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ional: Sleep Well Beast

sleep well beast
더 내셔널(The National)의 7번째 정규 음반 [Sleep Well Beast]를 최근 반복해서 꽤 많이 들었다. 애플뮤직에 몇 곡이 선공개되었을 때부터 들었고, 아마존에서 음반을 주문한 뒤 아마존 음악 앱으로 음반 전체를 계속 들었다. 그리고 어제 바이닐이 집으로 배달된 뒤 집에서 스피커를 통해 조금 더 큰 소리로 한번 더 들었다. 사실 지금도 듣고 있다. 세상의 모든 좋은 음악이 그러한 것처럼, 더 내셔널의 음악 역시 반복해서 들을 때마다 좋은 점이 새롭게 발견된다. 질리지 않고 계속 들을 수 있고 또 계속 듣고 싶게 만드는 음악이 세상에는 참 많이 있는데, 더 내셔널의 새 음반 [Sleep Well Beast] 역시 그러한 매력을 품고 있다.

이들의 신보는 색깔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음반의 제작과정에서 전작들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스타디움급 공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성을 획득한 이들은 뉴욕 교외지역의 오래된 교회를 개조하여 자신들만의 스튜디오를 마련했다.(하지만 여전히 미국 투어에서만큼은 중소규모의 공연장을 선호한다고 한다) 보컬 맷 버닌저(Matt Berninger)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교외에서 평화로운 풍경을 하루종일 바라본다면 밴드 멤버 간에 싸울 일도 훨씬 줄어들 것이고 음악에 대한 집중도 역시 전과 다를 것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 새로운 환경은 이들 음악의 결, 혹은 톤까지 새로운 방향으로 틀어놓았다.

the national new studio

밴드의 기타리스트/키보디스트 애런 데스너(Aaron Dessner)가 주도하여 만든 더 내셔널의 새로운 스튜디오 내부 모습.

더 내셔널의 음악을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고약한 유머를 던지는 점잖은 신사의 얼굴이다.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하면 즐겁게 살지를 고민했던 이들의 음악은 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처럼 위악스럽지 않게, 하지만 플릿 폭시스(Fleet Foxes)처럼 지나치게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지도 않은 채 회색빛의 도시 풍경을 세심하게 묘사해왔다. 지난 여섯장의 음반은 버닌저의 읊조리는 보컬과 이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데스너 형제와 데빈돌프(Devendorf) 형제의 전통적인 록음악 구조를 통해 더 내셔널이라는 밴드의 고유한 색깔을 청중에게 분명히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Sleep Well Beast]는 조금 깊어진 밴드의 고민이 엿보인다. 힘든 세상에서 즐겁게 살지를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힘들어진 세상이 대체 ‘왜’ 이모양이 되었는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같은 굵직한 이벤트가 미국에 사는 개개인의 미시적 삶에 어떻게 침투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이들의 달라진 태도는 “The System Only Dreams in Total Darkness,” “Nobody Else Will be There,” “I’ll Still Destroy You” 등 음반의 대표적인 곡들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Walk it Back”에는 부쉬 전 대통령의 참모였던 칼 로브(Carl Rove)의 스피치가 직접 삽입되어 있기도 하다. 부쉬 시대 이야기를 10년도 더 넘게 지난 지금 다시 꺼낸다는 것은, 페이크뉴스와 보호무역주의, 이민자추장정책 등 오늘날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각종 사회적 이슈들의 뿌리가 어디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눈여겨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이들이 [Fake Empire] 시절부터 천착해온 실존의 문제, 혹은 군중 속의 고독과 같은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이와 함께 형식적인 면에서 전작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드럼루프나 전자 신디사이저의 적극적인 사용,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리듬악기처럼 쓰이는 기타, 더 낮게 가라앉은 버닝어의 목소리와 여성 코러스의 등장 등은 다채롭게 구성된 음반의 곡들에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더 내셔널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색채, 혹은 이미지는 큰 틀에서 변화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무거워진 주제를 조금 더 다채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쉽게 질리지 않는 이들 음악의 매력은 결코 시끄럽게 내지르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는 담백함에 많은 부분 기인하고 있다. 이번 음반도 마찬가지다. 주제는 조금 더 무거운 듯 보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조금 더 재미있어졌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더 내셔널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최고작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