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영 엮음 |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표지
이 책은 2016년 시작된 ‘수요자 모임’에 참석한 남성들이 성매매와 관련된 각자의 사연들, 주장들, 혹은 상념들을 풀어놓은 에세이 모음집이다. ‘수요자 모임’은 성매매의 공급 측면이 아닌 수요 측면의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2016년 만들어진 일종의 토론 모임으로, 이 포럼의 참가자는 대부분 성매매 경험이 없는 남성들이라고 한다. 이 책에 의하면, 참가자들은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거나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성매매 시장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해오고 있다고 한다.

각종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 남성 중 약 절반 정도가 성매매 경험이 있고,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1년에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약 6조원 정도 규모로 국내 커피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한국인 중 성매매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성매매는 남·녀 간 젠더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데, 왜냐하면 통계적으로 성매매의 수요자-공급자 관계가 남-녀 관계로 고정될 때가 많으며, 성매매 거래의 특성 상 육체의 직·간접적 통제와 구속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에, 사회에 만성적으로 퍼진 성매매 문화가 남·녀 간 젠더 불평등성 심화에 미치는 영향이 존재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의 배경이 되는 ‘수요자 모임’은 기본적으로 성매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여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성매매 반대운동의 기본적인 목적에 더해 성매매를 구매하는 남성의 자발적인 반성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양성 평등적 가치 아래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성매매가 만성화된 한국사회에서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은 남성들이 갖는 상식적 수준의 합의를 무난하게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성매매 합법화 반대 논리가 지나치게 귀납적이고 추상적이며 윤리적인 차원에 갇혀 있다는 비판과, 그 비판에 논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주최측의 한계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군대에서 흔히 받게 되는 성매매 유혹이나 이후 사회생활에서 강요받게 되는 ‘2차’ 문화 등을 개인적 차원의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나름 슬기롭게 피해다녔다고 생각하는 나 조차 한국의 성매매 산업을 너무 얕게 이해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의 말처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멍청해서, 혹은 젠더 감성이 부족해서 성매매를 합법화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성매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성적 불평등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사회적 모럴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장논리 아래 탄생할 수 밖에 없는 그 산업을 수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변질된 유교문화의 압박 속에서 여성이 누리는 사회적 지위는 유럽국가들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성매매의 변질된 형태가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폭력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 존재하는 성매매 산업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흔히 성매매에 찬성하는 남자들은 “못생긴 남자는 어떻게 푸냐?”는 주장을 한다. 여성에게 충분히 성적인 어필을 할 수 없는 남자는 돈을 지급하고 시장에서 성을 구매할 수 있게 허락해야 한다는 논리다. 나의 답은 조금 다르다. “섹스를 못(안)하시면 됩니다” 못생긴 수컷은(혹은 암컷은) 도태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평생 짝짓기를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생명을 다하는 동물도 많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의 법칙이기도 하다. 매력이 없는 상품은 팔리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고, 팔리지 않는 것이 맞고, 팔리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상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라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가장 쉬운 법칙이다. 이걸 정부가 인위적으로 나서서 구제해 줘도 괜찮을 정도로 성적 평등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모럴이 엄청 단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대기업에 들어가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돈을 내면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는가. 평생 대기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정부가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주장… 을 백번 수용한다고 해도, 쌍방의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성관계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3 thoughts on “허주영 엮음 |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1. 변질된 유교문화의 압박이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내 가족과 친지들부터가 여성을 ‘창녀 혹은 순결한 여성’의 이분법적 시각에 두고 보는 사회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젠더는 곧 제 삶의 문제였습니다. 강의를 하러 학교에 나가서도 남학생들로부터 ‘키모치’ 와 같은 성희롱의 소리를 들어야하는 인간으로서 여성의 성을 흔히 사고파는 것과 여성멸시가 무관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젠더에 관심이 있고 성찰을 하는 남성분의 글을 읽으니 숨통이 트입니다. 한국사회에도 서서히 더 많은 구성원이 여성을 옥죄어온 성별구조에 대해 성찰해가고 변화시켜가고자 함께 고민하기를 바라봅니다.

  2. 맨 마지막 문단 ~섹스를 못(안)하시면 됩니다 또한 상당히 흥미롭고 개인적으로는 공감가는 바입니다. 과거에 편의점에서 잠깐 야간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한 남성이 저를 보더니 ‘그래도 이런 데서 일하고 착하네.’라고 말을 했는데 말하는 이는 칭찬이라고 했을지 모르나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참 역겹더군요. ‘네가 여자라 다른 곳에서 일할 수도 있었을 텐데’가 함의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남성중심적인 사회의 남성중심적 언어들이 그 사회의 주변인 취급받는 이들에게 얼마나 화가 나는 말인지 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젠더며 성평등이며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별이 인간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 출생 이후로 한국사회는 끊임없이 제가 여성임을 일깨우는 일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었지요. 여성이 무엇을 못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틀안에 갇혀야하는지 등을 가르치는데 가장 열심이었기에 이제는 그 구습을 서서히 깨뜨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어간다면 자연히 남성의 성역할도 굳어지지 않고 자유로워질 것이고 그러한 수순으로 접어들게 만들어야 하고요.

    • 제 (보잘것 없는) 글을 읽어주시고 좋은 답글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들에 대부분 공감해요. 우리 사회는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성차별과 성폭력이 너무 만연해있어요. 마치 공기처럼요. 그래서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나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하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짚고 넘어가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그에 대한 반동(backlash)도 분명히 존재할테지만, 단단한 논리와 단단한 의지가 있다면 결국에는 사회적인 합의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