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masi Washington | Heaven and Earth

Kamasi Washington_ Heaven and Earth
카마시 워싱턴의 전작 [The Epic]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그가 드뷔시를 해석하는 방식이었다. 드뷔시의 피아노 연주곡을 꽤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The Epic]에서 카마시 워싱턴이 연주한 “Clair de Lune”은 최근 들었던 그 어떤 드뷔시 연주보다 따뜻한 온도와 농밀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무려 세 장으로 구성된 이 괴물같은 데뷔 음반을 2015년에 발표한 1981년생의(얼굴로 사람 판단하지 맙시다) LA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가 3년만에 [Heaven and Earth]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청자의 귀를 조금 고려해주었는지 다행히(?) 두 장짜리 음반이다. 한 장은 “Heaven”, 다른 한 장은 “Earth”에 대한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재즈라는 하나의 장르에 가둬둘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에 대한 편식없는 소화능력을 이번 음반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준다. 허비 행콕부터 켄드릭 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와 협연한 경력이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새 음반에서 눈에 띄는 점이라면 음악적으로 조금 더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라는 기본 바탕에 네 명으로 구성된 보컬 그룹과 열 명 남짓한 중창단이 더해졌다. 악기의 수가 늘어난 만큼 이를 통제하는 지휘자의 역할도 중요할텐데, 카마시 워싱턴은 능숙한 솜씨로 이 메인 쉐프의 역할을 단단하게 성취해낸다. 전작에 비해 눈에 띄는 또다른 점이라면 서사의 확장을 들 수 있다. “Heaven”을 지나 “Earth”로 가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워싱턴이 깔아놓은 다양한 풍경들을 어깨 너머로 구경할 수 있다. 가사로 구구절절히 서사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가 조절하는 음악의 호흡과 리듬만으로 충분한 서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압도적이고 황홀한 체험을 지루하지 않게 긴 시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은 단지 재능이 넘치는 뮤지션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아주 짧은 기간동안만 가능한 빛나는 절정이다.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폼”이라는 단어를 여기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 음악을 스포츠 경기에 비유하자면 요즘 “폼”이 가장 좋은 선수는 카마시 워싱턴이 아닐까 싶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