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리 제이미슨 | 공감 연습

[공감 연습]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레슬리 제이미슨이 주요 매체에 기고한 에세리 11편을 모은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러프하게 표현하면 이와 같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을 어떤 범주에 포함시켜야 할지 지금도 망설이고 있다. 자신이 집적 체험한 바를 적나라하게 기술한 수필이기도 하였다가, 그 지점으로부터 이야기의 층위를 확장시켜 전반적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문화비평처럼 읽히기도 한다. 특정 공간에 있는, 혹은 특정 병명을 가진 사람을 인터뷰하여 이를 정리하기도 했다가, 어떤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재해석하고 그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매체비평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는 제이미슨이 거의 모든 에세이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고통’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에세이에서 제이미슨이 공통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바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다. 본문에서 몇차레 인용한 수잔 손택이 그녀의 직계스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다양한 대상에 적용하되 11개의 이야기가 산만하게 퍼져나가지 않고 가지런하게 모여 하나를 비추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는 선명한 주제의식이 모든 글에서 또렷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라는 주제의식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제이미슨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그녀만의 문체를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어로 번역된 글에서도 강하게 제이미슨의 색깔이 묻어나온다. 제이미슨의 글은 직설적이되 사려깊고, 풍부하게 쓰이되 독자가 스스로 생각한 의견을 삽입할 수 있을 정도의 여지는 남겨둔다. 그래서 읽는 과정이 즐겁고, 지적으로 흥미로우며,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다고 느낀다. 좋은 에세이인 셈이다. 제이미슨이 택한 에세이의 대상 역시 매우 흥미로운데, 이 책의 제목인 [공감 연습]과 같은 제목을 가진 에세이에서는 의대생의 수업을 도와주는 의료 배우로 일한 경험을 살려 의료과정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택하되, 본인이 직접 경험한 낙태라는 사건을 삽입함으로써 타인의 감정을 내재화시키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에세이는 “악마의 미끼”였는데, 모겔론스병(morgellons)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객관화하려는 시도의 다층적인 의미를 깊게 탐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11편의 에세이 모두 훌륭한 것은 아니다. 가끔은 너무 따분해서 페이지를 넘겨버리고 싶은 글도 있었고, 제이미슨 본인의 욕심에 의해 과도하게 일을 벌리다보니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공감 연습]이 최근 읽은 논픽션 중 꽤 괜찮은 축에 속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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