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덕 |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

북유럽신화
시작은 운전연습이었다. 세종시는 서울과 달리 자가운전이 필수인 곳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운전을 전혀 하지 않았던 아내도 운전을 새로 배워야 했다. 꽤 잘 가르친다는 선생님을 소개 받아 여름방학 중 며칠 개인교습을 받았다. 아내가 운전연습을 받는 동안 혼자 집을 지키고 있자니 조금 심심해졌다. 그러던 와중 서랍정리가 하고 싶어졌고, 텔레비전이 놓인 TV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쪽 구석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 나왔다. 1년에 몇 번 하지 않아 구석에 처박아놓은 게임기였다. 갑자기 게임이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게임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 부부는 자연스럽게 각종 게임을 하나씩 마스터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친한 형 부부가 세종시를 방문했다. 그는 게임의 고수였다. 두어개 정도의 게임을 추천해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마침 여름맞이 할인기간이어서 거의 반값에 좋은 게임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덧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두 게임 중 먼저 시작한 게임이 바로 [갓 오브 워 4]였다. 이 게임은 스파르탄에서 건너온 한 무시무시하고 무뚝뚝한 사나이가 아들과 함께 고대 북유럽 신화 속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컨트롤러의 조작능력이 중요한 액션게임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구성이 탄탄해서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몰입해서 하느라 며칠 밤을 뜬 눈으로 보내야 했다. 그렇게 무사히(물론 ‘무사히’는 아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죽음’을 맞이했지만, 게임 속 주인공은 그 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다시 부활하여 나로 하여금 계속 전진하게 만들었다) 엔딩을 보았고, ‘파밍(farming)’이라고 불리우는 엔딩 후 플레이는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게임창을 닫았다. 하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 아쉬움이 남아 있음을 발견했다.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다보면, 등장인물들이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여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각종 신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알 수 없는 깊은 소외감을 느껴야했다. 나는 북유럽 신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왜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자기네들끼리만 저리도 열심히 하는가, 왜 나에게 그 신화속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것이지?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책, [처음 만나는 북유럽 신화]는 나처럼 고대 북유럽 신화를 잘 모르는 초심자를 위한 친절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각종 신화에 대한 전문가이자 문화인류학자로서 세상을 조망하는 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대 북유럽 신화의 세계관 및 주요 등장인물을 차분하고 정갈하게 전달하고 있다.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토르의 무적 망치, 묠니르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부터 한쪽 눈을 잃으면서까지 지혜를 갈구했던 최고신 오딘, 사고를 일으키지만 미워할 수 없는 장난꾸러기이자 기어코 그 장난끼를 주체하지 못해 신들의 세계를 멸망시키고야 마는 로키의 이야기까지, 개성 넘치는 신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200쪽 남짓한 분량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읽어내려가게 된다. 나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북유럽 신화에 대한 지식이 짧은 사람이라면, 혹은 [토르]나 [반지의 제왕]을 즐겁게 보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메타포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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