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이 낮아지는 이유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서일까?

많은 이들이 최근 한국사회가 당면한 출산율 저하 문제의 원인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서 찾는다.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가 그렇게 나왔고,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그러한 연구결과가 일관성있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는 두번째 출산을 막는 기제로 작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까지는 나와있다.

우선 한가지 확실한 점은 출생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혼인율이라는 것이고, 혼인율은 경제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인구 천명당 출생한 인구 비율을 추정한 조출생률은 1990년 15.2명에서 2016년 7.9명으로 거의 반토막 가까이 떨어졌다. 지속적인 하락추세 속에서 눈에 띄는 지점이 두군데 있는데, 하나는 2000년 13.3명에서 2001년 11.6명으로 급격하게 하락하던 시기이고, 다른 하나는 2006년에서 2007년 잠시 반등하던 지점이다. 19987년 IMF 위기가 발생한 뒤 실직 및 임금하락이 충분이 발생한 시점이 2000년에서 2001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면 출생률의 급격한 하락은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또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반등하는 시점이 반드시 오기 마련이고, 그러한 시기에 일시적으로 출생률이 회복될 수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출생률은 혼인율과 확실한 비례관계를 지닌다. 조출생률이 반토막나는 동안 조혼인율도 1990년 9.3명에서  2016년 5.5명으로 많이 떨어져다. 조이혼율은 1990년 1.1명에서 2016년 2.1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행복하지 않은 부부가 이혼을 하지 못하는 잠재적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아마 자녀양육 문제일 것이다. 이혼의 증가가 출생률에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출생률의 저하로 인해 이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고 추정하는 편이 조금 더 나을 것 같다.

출생률 이혼율

한국의 조출생률, 조혼인율, 조인혼율 추이. 자료는 통계청에서 구했고, 단위는 (명)이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부터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생률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채 1998년 경제위기를 맞이했다. 이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출생률은 약 1.8명에서 1.4명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경제위기가 한번씩 발생할 때마다 여성이 집으로 돌아갈 확률이 남성보다 높다. 이는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아무튼, IMF 위기가 마무리된 2000년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증가해왔고 출생률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꾸준히 73~74% 대를 나타내고 있다.

출생률 경제활동참가율

성별 경제활동참가율과 조출생률 추이. 자료는 통계청에서 구했고 단위는 참가율은 (%), 출생률은 (명)이다.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두가지 중요한 지점이 있다. 첫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00년 48.8%에서 2016년 52.1%로 약 3.3%p 증가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 73.9%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격차가 21.8%p에 달한다. 참고로 월드뱅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가 닮고 싶어하는 독일의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약 11%p, 중국은 15%p, 우리의 우상 미국은 12%p다. OECD 국가 중 우리가 노동부문에서 유일하게 이기고 들어갈 수 있는 나라인 멕시코의 경우 격차가 35%p에 달하며,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칠레의 경우 24%p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올드버전 일본은 21%p로 우리와 같다. 둘째, 16년 간 3.3%p의 증가율만을 나타낸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추세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출생률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주장을 하려면 선진국 수준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임계치 이상을 지속적으로 기록하여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5~57% 수준에서 장기간 정체현상을 보여 왔고, 독일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여성의 참가율이 50% 이상으로 올라온 시기가 4년밖에 되지 않는다. 출생율에 영향을 줄 만큼 충분한 증가율, 혹은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단순히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만을 유의미한 설명변수처럼 이야기하려는 시도보다는, 조금 더 큰 그림, 혹은 조금 더 세밀한 그림을 함께 봐야 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월평균가계수지 등락률과 조출생률은 추세적으로 비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간에 큰 경제위기를 겪는 통에 가계수지 곡선이 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5년 단위로 끊어 보면 (IMF 위기가 있던 1996~2000년 기간을 제외하면) 1991~95년 기간에 연평균 7.94%, 2001~05년 기간에 연평균 6.5% 증가했던 월평균가계수지가 2006~2010년에는 1.54%, 2011~2016년 기간에는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1980년대부터로 기간을 연장해봐도 이러한 추세는 비슷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러니까 약 20년 이상 지속적인 가계수지 등락률의 하락세를 경험한 사회라면 아이를 낳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추측을 상식 수준에서 받아들이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까 여성이 더 바빠져서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아니라, 가구단위로 더 먹고살기 힘들어지니까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 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출생률 가계수지

조출생률과 월평균가계수지를 연평균으로 환산한 수치의 추이. 자료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에서 구했고, 단위는 좌축이 모두 (명)과 (%)를 나타낸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를 출생률 저하의 한 원인으로 해석하는 데 따르는 위험은 다음 자료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을 남성과 여성으로 나눈 것이다. 남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2017년 3월 현재 약 26.4%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등록되어 있다. 여성의 경우 그 비율은 41.1%에 달한다. 남성의 경우 2007년 3월 비정규직 비율이 32.6%에서 10년동안 약 6.2%p 그 비율이 하락했는데, 여성의 경우 2007년 3월 42.3%에서 단 1.2%p 하락하는데 그쳤다.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보다 약 10%p 이상 높을 뿐 아니라 그 비율이 장기적으로도 하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제활동참가율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 추이. 자료는 통계청에서 구했고, 단위는 (%)다. 

가임기 연령이라고 할 수 있는 20~29세, 30~39세 자료만을 따로 추려내었을 경우 조금 더 확실한 모양새를 확인할 수 있다. 20~29세 남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30~39세 남성의 경우 2017년 3월 현재 15.4%로 같은 연령대의 여성(28.8%)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을 나타낸다. 30~39세 여성의 경우에도 지난 10년 간 비정규직 비율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동년배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에 속할 확률이 많이 높은 편이다. 30대 이후 남성의 경우 정규직에 속할 확률이 다른 모든 연령대보다 높고, 같은 연령대의 여성보다도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제활동참가율_연령별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 추이. 성별, 연령별로 쪼갰다. 자료는 통계청에서 구했고 단위는 (%)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근로자보다는 사용자 중심으로 이해하는 편이 빠르다. 즉, 언제든지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임금을 받고 옮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계약조건을 보장하는 위치라는 의미보다는 사용자가 언제든지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라고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 현재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156.5만원, 정규직은 284.3만원이다. 쉽게 잘릴 수 있으니 경력이 단절되기 쉽고, 경력이 자꾸 단절되다 보니 호봉제가 주류인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임금이 정규직을 따라가지 못한다. 비정규직 임금근로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언제 잘릴지 모르니 미래를 함부로 계획할 수 없다. 집을 마련할 수도, 세간살이를 마련할 수도 없는 형편에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한국의 가임기 여성은 동년배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에 속할 확률이 월등히 높으며, 더 낮은 임금과 더 불안정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생률이 증가하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나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아닐 수 없다. 여성에 대한 경제적 처우를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전까지는 출생률의 제고를 바랄 수 없는 것이다.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중요한 시점이 임신과 출산이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경력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는 장치만 마련된다면 가임기 여성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여성의 직업 안정성과 평균임금 역시 급격하게 떨어지는 위험에서도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을 더 남성 의존적으로 만든다고 해서 출생률이 장기적으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남성이 고학력일수록, 고소득자일수록 여성의 직업안정성에 상관없이 출생률이 제고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유지될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가장 중요한 잠재적 노동생산성을 희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여성이 발휘하는 노동생산성이 남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 현재와 같은 산업구조, 현재와 같은 학력수준에서라면 말이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쓸데없이 야근하는 남성의 비율과 아이의 양육때문에 바삐 일을 하고 칼퇴근해야 하는 여성의 비율을 생각해보면 답이 바로 나올 것이다. 여성을 더 독립적으로 만드는 사회구조가 오히려 출생률을 제고할 수 있다. 결혼은 더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됐다. 싱글맘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대안가정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남편이 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노동생산성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 더 낮은 처우를 감수해야만 하는 현재의 여성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니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출생률은 낮추는 요인이라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가계소득을 증진시키기 위한 변수로 고려되어야 하고, 그래서 현재 수준보다 더 높게 증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여성의 정규직 비율도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2 thoughts on “출생률이 낮아지는 이유가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서일까?

  1. 안녕하세요. 올해였던가 작년이었던가, 꽤 오래 전 (아마도) 리뷰로 처음 인사를 드렸던 기억이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렀습니다. 여전히 정말 배울 점이 많은 글들은 물론, 풍부한 학식까지 공유해주시는 덕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한 자 한 자 읽어 내려왔습니다. 저 또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으로서 특히나 더 몰입하게 되는 주제네요. 정제된 문장으로 이토록 공감을 이끌어내시며 사회 현상을 분석하실 수 있다는 점이 정말로 부럽기도 합니다. 블로그라는 공간에 꾸준히 무언가를 남긴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기에 새삼 더욱 감사하게도 되고, 존경스런 마음도 입니다. 생각날 때마다 들르겠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 안녕하세요~ 지나치게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과분합니다. 블로그는 그냥 일기처럼 쓰는거지요 뭐… ㅎ 올 겨울 많이 춥습니다. 몸 건강히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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