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dge of Daybreak | Eyes of Love

edge-of-daybreak-eyes-of-love-1
최근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즐겨보았다. 회차마다 챙겨보았던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열심히 시청했다. 이 드라마가 시작하기 얼마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된 만화를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고, 이때부터 교도소 생활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여러 매체의 평을 종합해보면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실제 교도소 생활에 대한 고증이 꽤 잘된 편이라고 한다. 눈으로 보여지는 구체적인 생활상을 재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위의 만화와 드라마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내면을 꽤 섬세하게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교도소에 들어간, 소위 죄를 지은 사람들의 내면은 그렇지 않은 ‘일반인’이 쉽게 깔아뭉개고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보잘 것 없는 것인가. 조금 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말해보자면, 감옥에 사는 사람들의 ‘영혼’은 맑고 건강할 자격이 없는 것일까.

흔히 현대 대중음악의 뿌리 중 하나로 블루스를 꼽는다. 이 블루스의 형식을 만든 ‘시조’ 중 상당수가 감옥생활을 하던 흑인 노예들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더이상 그리 놀랍지 않은 부분이다. 자신을 괴롭히던 백인 주인을 살해한 노예, 배가 너무 고파 먹을 것을 훔친 노예, 매를 맞는 것이 너무 아파 구역을 벗어나 도망치다 잡힌 노예, 그외 이런저런 이유로 감옥에서 만난 흑인들이 모여 신세를 한탄하며 흥얼거린 가락이 구전으로 전해져 블루스라는 짧고 우울한 형식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나쁜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런지도 모른다. 오히려 감옥이라는 삭막한 공간에서조차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의 눈에는, 이들에게 감옥 안에서 노래 한줄 부를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엄청난 특혜나 불평등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옥과 평생 인연을 맺을 일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죄수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처벌’에 대한 중세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이들에게 허락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조차 박탈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1970년대 버지니아 주립 교도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년에서 60년까지 다양한 형량을 선고받은 흑인들이 ‘포우헤이튼(Powhatan)’이라는 애칭을 가진 버지니아 주립교도소로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단순 강도부터 살인까지, 이들의 죄목은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 꽤 괜찮은 음악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피아니스트였던 맥어보이 첼리스 로빈슨(McEvoy Chellis Robinson)은 열명의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형제들끼리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지만 1969년 약국에서 물건을 훔친 죄로 구속되었다. 제임스 캐링턴(James Carrington)은 가스펠 그룹에서 활동하며 버지니아 지역의 뛰어난 R&B 연주자로 이름을 날렸지만, 당시 사귀던 백인 여자친구의 부모가 그를 여자친구 폭행혐의로 고발하면서 모든 것이 뒤틀렸다. 자할 누비(Jamal Jahal Nubi)의 아버지는 블루스맨이었다. 그 역시 버지니아 지역에서 다양한 그룹을 이끌며 퍼커션 주자로 활동했다. 하지만 어느 파티에서 친구들이 그의 차를 몰래 훔쳐타고 나간 사건이 발생했고, 그 차가 나중에 범죄단체에 이용되면서 차의 주인이었던 누비는 순식간에 공범으로 몰려 구속되었다. 이 외에도 코넬리우스 “닐” 케이드(Cornelius “Neal” Cade), 해리 콜먼(Harry Coleman)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전직’ 음악가들이 교도소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감옥에서 만나 엣지 오브 데이브레이크(The Edge of Daybreak)라는 그룹을 결성한 것은 그래서 우연이라기 보다는 필연에 가까웠다.

누메로(Numero) 레코드에서 내놓은 61번째 복각판은 이 엣지 오브 데이브레이크라는 그룹이 포우헤이튼 교도소에서 만든 최초이자 마지막 정규 음반 [Eyes of Love]다. 이 음반은 1979년 9월 14일, 단 하루, 다섯시간만에 녹음되었다. 그룹의 멤버 캐링턴은 버지니아의 리치몬드에 위치한 알파 오디오(Alpha Audio) 스튜디오에 녹음을 부탁했지만, 교도소 당국은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 녹음을 거절했다. 당시 3천불 정도였던 녹음비용 역시 죄수 신분이었던 그룹 멤버들에겐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결국 당시 알파 오디오의 사장이 모든 금액을 지불하고 8명의 특별 감시관을 추가로 고용한 뒤에야 교도소 당국의 감시 하에 녹음을 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다섯시간 뿐이었다. 모든 곡은 원테이크 형식으로 녹음되어야 했다. 음반에 수록된 8곡 중 “Our Love”는 교도소측의 빨리 끝내라는 독촉을 받으며 서둘러 녹음된 노래다. 그 와중에 지역 오케스트라를 동원하고 비싼 퍼커션까지 빌려 녹음을 마쳤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Eyes of Love]는 1980년 몇몇 지역 라디오와 언론에서 주목하기도 했지만, 초판으로 발매된 약 3천장의 음반이 홍수로 인해 유실되면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멤버들은 각기 다른 교도소로 뿔뿔히 흩어졌고, 두번째 음반은 녹음되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어떤 멤버는 출소하여 새로운 그룹을 결성하고 활동을 재개했지만, 다른 멤버는 끝내 바깥 공기를 다시 마시지 못하고 교도소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이 음반은 버지니아 로어노크시의 한 레코드샵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으며, 이후 누메로 레코드를 통해 복각되어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이 완성한 8곡의 소울-블루스 발라드는 무척 아름답다. 다섯시간만에 녹음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만큼 여유롭고 따뜻하다. 이 음반의 발매사는 ‘포우헤이튼 교정당국’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위와 같은 뒷배경을 모르는 사람이 음반을 처음 듣는다면 꽤 특이한 이름을 가진 레이블이 훌륭한 음반을 발매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감옥이라는 삭막함(이 역시 평범한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 수도 있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눈물나게 아름다운 선율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악기 연주가 저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데, 단 여덟곡만이 존재하는 바람에 바이닐의 앞뒷면을 뒤집고 다시 플레이시키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듣고 또 들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이 음반을 계속해서 플레이시키면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이들의 영혼을, 우리가 감히 재단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