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문제

최근 법무부와 금융위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중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여론이 형성되었고, 정치권에서도 4차산업 흐름에 역행하는 정부정책이라는 비판여론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해프닝으로 끝날지 더 깊은 수준의 논쟁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이번 갈등이 최근 한국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가상화폐 투기 문제가 불러 일으킨 또 하나의 사회적 비용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우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는 ‘화폐’가 아니다. 이 상품에 대한 시장가격의 변화가 극심하여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고, 공급량이 제한적이므로 물물교환 수단으로서의  활용가치도 극히 제한적이다. 화폐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은 노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잉여생산물, 혹은 우리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주관적 가치들을 명목적이고 객관적인 가치, 즉 시장가격으로 환산해주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그 자체의 시장가치의 변화가 너무 극심하므로 다른 가치를 환산해주는 객관성을 내재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이 암호화폐의 가치(일반 화폐로 치면 기준금리)를 적절히 조절해줄 권위적인 화폐 공급자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암호화폐가 화폐가 아니라면 이것이 투자인지 투기인지 구분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투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암호화폐를 구입함으로써 발생시킬 수 있는 경제적 파생효과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구입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반복할 때 발생하는 경제적 이득은 차익실현 정도만이 있을 뿐, 그 과정에서 투입된 금액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경제활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차익실현을 통해 돈을 벌 것이고, 그 돈으로 아마 소비 등 다른 경제활동을 하게 되어 행복감을 추가적으로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암호화폐 거래행위가 투자의 영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에 투입된 금액이 GDP에 잡히는 어떤 생산적 경제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암호화폐 생산자가 암호화폐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무언가를 하던가, 암호화폐 자체가 무언가 일을 하던가 해야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그 자체로 어떠한 경제행위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암호화폐로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란 것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더 나아가, 암호화폐의 가격형성 과정을 지켜보면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이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폰지스킴(Ponzi scheme)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내재적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반복적인 차익실현만이 존재할 뿐 어떠한 실질적인 경제효과로 이어지지 못할 때, 이 현상을 투기로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폐의 역할도 할 수 없고 투기양상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라면 정책당국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판단할 여지가 생긴다. 관건은 이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고, 정책적 해결책은 정확한 원인분석에 기인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경제불황기에 발생하는 ‘유동성 선호이론(liquidity preference hypothesis)’가 발현된 현상이라고 본다. 유동성 선호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면 통화당국에서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고, 낮아진 이자율로 인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떨어진 화폐가치로 인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감소하게 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안전자산이란 은행예금부터 선진국의 우량채권까지를 의미한다. 그러다 경기 불황이 심해지면 소위 ‘안전자산 함정(safety asset trap)’에 빠지게 되는데, 이는 시장에서 우량채권이라고 믿었던 선진국의 채권이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인해 비우량채권으로 평가절하되면서 시장에 안전자산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과 같은 서유럽 국가의 채권 등급이 급락하면서 위험자산으로 평가받은 전례가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시중에 풀린 값싼 투자자금을 저장해둘 좋은 안전자산이 씨가 마르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동성 선호이론의 핵심이다. 즉, 통화당국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어져 경제적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변동성을 높인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몇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저금리기조로 인해 시중에 유동성이 과잉공급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과잉공급된 유동성은 지금까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최근 몇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유발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정책당국에서는 LTV와 DTI를 조절하고 신규분양과 재개발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주식시장과 달리 목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소 몇억원의 종잣돈이 있어야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이나 목돈이 없는 서민층은 애초에 게임 플레이어로 참가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러한 소규모 자본을 가진 이들 역시 유동성 선호이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노동에 대한 대가인 임금은 갈수록 박해지는 환경에서 수중에 가진 돈도 몇푼 없는 이들이 발견한 시장이 바로 암호화폐 시장이다. 암호화폐는 몇십만원, 혹은 몇백만원으로도 시장진입이 가능하며, 현재까지 세금도 붙지 않고, 계좌 개설 등에 있어서도 그 과정이 매우 간편하다. 별다른 금융지식이 없어도 쉽게 돈을 넣고 불릴 수 있는 낮은 진입장벽의 시장인 셈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돈을 넣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한 이들을 “개미”라고 칭한다면,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을 굵직하게 움직이는 “기관”은 유산상속 등 거액의 거래를 세금 부과 없이 하려 하는 중산층 이상의 자본가들일 것이다. 암호화폐의 형태로 증여할 경우 손쉽게 탈세가 가능하다. 이들이 움직이는 큰 덩치의 돈이 암호화폐 시장의 평균가격을 움직이고 있을 확률이 높다.

즉, 현재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이 과열된 투기 현상으로 변질된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통화당국의 정책실패때문이지, 소규모 투기자들의 비이성적 판단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정책당국이 암호화폐시장을 “도박판”으로 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의 비정상적 과열현상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기조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사회적 문제로까지 인식된 암호화폐 시장 과열 문제를 거래소 폐쇄 등의 방법으로 풀고자 한다면 이는 근시안적 미봉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에 쏠린 유동성을 실물가치 생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주식시장 등으로 돌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초단기매매 등 차익거래에 지나치게 집중한 거래형태에 대한 강력한 세금부과라던지, 거래횟수 제한이라던지, 거래 규모 제한이라던지, 방법은 많다. 이 시장이 탈세 등의 목적을 위해 음성적으로 사용되지 않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투기에서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시장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 thoughts on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문제

  1.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종혁님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소액이지만 몫돈 벌자는 생각에 투기(?)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에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르고 내려 결국 본전에 그쳤습니다.

    글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도 결국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봐요.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들 욕하면서 조그마한 돈 때문에 똑같은 행동을 하고있네요. 소위 말하는 ‘가즈아’를 외치면서요. 에구…
    아마 저도 큰돈이 있다면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무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럼 남은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 민형씨~ 잘 지내고 계시죠? ^^ 요즘 날씨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이번 가상화폐 논쟁으로 우리사회의 민낯이 조금 더 솔직하게 드러난 것 같아요. 부동산 투기자들을 비난하던 서민들이 가상화폐 문제에 있어서는 그들이 비난하던 대상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잖아요. 정부의 강력한 정책에 감정적으로 반발하고, 눈 앞의 이익을 좇아 실질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고.. 강남 재개발 시장에 돈이 쏠리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고 느꼈어요.

      이 문제가 비극인 것은, 결국 정부 정책이 이 문제를 키웠기 때문이죠. 돈 없는 사람들은 죄가 없어요. 그들이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던 이기심이 밖으로 드러나게 만든게 정부 정책인 것이 사회적 비극이라고 생각해요. 그 이기심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하구요. 근데 정부가 이자율을 장기적으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충분히 있었구요. 경기가 너무 안좋았잖아요. 결국.. 이 모든게 경제적으로 필연적인 흐름이라는 사실이 자본주의의 비극이기도 하죠.

      어쨌든 이왕 들어가신거 ‘존버’하시기 바랍니다. 가상화폐의 시장가치는 아마도 계속 오를겁니다. 버티고 계시면 결국 이익을 취하실거예요. 일희일비하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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