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구아다니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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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캐롤]과 [문라이트]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영화다. 유명한 소설이나 희곡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 주인공들이 동성의 대상을 사랑한다는 점, 뛰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이 함께 한다는 점, 무엇보다 감독의 엄청난 연출력과 그 연출력에 주눅들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점 등에서 여러모로 이 세 작품은 같은 선상, 혹은 비슷한 수준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찬사를 받은 본질적인 이유는 아마도 ‘사랑하는 마음’에 대한 집중도가 남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캐롤]에서는 사회적 계급과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두 여성의 절박한 마음이 유리창, 어깨너머의 시선 등의 장면으로 표현된 단절의 정서를 통해 절절하게 형상화되었고, [문라이트]에서는 하위 계급 흑인 동성애자 남성이 맞닥뜨린 바닥까지 내려가버린 가난한 마음을 새파랗게 질린 어슴프레한 하늘의 모습이 완벽한 상징체로 기능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은 남부 이탈리아의 한여름 풍경이다. 기분 좋게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과 느긋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울창한 나무, 한낮의 더위를 식히는 쉼터이자 고단한 짝사랑의 무게를 잠시나마 씻겨내주는 강과 호수, 그리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오는 별장침대. 이 모든 것이 영화의 주인공 그 자체가 되어 첫사랑의 마음을 형상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음악이 있다.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와 류이치 사카모토(Sakamoto Ryuichi) 등이 참여한 영화음악은 경쾌한 클래식 넘버들과 어우러져 주인공의 넘실대는 마음을 날것 그대로 표현한다. 아마도 이 영화가 대단히 관능적으로 느껴진다면, 그 배경에는 분명 영화의 풍경과 음악의 자리가 크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인공 엘리오와 올리버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와  아미 해머(Armie Hammer)의 존재다. 티모시 샬라메는 첫사랑의 떨리는 마음 그 자체가 되어 현현하고, 아미 해머는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날 수 없는 괴로움과 결코 잊지 못할 상대를 만난 황홀함을 절제된 표정으로 잘 표현해냈다. 화면과 음악, 연기와 연출력 모두 나무랄데 없지만, 이와 비교해 조금 심심하다고 느껴졌던 서사구조 역시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 기어코 구원받는다. 주인공의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고 있던 부모가 그들의 사랑을 사려깊게 배려하는 장면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보수적인 고고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혹은 가톨릭 중심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유태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관습을 따라야만 하는 올리버와 달리 엘리오는 부모의 따뜻한 품 안에서 첫사랑의 상처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둥지를 발견한다. 모닥불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엘리오를 옆에 두고 묵묵히 식사 준비를 하는 가족의 모습을 블러 처리하여 보여주는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그래서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첫사랑의 달뜬 마음부터 고통스러운 이별의 아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기꺼이 껴안아주는 성숙한 어른의 세계를 균형감 있는 매혹적인 시선으로 보여준다. 

One thought on “루카 구아다니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1. 주인공의 첫사랑에 대한 감정의 결이 참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주셨던 부모님의 마음두요. 마지막 눈물흘리며 모닥불을 바라보는 엘리오는 오롯이 자기만의 감정을 간직하며, 성숙해진 자신과 마주하게 되겠죠? 마지막의 여운이 깊게 각인되는 영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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