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레이치 | 데드풀 2

데드풀2
[데드풀]을 보지 않았다. 마블 시리즈도 거의 챙겨보지 않았다. [데드풀 2]를 보기 전 유심히 들여다본 작품이라면 바로 직전에 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비행기 안에서 본 [앤트맨]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드풀 2]를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다스럽다. 영화와 직, 간접적으로 얽힌 많은 문화적 코드를 안주 삼아 신나게 씹어댄다. 하지만 영화에서 사용하는 문화적 코드가 엄청 딥-하지는 않다. 나처럼 마블 시리즈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대중문화코드에 적당히 노출된 관객이라면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을 정도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 이 영화는 ‘제 4의 벽’을 적극적으로 허물고 있다. 구글링을 해보면 원작의 설정에서 데드풀은 자신이 카툰 안에 존재하는 캐릭터임을 자각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한다. 그래서 카툰 밖으로 나와 작가들의 세계(현실)를 침범하는 에피소드까지 있을 정도라고 하니, 각종 문화코드를 먹잇감처럼 잘근잘근 씹어대는 데드풀의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확장하면 세계관을 무너뜨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점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관객과 대화하며 ‘이제부터 사람을 많이 죽일텐데 이건 다 오락이고 뻥이야’라고 미리 알려주는 친절한 캐릭터라니. 좋은 시도라고 느꼈다. 둘째, 단순히 선정적인 표현만이 난무하는 성인을 위한 오락영화라고 하기에는 [데드풀 2]가 가진 정치적인 균형감각이 매우 뛰어나보였다. 다인종-동성애자 커플을 주요 조연으로 배치한 점이나 대안가족의 형성을 영화의 큰 테마로 설정한 점, 뚱뚱하고 못생긴 소년을 안티-히어로 역할로 배치하여 전통적인 히어로물의 프로토타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점 등은 이 영화가 가진 절묘한 정치적 감각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쉴새 없이 튀어나오는 거의 모든 대사에서 정치적인 올바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건 계산이라기 보다는 감각, 혹은 자세의 영역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나 싶다. 작가들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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