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 Wine: Beast Epic

iron and wine
샘 빔(Sam Beam)이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의 이름으로 발표한 첫 세 장의 음반은 서브팝(Sub Pop)에서 나왔는데 이 때가 밴드의 첫번째 전성기였다. 2004년작 [Out Endless Numbered Days]는 아이언 앤 와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서늘한 미국식 포크 정체성을 처음으로 드러낸 상징적인 작품이었고, 이어진 [The Shepherd’s Dog]은 그러한 밴드의 색깔을 더 깊고 그윽하게 정제한 수작이었다. 이후 밴드는 서브팝을 떠나 메이저 음반회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계약하고 그 산하 레이블인 논서치(Nonesuch Records) 등에서 세 장의 정규 음반을 더 발매했는데, 이 시기의 아이언 앤 와인의 음악은 웬지 손이 덜 가게 되는 음악을 만들었다. 지나치게 많은 소리가 삽입되어 쉽게 집중할 수 없었고 주제의식 또한 불분명해 샘 빔이 이야기하는바를 쉽게 형상화시킬 수도 없었다. 이 때를 밴드의 ‘침체기’라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산뜻한 커리어 초기와 비교하여 음반의 완성도 측면에서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후 아이언 앤 와인은 서브팝으로 돌아와 최근 일곱번째 정규음반 [Beast Epic]을 발매했다. 음악적 고향으로 돌아온 밴드는 이 음반에서 그들의 첫번째 서브팝 시절 음악을 좋아하던 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안긴 듯 보인다. 음악은 다시 단순해졌고 간단해졌지만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의외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복잡한 악기구성이나 화려한 화음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샘 빔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가 무대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고, 나머지 목소리나 악기들은 이 둘을 충실히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less is more”의 아이디어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 음반에서는 더 적은 것에 집중하고자 하는 샘 빔의 의지가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도움을 받아 최근 전작들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인 완성도와 아름다운 소리의 성취로 이어지고 있다. 마치 [The Age of Adz]로 자신의 음악세계가 극단적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한 뒤 소박한 사운드의 [Carrie & Lowell]로 새로운 차원의 성취를 이룬 수프얀 스티븐스의 커리어를 보는 듯 하다. 한두개의 튀는 곡들이 음반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곡들이 조화롭게 얽히며 음반 전체적으로 균일한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아이언 앤 와인이 선사하는 지적인 포크음악을 높은 수준에서 다시 접할 수 있어서 반갑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w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