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노무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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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가 개봉했을 때 애써 외면했다. 끝까지 보지 않으려 했다. 뻔한 줄거리에 뻔한 사람들이 나와서 뻔한 이야기를 할 것이 명명백백한데, 그것을 보는 내내 많은 눈물을 흘릴 나의 모습 역시 너무 뻔했기 때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인터뷰이 중 안희정이 했던 말이 당시 내 심정을 정확히 대변한다. 그냥 애써서 일부러 안보려고 한다. 역사속의 인물로만 보려고 하지, 내 인생 속에서의 노무현은 너무 힘이 든다. “너무 힘이 드는” 사람. 나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수많은 이들에게 노무현은 아마 그런 존재로 남아있을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 종로구 보궐선거에 나왔을 당시 세검정성당 앞에서 노무현과 악수를 한번 하고 온 아버지가 (아마도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계속) 그 사람 참 좋더라, 하시던 모습이 그에 대한 첫번째 기억이다. 그리고 아마 그것이 나와 그를 이어준 가장 가까운 연줄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부럽습니다. 악수도 해보시고..)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정치인 중 유일하게 열렬히 좋아하고, 아주 많이 미안해 하고, 또 생각날 때마다 뭉클해지는 사람은 노무현이 유일하다.

[노무현입니다]를 보면서 예상했던대로 많이 울었다. 등장하는 인터뷰이가 울 때 따라 울고, 노무현의 얼굴이 비춰질 때마다 미안해서 울었다. 뭐가 그리 슬픈지 모르겠다. 그는 나와 많이 다른데,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만 골라서 가지고 있는 사람같은데, 나는 감히 올려다 볼 수도 없는 그릇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뭐가 그렇게 미안한건지 모르겠다. 그저 한없이 미안하고 죄스럽다.

그리고 그가 강조했던 “깨어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적당히 양심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불의에 정면으로 맞서고 그 불의를 깨부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노무현이라면, 최소한 그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오늘 나름 큰 일을 하나 저질렀다. 아마 다음주에는 그에 대한 대단한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될 일을, “적당히 양심을 지키면” 될 일을 굳이 크게 만든 이유는,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가르침을 준 수많은 이들 중 중요한 스승이 몇 분 계신데, 그들 모두가 나에게 그렇게 적당히 착한 척 하며 살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다면, 옳은 것을 따라가고 그른 것을 그르다 말할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주 쉬운 일이다. 그대로 행했을 뿐이다.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나에게 그러한 가르침을 준 고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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