수준급의 완성도와 딱 적당한 정도의 변화상을 담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신뢰도에는 아무런 손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로스탐(Rostam Batmanglij)이 밴드를 정식으로 탈퇴한 이후 이들로부터는 가끔 대형 음악축제에 참여한다는 소식 말고는 거의 아무런 뉴스도 들려오지 않았고, 그렇게 6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 6년 사이에 나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보나루 축제에서 프랭크 오션과 잭 화이트를 만났으며, 한국으로 돌아와 회사를 두 번 옮겼고, 최종적으로 서울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자리잡았다. 한 개인에게도 참 많은 일이 일어나는 6년이기에, 음악 산업에도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다. 뮤지션이 오랜 기간 음반을 발표하지 않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리스크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트렌드는 이미 많이 변했고, 충성스러웠던 팬들은 다른 음악들을 들으며 뮤지션에 대한 기억을 지웠을 수 있다. 음반기획사와 나이가 든 팬들, 그리고 새로운 음악들로 귀를 무장한 평론가들은 오랜 휴식기 끝에 복귀하는 뮤지션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 얼마나 준비를 철저하게 했길래, 한 번 들어보자, 하는 식으로.

벰파이어 위켄드의 신작 [Father of the Bride]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밴드의 작곡을 책임지는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이 뉴욕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그는 헐리우드 근처에 살며 넷플릭스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 등 뉴 컨트리 뮤직에 빠졌다. 로스탐은 밴드를 탈퇴한 후 칼리 레 잽슨(Carly Rae Jepsen) 등의 음반을 프로듀스했다. 로스탐이 벰파이어 위켄드의 전작 [Modern Vampires of the City]를 프로듀스한 사실을 여기서 새삼스래 다시 기억해야 겠다. 밴드는 메인 프로듀서를 잃은 셈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과 음악을 만나고 옛 동료와는 조금 더 멀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에즈라 코에닉은 밴드의 음악이 결코 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을 것이다. 실제로 [Father of the Bride]는 전작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띈다. 우선 밴드 하임(Haim)의 리드 보컬 다니엘 하임(Danielle Haim)과 듀엣을 이룬 노래 세 곡이 전면에 포진해 있다. 이 노래들은 초기 밥 딜런의 음악이 연상될 정도의 전형적인 포크 넘버들인데, 음반의 포문을 여는 “Hold You Now”는 다니엘 하임과의 포크 듀엣에 더해 영화 [씬 레드라인]에 삽입된 멜라네시아 민요인 “God Yu Takem Laef Blong Mi”가 샘플링되어 후렴구를 꾸미고 있다. 코에닉은 포크와 함께 샘플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021”에 호소노 하루오미가 1984년에 발표한 노래 “Watering Flower”을 삽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니엘 하임은 음반을 마무리짓는 노래 “Jerusalem, New York, Berlin”에 다시 등장하며 음반의 성격을 규정 짓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사실 코에닉과 하임의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흥겨운 가락의 일렉트로-포크 음악 “Married in a Gold Rush”일 것이다. 음반은 포크와 샘플링, 그리고 밴드의 정체성 중 하나인 아프리칸 민속음악 외에도 꽤 다양한 장르를 편식 없이 섭취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사랑할 사이키델릭 넘버 “Sunflower”에는 인터넷(The Internet)의 스티브 레이시(Steve Lacey)가 참여하여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노래에 등장하는 기타리프는 아마 꽤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발매 초기 팬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Harmony Hall”과 “This Life”는 세 명의 코러스, 세 명의 기타리스트, 두 명의 퍼커션, 그리고 건반까지 합쳐진 빅밴드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전히 잡식성이지만, 그 섭취 범위가 전보다 훨씬 넓어지고 깊어졌다.

이러한 음반의 다양성을 두고 피치포크는 “마치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것 같다”며 [Modern Vampires of the City]에서 밴드가 보여준 집중력과 응집력이 보이지 않아 약간 아쉽다는 의견을 보였고, 올뮤직은 “조금 더 복잡해졌지만 이와 동시에 전에 없이 직선적이다”라는 호의적인 평을 내렸다. 나는 벰파이어 위켄드가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 가는 것 같아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물론 [Contra]나 전작에서 보여준 천재성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게 된 뮤지션 중 보다 깊게 파고들어가는 집중력을 높은 수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는 소수의 천재들 뿐이다. (그 천재적인 테임 임팔라 조차 [Currents] 발매 이후 아직까지 버벅거리고 있는 점을 상기하자) 대다수의 ‘조금 덜 천재인’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너그러움 정도일텐데, 벰파이어 위켄드는 그리 신경질적이지 않게, 그리고 게으르지도 않게 명민하게 좋은 균형점을 발견했고, 이를 한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위에 성실하게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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