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보파 |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비스코치브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는 흥미로운 우화(寓話)집이다. 스무편의 짤막한 이야기가 모여있는데, 모든 단편의 주인공 수컷의 이름은 비스코비츠로 통일되어 있다. 비스코비츠는 전갈로 태어나기도 하고 쇠똥구리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각각의 삶에서 비스코비츠는 종(種)의 특성과 본능에 충실하지만, 그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며 인간 세상을 거울처럼 비추기도 한다. 그 거울 안에는 한 치 앞의 인생도 알지 못하면서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마냥 떠들어대는 인간의 나약함과 자만심이 동물의 모습으로 현현하여 독자를 비추고 있다. 야생의 동물들을 한없이 가여운 존재, 혹은 본능에 충실한 단순한 존재로 바라보는 인간 역시 그 한계와 나약함이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작가는 각각의 동물이 가지는 주요한 특성을 과학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며 어렵지 않게 전달한다.

생물학자로 평생을 살다 염증을 느끼던 와중 폭등한 주식가격을 핑계로 긴 휴가를 떠난 저자 알레산드로 보파는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짤막한 이야기들을 묶어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가 전달하는 동물의 삶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있고(뻐꾸기의 산란 행태같은 것들)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해면동물의 생식과정 등) 사실 그러한 생물학적 상식의 전달 유무가 이 책을 읽는데 그리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짧은 길이의 스무편의 단편에(어떤 단편은 한국어 번역본 기준으로 두 쪽을 넘지 못한다) 서-본-결 구조가 단단하게 짜인 재미있는 서사가 완성된다는 점이 놀랍게 다가온다. 각각의 단편이 가진 특성도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타고난 이야기꾼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