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사람

[우리는 안아주는 사람일 뿐]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온 개 하나와,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딸 하나, 이렇게 둘과 함께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다(물론 남편도 있는데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책에는 유기견 센터에 존재하는 ‘뜬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기견센터의 우리는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바닥에 구멍을 뚫어놓았기 때문에 그 안에 갇힌 유기견들은 제대로 걷기도, 서있기도 힘든 상태에서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러 오거나, 2주 뒤로 정해진 안락사를 통해 고통을 끝낼 때까지.

몇달 전, ‘강아지 병’에 걸린 아내와 함께 대전의 유기견 센터에 잠시 방문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때의 경험이 잊혀지지 않는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우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격렬하게 우리를 향해 짖어대는 수많은 유기견들의 울음소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 울음소리는 적대감이나 두려움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처음 보는 이 사람들이 자신을 지금 당장이라도 데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을 따라 이 고통 속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그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 집단적인 절실함에 압도당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도망치듯 그 곳을 나와야 했다.

이후 우리 부부는 결국 유기견을 데려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달에도 임신에 실패했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둘이서 살고 있다. 아이를 갖기를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린아이를 만날 때마다, 교수 휴게실에서 동료, 선배 교수들의 육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아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너무 고통스럽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하고, 친구나 동료의 육아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위로와 부러움을 건네고, 인스타그램 속에서 웃고 있는 아이의 얼굴에는 늘 like 버튼으로 화답하지만, 그렇게 사회적 활동을 하는 순간 순간마다 나는 너무 고통스럽고 슬프다. 내가 아직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고, 삼신할매가 우리 부부를 많이 질투해서 이런 것인지 그녀를 만나 따져 묻고 싶다. 나의 부족함과 못남이 결국 우리 부부를 이 고통 속에 빠트린 것 같아 죄책감에 고개를 들기 힘들 때도 많다. 최근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마음 속의 괴로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 삶은 이미 아내만으로 충만하게 채워졌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새로운 가족을 절실히 원하지 않게 만든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절실하게 새 가족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가족이 우리에게 찾아온다면, 하는 상상만으로 이미 너무나 행복해져서 실제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런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기도 한다. 단지 상상만으로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흔치 않다. 그 새로운 가족이 개였어도, 혹은 아내의 몸에서 태어날 우리를 닮은 사람이었어도, 우리는 너무나 기쁘고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유기견 센터에서 눈이 마주친 유기견들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동시에 너무나 적막해서 음악이나 TV볼륨같은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집 안의 빈 공간이 내 탓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너무 무겁다. 얼마나 더 절실해져야 하는지, 얼마나 더 절실하게 새로운 가족을 원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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