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ruangbin | Con Todo El Mundo

Con Todo El Mundo
우리는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돌 그룹이 되고 품 비푸릿(Phum Viphurit)의 내한공연 예매가 시작된지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매진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문화산업의 영향력 측면에서 그 흐름의 방향이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서구권 국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주고 받거나 서구권에서 비서구권으로 영향력의 방향이 일방적인 흐름을 나타냈다면, 모바일과 스트리밍의 시대인 요즘 비서구권 음악의 대외 진출이 조금씩 더 활발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건 단순히 플랫폼의 발달로 인한 원거리 소비의 간편화때문만은 아닌 것 같고, 비서구권 국가의 정치 및 경제가 조금씩 안정화되면서 서구권 음악을 단순히 수입, 추종했던 과거의 패턴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자생적인 음악생산 환경 및 유통구조를 조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과거 뛰어난 제3세계 음악가가 서구권 매체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 일종의 ‘사건’이었다면, 이제는 좋은 음악성과 상품성을 갖춘 비서구권 뮤지션이 안정적으로 배출되고 대외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노출되는 일이 일상화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이런 음악상품이 일정한 루트를 통해 서구권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시스템적’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것이다. 최근 세이 수 미(Say Sue Me)에 엘튼 존이 열광하고 예지(Yeaji)를 피치포크 등의 매체가 주목하게 된 것은 우연이나 행운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비서구권 국가가 가진 유,무형의 음악적 인프라스트럭처가 이제 어느정도 수준을 갖추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어로 비행기를 뜻하는 크룽빈(Khruangbin)은 텍사스에서 결성된 3인조 밴드다. 텍사스를 기반으로 잔뼈가 굵은 세 명의 베테랑 연주가가 합심하여 결성한 인스트루멘탈 밴드인데, 6,70년대 타이 훵크 음악에 강한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텍사스에 있는 단골 타이 식당에서 타이 훵크 음악을 접했고, 이후 각자 지속하던 활동을 접고 본격적으로 타이 훵크를 파기 시작한다. 이들의 두번째 음반 [Con Todo El Mundo]는 스페인어로 “with everybody”라는 뜻이라고 한다. 미국 남부 시골에서 결성된 다인종 타이 훵크 밴드가 스페인어 제목의 음반을 냈다, 라는 문장이 엄청 힙하게 느껴진다면, 이 음반을 듣고 이들의 음악이 결코 ‘힙’이나 ‘키치’만을 추구하는 가벼운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과거 타이 훵크를 현재에 되살리는 수준을 넘어선, 미국의 느끼한 버터냄새가 잔뜩 추가된 고유하고 세련된 네오-사이키델리아 소울 세상이다. 세르주 갱스브루, 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가들의 영향력도 느껴지고, 리버브가 꽉 물린 기타 사운드에서 물결따라 흔들거리는 서프 뮤직의 향기도 맡을 수 있다. 타이 훵크를 한번도 접해보지 않았다고 해도 감상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오히려 그 편이 크룽빈의 음악을 또렷하게 각인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장르가 생겨났듯 ‘남부 타이 훵크(Southern Thai Funk)’라는 영역도 만들어질 수 있을까? 크룽빈이 지금과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면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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