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Thief | U.F.O.F.

올 해 최고의 음반이 도착했다. 빅 띠프(Big Thief)는 앞서 발표한 두 장의 음반 [Masterpiece]와 [Capacity]를 통해 인디 포크씬에서 꽤 중요한 존재로 자리잡았다. 프런트워먼 에이드리앤 렝커(Adrianne Lenker)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풀어낸 [Capacity]는 개인적으로 2017년 최고의 음반 중 하나였다. 렝커는 2018년 개인 이름으로 [Abysskiss]를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갔고, 밴드는 렝커의 이 음반을 끝으로 Saddle Creek Records에서 4AD로 플랫폼을 갈아탔다. 밴드가 4AD에서 발표한 첫번째 음반이자 밴드의 세번째 음반 [U.F.O.F.]는 2019년 인디 포크씬 뿐 아니라 현대음악계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음반으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그 정도로 명료하고 굵직하게 하나의 완전한 음악적 세계를 구현해내는 음반이다. 이 음반은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Suburbs] 음반과 같은 인상을 주는데, 음악의 형식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밴드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그러하다. 즉, ‘기존에 해오던 것을 반복했음에도 대중음악계가 새삼스레 호들갑떨며 발견하는 음반’이 될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U.F.O.F.] 역시 기존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렝커의 우울한 과거사에서 많은 모티브를 가져오고 있고, 나즈막한 렝커의 목소리와 격하지 않은 통기타 연주 등 포크음악의 형식으로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작과 달라진 점, 혹은 이 음반을 ‘완전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두어가지 정도 발견된다. 첫째,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다 밴드 형태에 가까운 음악이 완전한 수준으로 진화했다.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완전(complete)’이라는 단어는 ‘완벽(perfect)’과 미묘하게 다른 개념이다. 음악과 같은 예술의 영역에서 절대적 완벽함이란 쉽게 존재할 수 없는 차원이다. 하지만 한 예술가의 내재적인 발전과정에서 부족함이 메워지고 한계가 극복되는 과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기존의 차원에서 더이상 논의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이 어느정도 ‘완성’되었을 때 완전하다, 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U.F.O.F.]는 그 정도 수준의 음반이다. 먼저 렝커에게 의존적이었던 음악적 구성이 밴드 멤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렝커를 포함한 밴드의 모든 멤버들이 음반 크레딧에 ‘ambience’라는 역할로 올라가 있는 점이 흥미롭다. 즉, 이 음반은 하나의 장르로 읽히기 보다는 특유한 ‘분위기’로 이해되어야 하는 측면이 강한데, 이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있어 멤버들의 허밍이라던가 나지막한 코러스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Century”같은 곡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포크 넘버인 이 노래는 밴드 멤버 벅 믹(Buck Meek)의 코러스 참여로 인해 빅 띠프의 음악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조금은 로킹한 트랙인 “Contact”에서는 물이 오른 합주실력을 엿볼 수 있다.

둘째, 보다 깊어지고 포용적이 된 음반의 철학이 독보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음반의 제목 ‘U.F.O.F.’는 ‘미확인 비행물체’를 가리키는 약어 ‘U.F.O.’에 ‘friend’를 상징하는 F를 붙인 것이라고 한다. 음반에는 여전히 상처와 죽음의 흔적이 가득하다. 렝커의 개인 음반에 수록된 곡을 리메이크한 “Terminal Paradise”에서는 죽음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렝커와 친구들은 자신 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외부로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음반을 듣는 청자에게도 그렇게 외부의 이방인과 친구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Terminal Paradise”를 다시 들여다 보면 의미심장한 구절이 발견된다.

터미널
우리 둘 다 알고 있어
내 남은 것들 모두 떠나게 해줘
내 죽음이 하나의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이 한송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봐줘
나는 너의 여정 속에서 피어날 것이고
모든 꿈에서 함께 할거야

음반의 타이틀곡인 “U.F.O.F.”는 약간은 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마치 나쁜 꿈을 꾼 것 같이
넌 사라지겠지
다른 지도는 파란색으로 바뀌고

거울에서 거울로(위의 두 구절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난 너를 상상해
우리의 사랑을 더 깊게 하기 위해
나를 밖으로 이끌어내는 너의 모습을
우린 더이상 떨어지지 않을거야

렝커의 가사는 한 편의 시가 되고, 청자는 그의 목소리에 위로받고 그의 목소리를 위로한다. 절망적이지 않지만 대책없이 긍정하지 않는 침착함. 여전히 세상은 어둡고 우울하지만 서로의 손을 잡음으로써 담담히 걸어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음반의 시각 역시 완전하다.

렝커의 개인 음반에서 건너온 곡이 하나 더 있다. “From” 역시 [Abysskiss]에 수록된 곡인데 “Terminal Paradise”처럼 보다 더 아름다운 밴드곡으로 잘 편곡되어 실려있다. “From”과 “Terminal Paradise”는 렝커와 빅 띠프의 음악에 연속성을 부여하며 이들의 이야기가 일반적인 삶처럼 긴 시간 굽이굽이 흐르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이 음반에는 앞서 언급한 노래 들 외에도 빅 띠프 특유의 절절한 멜로디라인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노래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Orange”는 렝커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극대화하는 좋은 트랙이며, “Cattaills”와 “Jenni” 역시 오직 빅 띠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U.F.O.F.]는 버릴 곡이 하나도 없고 놓치고 싶은 순간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올해의 음반’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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