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cey Musgraves | Golden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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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컨트리음악 장르에서 안정적인 성공가도를 달려오던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의 커리어에서 2015년 발표한 음반 [Pageant Material]은 하나의 큰 전환점이었던 것 같다. 대중적인 성공과 평단으로부터의 지지를 동시에 이끌어낸 이 음반을 통해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의 음악세계를 컨트리라는 하나의 장르 안에서 정의내리는 것은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이 음반에서 그녀는 조금씩, 급하지 않게 컨트리 음악이 아닌 다른 언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위와 같은 시도를 조금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음반이 최근 발매된 [Golden Hour]라고 할 수 있다. 이 음반에서 그녀는 보다 적극적으로 고유의 음악세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심지어 R&B와 디스코 등 흑인음악의 문법 위에서 만들어진 노래도 있다. 쟁글거리는 통기타와 단조롭게 이어지는 박자 등 전통적인 컨트리 음악을 들을 때 연상되는 사운드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대부분의 노래에서 끈적거리며 밀고 당기는 리듬과 매혹적으로 울려퍼지는 신디사이저가 주도하고 있다. 사실 백인들의 음악인 컨트리에서 흑인음악적 요소를 차용하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음반이 특별히 더 아름답다고 느낀 이유는 머스그레이브스의 시도가 결코 급진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음악세계가 전이되고 확장되는 과정이 무척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오래 전부터 쭉 듣던 그런 스타일의 노래라고 느끼며 감사하다 보면 사실 완전히 새로운 영역 안에 들어와 있는 식이다. 그리고 이 사려깊음은 철저하게 머스그레이브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감싸는 포근한 사운드, 그 위에 뿌려지는 결정적인 훅들의 조화로움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음악을 워낙 잘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가 당위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Happy & Sad”인데, 전형적인 보컬팝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안에서의 변화가 무쌍하고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도 매혹적이다. 가사도 전에 없이 감정적이고 감각적이다.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진 노래는 보다 대표적인 머스그레이브스 스타일의 노래인 “Space Cowboy”와 컨트리 범주 안에서 이해 가능한 “Butterflies”인데, 이 음반이 시도하고 있는 확장성을 생각해보면 싱글커트곡의 선정이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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