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panese Breakfast with ADOY at V-Hall in Seoul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첫번째 서울 공연에 대한 기억은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공연시간이 너무 짧아 채 달아오르기도 전에 끝나버린 느낌이 들었고 피드백 소음이 거의 매 곡마다 발생하는 등 사운드도 개판이었기 때문에(이 피드백때문에 무대 위 연주자들도 완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인상을 받았다) 내 생애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한국 공연이 확정된 이후 공연을 준비한 당사자들부터 나를 비롯한 관객까지 우리 모두가 조금은 더 감정적이 되었던 것 같고, 아마도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잊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여운이 강하게 남아 있기에 어제 저녁의 기억을 꾹꾹 담아두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미쉘 ‘정미’ 자우너는 무대 위에서 많이 행복해보였다. 유난히 무대 위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아보였는데, 그녀가 여러번 밝혔듯 이 공연이 매우 감정적일 수 밖에 없는 많은 이유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어제 서울 공연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2017년 가진 120여 차례의 투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연이었다. 미쉘 개인으로서는 며칠 뒤 파라솔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할 예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화려하고도 잊지 못할 2017년 투어는 어제부로 종료되었기에 조금은 감정적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같은 것이 그녀에게 찾아왔던 것 같다. 또한 이 공연은 그녀에게 매우 사적(personal)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어제가 (외)할머니의 10주기이기도 했고, 그녀의 큰이모와 작은이모가 공연장을 직접 찾아와 주었으며, 3년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모국이자 미쉘 본인이 태어난 곳에서 갖는 첫번째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전하자 큰이모는 “어떤 회사에 다니길래 그런 지원을 해주니?”라고 물었고, 미쉘은 서울 공연장에 사람이 들어차지 않을 것을 매우 걱정했다고 한다. 다행히 어제 공연장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고, 미쉘은 아마도 “최고의 회사 식구들”과 함께 퍽 안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은 감정적인 부분을 떠나 약속에 의해 철저하게 맞추어진 여러 요소들을 결합시키며 진행되는 기술과 공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프로페셔널했다. 피드백이나 하울링 등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두 음반의 대표곡들을 무리없이 연주해냈다. 여러 매체에서 상찬을 받은 두번째 음반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의 시작을 알리는 “Diving Woman”으로 공연의 문을 연 이들이 두번째 곡으로 “In Heaven”을 선택했을 때, 공연의 절정을 장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노래가 너무 빨리 나와서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Oh, do you believe in heaven? Like you believe in me”로 시작하는 후렴구가 미쉘 자우너 특유의 비음 섞인 목소리와 함께 나올 때 그녀의 사생활과 전혀 관계없는 나까지 코끝이 찡해졌고, 그녀 역시 그 곡으로 무언가를 털어버린 듯 이후 곡들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무리 없이 노래와 연주를 소화해냈다. 공연 중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육중한 쇳소리를 내는 “Jane Cum”이었다. 음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우너의 폭발적인 성량을 유감없이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공연장을 압도해버리는 순간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함께 무대에 선 남편을 위한 노래 “The Woman That Loves You”, 긴 투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담았다는 “This House”도 인상깊었고, 오토튠을 입힌 보컬과 전자음악의 요소를 잔뜩 첨가한 이질적인 트랙인 “Machinist”로 공연을 마무리한 점도 흥미로웠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도 스튜디오형 밴드가 아닌 공연장형 밴드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넘치는 재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꽤 긴 커리어를 보낼 이들의 첫 발걸음을 목격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미쉘 자우너가 첫 곡을 끝내고 한 멘트가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첫번째 음반 [Psychopomp]를 만들 당시 아마도 이 음반을 끝으로 꽤 오랫동안 음악 프로젝트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올해에만 120번의 공연을 한 끝에 자신이 태어난 서울에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고, 단 한번도 자신을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진 않았지만 어디선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신들을 지켜봐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는 그 말이 나로 하여금 그들을 오랫동안 응원하고 싶게 만들었다. 코아첼라나 파노라마같은 A급 페스티벌에 가야 겨우 만날 수 있는 이 떠오르는 신예 뮤지션을 서울의 작은 공연장에서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아 참, 오프닝 공연을 한 아도이도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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