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ski | Be the Cowboy

mitski
미츠키(Mitski)의 네번째 정규 음반이자 그녀의 이름을 전세계 음악팬들에게 각인시킨 2016년작  [Puberty 2]는 분명 그 해 발매된 음반 중 가장 손꼽히는 작품이었지만, 나는 선뜻 그 해 가장 뛰어난 음반이었다고 말하기를 주저했다. 이건 전적으로 내가 그녀와 비슷한 지역성(locality)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였다. 즉, 나의 입장에서 그녀와 그녀의 음악을 어떤 범주에 넣을지(categorize) 지나치게 고민한 것 같다. “Your Best American Girl”같은 곡은 디아스포라(diaspora) 음악으로 볼 수도 있고 그냥 가벼운 인디-아이돌 팝넘버로 볼 수도 있었다. 음반 전체적으로는 아주 좋은 로-파이 음악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여성성(femininity)과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문학작품으로 해석할 여지도 다분했다. 그녀의 음악이 가진 다층적인 구조때문에 음악을 음악 자체로 100% 즐기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많은 기대 속에 올해 발매된 다섯번째 음반 [Be the Cowboy]는 그녀의 음악적 세계관이 한층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전작의 어디에선가 형식적으로 ‘아마추어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면, 이번 음반에서 그러한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는 지점 또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로-파이 음악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껴안는 기존의 색채는 전체적으로 유지하되 디스코, 신스팝, 흑인음악 등 다양한 장르로 예쁘게 치장했다. 80년대, 때로는 6,70년대 스탠다드 팝 넘버의 영향력까지 느껴지는 곡들이 존재한다. 덕분에 음악은 훨씬 말끔한 옷을 입었고 다양성까지 획득했다. 미츠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전작 [Puberty 2]의 연장선상에서 그 주제를 조금씩 확대한 느낌이다. 음반의 제목은 [Be the Cowboy]이지만, 그 어떤 노래에서도 카우보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국의 한복판에서 아시아-여성-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녀가 전달하는 삶의 파편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미츠키가 이번 음반에서 획득한 이러한 형식적, 내용적인 측면에서의 발전된 모습은 첫곡 “Geyser”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곡 하나만으로 이미 “Your Best American Girl”의 무게감을 넘어선 것 같다. 이 외에도 “Nobody”에서는 전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미츠키의 클래식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고, “Why didn’t You Stop Me?”, “Two Slow Dancers”와 같은 좋은 곡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34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이 음악의 감상을 방해하는 유일한 요소인데, 스트리밍 서비스의 확산 등 음악 산업이 변화하면서 정규 음반(“Full-length” album)의 정의와 개념도 서서히 변화하는 시점이니 만큼 이 것이 절대적인 흠은 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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