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Thief: Capacity

big thief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4인조 인디 포크록 밴드 빅 띠프(Big Thief)는 데뷔 음반 [Masterpiece]를 발매한 뒤 비교적 빠른 시기에 씬에서 확고한 위상을 획득했다. 핑거팁 어쿠스틱 기타와 퍼지(fuzzy)한 노이즈, 그리고 핵심을 콕콕 찌르는 드럼이 애드리앤 렌커(Adrianne Lenker)의 목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들의 음악은 조니 미첼과 조아나 뉴섬의 창조적인 후계자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단단하고 풍성하다. 그리고 이들이 첫번째 정규 음반작업을 마친 뒤 7개월만에 다시 작업에 몰두하여 만들어낸 두번째 정규 음반 [Capacity]는 올해 발매된 모든 음반들 중 가장 아름다운 사운드와 가장 끔찍한 가사를 동시에 품은, 매우 독특한 색깔을 지닌 음반으로 기억될 것이다. 밴드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인 애드리앤 렌커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쓰인 이 음반은 다른 뮤지션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아니 범접할 수조차 없는 아우라로 가득차 있다. 2015년에 [Carrie & Lowell]이 있던 그 자리에 2017년의 [Capacity]가 자리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렌커는 어린 부부 밑에서 태어났다. 이 부부는 렌커를 낳은 뒤 오컬트 신흥종교에 빠져 양육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네살 무렵부터 렌커는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음반의 커버아트는 렌커의 삼촌이 어린 렌커를 보살피는 사진이다) 거친 십대 시절을 거치며 렌커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들이 이 음반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가사는 너무나 생생하고 또 너무 구체적이기까지 한데, 그 기억들이 단순한 사실의 나열로 기록되지 않고 렌커의 시선을 거쳐 시적으로 표현되는 지점이 매우 아름답다. 추하고 끔찍한 경험을 아름답게 풀어내는 능력은 예술가가 가진 가장 위대한 재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세상을 구원하는 마지막 동앗줄은 예술가의 이런 손짓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렌커는 노래를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녀의 그런 정서를 살포시 감싸 안는 것은 밴드의 단단한 사운드다. 버클리 음대에서 수학한 이들의 음악은 결코 ‘아카데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허술하지도 않다. 가사를 생각하지 않으면 그저 아름답게만 들리는 멜로디라인과 몽롱한 포크록 사운드는 렌커의 시적인 시선을 형상화시켜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사와 사운드의 완전한 일치 속에서 음반의 통일된 정서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 음반에서 렌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니 살아가야만 하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생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생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집으로 가는 길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성이 있다면 바로 그 집으로 가는 길 도중 자신을 따라온 남성에 의해 폭행을 당한 렌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Watering”) 그와중에 그녀에게 가장 많은 폭력을 휘두른 그녀의 어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감정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Mythological Beauty”) 교통사고로 애인을 잃었던 그 순간 함께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절망 속에 살아간 그녀였지만, 그 때 자신들을 친 차에 타고 있던 여성의 미소를 잊지 않고 기억할 정도로 삶의 섬뜩한 순간을 포착해는 펄떡거리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Shark Smile”) 코마에서 깨어났을 때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를 바랬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Coma”)에 무너지다가도 그 모든 것을 감싸안고 “내 안의 여성, 그리고 네 안의 여성을 봐”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지점(“Pretty Things”)에서 예술가의 위대함을 목도한다. 결국 이 음반은 “There’s a child inside you who’s trying to raise a child inside me” 의 시절을 지나 (“Mythological Beauty”) “There’s a woman inside of me. There’s one inside of you, too.” (“Pretty Things”) 의 시대로 나아가는 그 지점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사회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환원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이 음반은 단연코 올해의 음반이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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