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lüfer Yanya | Miss Universe

“나만 알고 싶은 뮤지션”이라는 농담은 혁오가 [무한도전]에 출연하던 무렵부터 대중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 같다. 남다른 센스와 부지런함으로 단련된 감각적인 리스너들은 꽤 괜찮은 음악을 누구보다 먼저 찾아내어 남모를 뿌듯함을 느끼는 것을 삶의 기쁨 중 하나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찾아 듣다보면 가끔 ‘음, 이 음악은 조만간 한국의 힙스터들에게 사랑받겠군’과 같은 직감을 느낄 때가 있다. 신선하고 감각적인 음악적 외형은 기본이다. 한국의 젊고 부지런한 힙스터 리스너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남다른 외모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또래 뮤지션들과 구분되는 확실한 정체성을 몇가지 상징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영국 런던 첼시 출신의 1996년생 아티스트 닐루퍼 얀야(Nilüfer Yanya)는 그 까다로운 요건을 거뜬히 통과하고도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데뷔음반 [Miss Universe]를 내놓았다. 터키 음악을 전공한 아버지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얀야는 12살 무렵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하였으며, One Direction을 프로듀스한 회사에서 걸그룹으로 데뷔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계속 추구해왔다. 몇 장의 EP를 내고 올 해 정식으로 데뷔 음반을 발표했는데 평단의 평은 무척 호의적인 편이고, 벌써부터 나의 몇 안되는 힙스터 친구들은 얀야의 음악을 끼고 살기 시작했다. 김밥레코드 사장님은 “올해의 앨범급 데뷔작”이라고 칭찬했는데, 닐루퍼 얀야의 음악이 한국과 미국 등에서 널리 들려질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ATO 레이블에서 발매된 [Miss Universe]는 데뷔 음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통통 튀는 노래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영향을 받았다고 그녀가 언급한 뮤지션을 열거해보면 큐어(The Cure), 픽시스(Pixies),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니나 사이먼(Nina Simone) 등이 있는데, 이 종잡을 수 없는 레퍼런스처럼 [Miss Universe]도 ‘이보다 더 잡탕밥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뒤섞여 있다. 인디록, 재즈, 힙합, 트립합, 디스코, 신스팝 등 갖가지 장르가 닐루퍼 얀야의 입맛에 맞게 맛있게 비벼져 있다. 싱글로 발매되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훅을 자랑하는 곡만 다섯 손가락에 다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곡은 “Paralysed”, “Melt”, “The Unordained”, “Heavyweight Champion of the Year” 등인데, 기타와 드럼 등 최소화된 악기 구성에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얹는 것만으로 훌륭한 노래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충실히 증명해내고 있는 노래들이다. 세인트 빈센트(St.Vincent)가 노래를 진행해 나가는 방식도 떠오르고, 킹 크룰(King Krule)의 분위기도 조금 느껴진다. 초창기 파이스트(Feist)의 색깔도 난다. 나 역시 그녀의 음악을 묘사하기 위해 종잡을 수 없는 레퍼런스를 꺼내들게 된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다. 이런 신인을 만난다는 것은 항상 기분 좋은 일이다. 연말에 많이 언급될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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