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 | 불평등의 대가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정보의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문제를 구조화하여 경제모형 안에 도입하고,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의 형태를 정의하는 한 축인 딕싯-스티글리츠 효용함수를 고안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더이상 이룰 것이 없을 정도로 높은 경지에 다다른 학자다. 미시경제학이든 거시경제학이든, 이론이든 실증분석이든 자신이 속한 학문분야와 상관없이 경제학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위의 두 경제적 개념을 들어보지 않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의 박사학위 논문주제이자 평생 천착한 연구주제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그가 다룬 시장의 비대칭성, 혹은 독점적 경쟁시장 모두 현대 시장경제에 존재하는 불완전성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특징들이다.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기업은 이상적인 균형상태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추가적인 수입을 확보하고(mark-up revenue), 개별 소비자의 후생은 감소하며, 그 결과 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화된다고 주장해왔다.

[불평등의 대가]는 주류 경제학계를 떠남과 동시에 가열차게 주류경제학의 시장중심적, 기업중심적 이론을 비판해온 스티글리츠 사상의 한 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책의 해제를 무려 선대인씨가 썼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 이 책의 신뢰도가 확 떨어지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되었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내려가다 보면 감히 선대인 따위가 비빌 수 없는 단단하고도 강렬한 그의 사상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다. 최근 읽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책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급하게 집어들었지만, 노르베리-호지의 관점과 일부 맥락을 같이 하면서도(세계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 전세계적 지역화를 주장하는 노르베리-호지와 달리 기본적인 세계 경제구조의 패턴은 인정하되 그 안에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자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스티글리츠의 시각은 반세계화 주의자들에게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해주는 차원을 넘어 경제학의 지평을 넓히는 차원에서 해석되어질 여지가 충분하다. 다만, 미국이라는 단일한 국가에 한정하여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국가별 상이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선대인씨처럼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나라가 한국이다!”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다), 그가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대상인 대기업의 “약탈적” 경제행위의 근간이 되는 이기심, 혹은 ‘애니멀 스피릿’에 대한 구조적 분석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부분에서 그가 제시하는 다양한 정책적 제안들은 현실의 경제구조 안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본문의 내용 중 인상 깊었던 지대 추구(rent seeking) 행위를 잡아내기 위한 지원금 폐지, 독점금지법 강화, 금융부문 규제강화같은 주장들은 실제로 민주당 정권 시절 신중하게 추구된 전례가 있고, 세계화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경상수지 적자 해소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통해(물론 스티글리츠가 원한 방법은 아니었을 것이다)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 또한 현실에서 정책으로 반영이 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금융부문의 과도한 위험추구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감하는 편인데, 경제적 호황기에 지나친 신용공급을 추구하지만 불황기에 시작되면 이렇게 과잉공급된 신용을 순식간에 거두어 들여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금융산업의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이 최근 전세계적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주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의 경제적 유인을 전환시킬 수 있는 정책적 도구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One thought on “조지프 스티글리츠 | 불평등의 대가

  1. 좋은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스티글리츠의 박사논문이 불평등에 관한 것이었다니, 꽤 놀랍네요. 정보경제학에서의 신호발송이나, 딕싯-스티글리츠 효용함수 같은 개념들은 경제학 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배우고, 약간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인데 그러한 개념들이 그의 불평등에 관한 관심/연구의 연장선에서 나온 산물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스티글리츠가 남긴 다른 분야에서의 업적이나 그의 저작들(특히 세계화에 관한)도 좀 새롭게 보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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