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 | Language

XXX | Language

[쇼미더머니]을 통해 메인스트림 문화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주류 한국 힙합은 미국 흑인음악의 형식과 내용 모두 별다른 고민 없이 베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붐뱁, 트랩, 클라우드, 어쩌구저쩌구 하는 힙합의 다양한 얼굴들 중 한국 힙합이 내재적으로 탄생시킨 독창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힙합은 문화다”를 주구장창 외치는 그들은 정작 미국 힙합문화의 단편적인 모습들만을 그대로 직수입해 상표조차 떼지 않고 사용 중이다. [쇼미더머니]에서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명 래퍼가 영어로 감탄사를 내뱉는 장면이 유독 자주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 ‘왜 부끄러움은 시청자의 몫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적인 힙합’에 대한 고민은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가장자리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발견된다. 경상도 사투리로 랩을 구사한 메타와 렉스의 “무까끼하이”와 같은 시도는 물리적 성공이 유일한 목표, 혹은 숭고한 미덕 정도로 취급되는 [쇼미더머니]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XXX는 래퍼 김심야와 작곡가 겸 프로듀서 프랭크(FRNK)로 이루어진 힙합 듀오다. 이들은 아직 [쇼미더머니]의 바깥 테두리에 위치해있다. [Language]는 이들이 발표한 EP인데, 최근 꽤 즐겨 자주 들은 음반이다. 음반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 요인은 김심야의 래핑보다는 프랭크의 사운드메이킹 쪽에 있다. 프랭크의 감각적인 작곡과 사운드메이킹은 이들의 음악을 [쇼미더머니] 제작과정에서 급하게 만든 ‘음원순위용’ 노래들과 차별화시킨다. 최근 힙합에서 이런 사운드를 듣게 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인더스트리얼 음악의 최전선을 목격하는 듯 하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프랭크의 사운드는(실제로 칼을 가는 소리가 효과음으로 들어가 있기도 하다) 분노로 가득찬 고음의 김심야의 목소리와 제법 잘 어울린다. 김심야의 랩은 비트에 맞게 때려 박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메인트스림 한국 힙합계에 대한 차오르는 분노가 느껴지긴 하는데, 래퍼의 ‘자세’는 확실히 인식할 수 있다 하더라도 래퍼의 ‘이야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화가 난 것은 그가 내뱉는 다채로운 욕설 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데, 왜 화가 났는지 청자를 이해시키려고 성실하게 노력하지 않는다. 이런 형식적인 문제는 그가 공격하는 메인스트림 한국 래퍼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약간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설픈 영어 가사는 한국어를 모르는 청자에게도 김심야의 ‘자세’를 설명하는 차원으로는 제법 쓸만하게 느껴지지만, 이 역시 ‘왜 부끄러움은 한국 청자의 몫인가’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