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이발관: 홀로 있는 사람들

언니네이발관
내 나이 또래의 “리스너”들이라면 언니네 이발관의 이름에서 특별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한국 독립음악의 역사 그 자체인 이들의 커리어에서 리스너 개인의 역사를 거울처럼 비추어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다가온다. 첫번째 음반 [비둘기는 하늘의 쥐]부터 [후일담], [꿈의 팝송], [순간을 믿어요], [가장 보통의 존재]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음반 한장 한장에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 짙게 배어있다. 더이상 이들을 음악만으로, 좋아하는 음악인만으로 대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이들의 커리어와 함께 섞여들어가 살아왔다. 홍대의 공연장 어디에선가 이들의 음악이 울려퍼질 때 내가 있었고, 학교 도서관 어디에선가 이어폰으로 이들의 음악을 듣는 내가 있었다. 그 순간 순간 나의 감정과 그 당시의 냄새, 코 끝에 닿던 공기의 촉감, 내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표정까지 다 기억난다. 그래서 언니네 이발관은, 이석원은 매우 개인적이고 매우 고마운 존재다.

그들의 마지막 음반이 나왔다. 제목은 [홀로 있는 사람들]. 앞으로 다시 이들의 공연을 볼 수 있을까,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쉽지 않다. 이미 충분히 오랜 시간 함께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석원은 이번 음반에서도 여전히 담담한 문체로 수필을 쓰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찌질이답게 지나치게 소심하고 필요 이상으로 사려깊다. 그런 그를 탓할 수도 없고 욕할 수도 없는 것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조금씩 자리잡은 “보편적인” 비겁함과 부끄러움에 대해 용기있게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수필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음악은 좋아한다. 아주 이상한 음악으로 가득찬 음반을 발표했을 때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음악이 충분히 사려깊었고 또 필요 이상으로 소심했기 때문이다. 단 한번도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에 열광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매몰차게 뒤돌아서지도 못했다.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나 역시 소심해지고 사려깊어지게 되는걸까. 음반은 좋다. 매우 좋다.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고 들어서인지 괜히 더 좋게 들린다. 음반의 처음을 장식하는 “너의 몸을 흔들어 너의 마음을 움직여”부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아이유와 함께 불렀다는 “누구나 아는 비밀”이 가장 무료하게 느껴질만큼 이석원다운 위트있는 가사와 훅이 잔뜩 살아있는 기타팝 사운드가 음반을 가득 채운다. 러닝타임이 너무 짧아서 혹시 히든트랙이 없는지 숨죽여 기다리게 된다. 더이상 이들의 새로운 음악은 들을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아쉽지 않다.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w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