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met is Coming | Trust in the Lifeforce of the Deep Mystery

더 코멧 이즈 커밍(The Comet is Coming)을 단순히 재즈 트리오라고 소개하는 것은 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는…” 과 같은 부연 설명을 붙이는 것도 조심스럽다. 이들의 음악을 정의내리기 위해서는 몇 개의 장르 이름보다는 촉각, 혹은 미각적 느낌을 설명하는 형용사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만큼 더 코멧 이즈 커밍의 음악은 강렬하고 직관적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들의 음악은 정교하게 잘 짜여진 명품 옷처럼 탄탄하고 빈틈이 없다.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미리 설계된 미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재미가 있다. 혹자는 이들이 재즈의 미래라고 이야기하고, 다른 이들은 재즈 뿐 아니라 소울, 펑크, 힙합, 전자음악, 사이키델릭 등 현재 트렌드를 장악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 장르를 아우르는 조금 더 큰 그림을 이들이 그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흥분한다.

스스로의 음악을 “apocalyptic space funk”라고 정의하는 세 명의 런던 출신 뮤지션이 처음 만난 곳은 2015년 런던의 한 공연장에서였다. 드러머 맥스웰 할렛(Maxwell Hallet)과 키보디스트 댄 리버스(Dan Leavers)는 당시 퓨처리스틱한 음악을 하는 듀오 사커96(Soccer96)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었는데, 근처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있던 색소포니스트 샤바카 허칭스(Shabaka Hutchings)를 만나 단숨에 의기투합하게 된다. 선 라(Sun Ra), 존 콜트레인과 같은 선대 뮤지션에 대한 애정을 공통분모로 하여 이들이 결성한 그룹의 이름은 그 이름도 요상한 더 코멧 이즈 커밍. 그룹을 만들면서 무대 이름도 새롭게 정했다. 할렛은 베타맥스(Betamax), 리버스는 다날로그(Danaloque), 허칭스는 킹 샤바카(King Shabaka). 컨셉도 확실했다. 세기말, 사이키델릭, 장르 불문. 이들이 2016년 발표한 데뷔 음반 [Channel the Spirits]는 내 귀에는 조금 버거웠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좋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곁에 두고 즐겨 듣을 수 있는 그런 음반은 아니었다. 몇 번을 겨우 들은 후 뒤로 넘겨버렸던 기억이 있다. 컨셉이 확실한 뮤지션의 음악이 갖는 가장 큰 단점은 그 컨셉에 동의하지 못하는 청자의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되게 진한 산미를 가진 원두는 그 나름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산미를 즐기지 않는 커피 애호가에게 결코 사랑받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그런 그들이 발표한 두번째 음반 [Trust of the liveforce in the Deep Mystery]는 그런 호불호조차 뛰어넘을만한 뛰어난 작품이다. 마치 호날두의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축구팬조차, 르브론 제임스의 농구를 사랑하지 않는 안티-르브론 팬조차 결국 호날두나 제임스가 이룩한 업적에는 고개를 저으며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인 셈이다. (물론 코멧 이즈 커밍의 음악을 그정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음반에서는 시각적 강렬함이 조금 더 빛을 발한다. 베타맥스의 스네어 소리와 킹 샤바카의 엘토 색소폰 음이 빚어내는 조화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여기에 더해 전체적인 사운드를 만지는 다날로그는 더 코멧 이즈 커밍의 음악을 조금 더 퓨처리스틱하게, 다른 말로 하면 때깔나게 꾸며놓았다. 이들과 가장 비슷한 색깔을 내는 뮤지션으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와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광기’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는 점에서 콜트레인과 닮았고, 한도 끝도 없이 최면적이라는 점에서 테임 임팔라와 비슷하다. 음반의 베스트 트랙은 한 곡만 꼽기에는 너무 차고 넘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곡인 “Summon the Fire”부터 “미쳤다”라는 표현 밖에는 나오지 않는 대단한 킬링 파트를 품고 있는 노래 “Birth of Creation”, 일렉트로닉의 차원으로 훌쩍 넘어가버리는 “Timewave Zero”, 음반에서 가장 사이키델릭한 “Blood of Past”, 심지어 명상적이기까지 한 “The Universe Wakes Up” 등,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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