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pentwithfeet | Soil

soil
음반 자켓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이 음반을 구매하게 된 첫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느낀 범상치 않음은 음반을 반복해서 재생시킬수록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뉴욕 출신 음악가 조시아 와이즈(Josiah Wise)가 세크리틀리 캐내디안(Secretly Canadian) 음반사와 손잡고 내놓은 첫번째 음반이자 메이저에서 발표한 첫번째 정규음반 [Soil]은 R&B와 찬송가, 클래식과 소울음악, 전자음악 등이 묘한 분위기로 뒤섞여있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혼란스러움 속에서 기묘한 질서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와이즈의 보컬은 가스펠 코러스와 어울려 그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뽐내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음악은 흑인음악과 클래식이라는 양 극단(?)이 전자음악과 만나 요즘말로 ‘힙’한 색채를 한껏 드러낸다.

조시아 와이즈의 성장배경은 설펀트위드핏(Serpentwithfeet)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것 같다. 와이즈는 뉴욕의 유복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클래식을 배우기 시작했고, 필라델피아의 음악전문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대학원 입시에서 낙방한 후 빠리와 필라델피아 등을 여행하다 필라델피아의 네오-소울 씬에 정착했고, 2013년 뉴욕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음악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14년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샘플링하여 자신의 보컬을 입힌 “Curiosity of Other Man”을 발표했는데, 이 곡에는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아프리칸-어메리칸 동성애자라는 정체성과 클래식을 전공한 소울 뮤지션이라는 정체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15년 설펀트위드핏의 이름으로 발표한 데뷔 EP [Blisters]가 나왔고, 뷰욕(Bjork),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 등을 그의 팬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의 데뷔작은 예견된 성공을 담보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음악은 깊은 내적 성찰을 바탕으로 하는 소울 계열 음악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한다. 무대이름인 ‘Serpent with Feet’도 기독교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는 다리 달린 뱀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종교적이다.  그는 거의 모든 노래에서 사회의 통념과 배치되는 자신의 본능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자로 태어나 남자를 사랑하는 가운데 겪은 내적인 갈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의지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프랭크 오션(Frank Ocean)과 맞닿아 있는 부분도 발견된다. 와이즈 본인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예술가로 브랜디(Brandy), 뷰욕(Bjork), 클래식 작곡가 드보르작(Antonin Dvorak), 그리고 소설가인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등을 꼽았는데, [Soil]을 듣다보면 도저히 하나로 합쳐질 것 같지 않은 위의 예술가들이 설펀트위드핏의 음악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올해 들었던 가장 신선한 음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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