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여행에 참고한 책 두 권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포틀랜드라는 미국의 크지 않은 도시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은 아마도 그곳에서 그랜드캐년이나 뉴욕시티와 같은 전형적인 관광상품을 발견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스텀프타운과 킨포크처럼 요즘 시대의 ‘전형’이 되어버린 상품의 원형을 목도하고 그 앞에서 인스타그램 사진 한 방 찍을 생각으로 굳이 부족한 휴가일수를 써가며 그 곳까지 가는 것도 그리 현명한 생각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스텀프타운과 킨포크 그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틀랜드를 위한 한국어 여행 도서는 생각보다 많이 없는 편이다. 짐작컨대 포틀랜드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 전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한지도 몇 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흐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이를 한국인의 편리성 선호성향에 부합하는 하나의 ‘여행 코스’로 개발할 여유를 가진 담당자가 많지는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 부부 역시 포틀랜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그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했고, 그 와중에 두 권의 한국어 도서를 가지고 그 곳으로 향했다.

매거진B_58_Portland

[B]: Portland

매거진 [B]에서 마침 최근 포틀랜드를 주제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의 필진들이 포틀랜드에서 시간을 보내며 경험한 포틀랜드의 색깔을 ‘Good Living,’ ‘Craftmanship,’ ‘DIY,’ ‘Alternative,’ ‘Weirdness’ 다섯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각각의 주제에 어울리는 공간과 사람을 찾아가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진들의 꼼꼼한 관찰력과 풍부한 인터뷰 덕분에 포틀랜드의 ‘현재’을 빠른 시간 내에 익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외부인의 시각에서 포틀랜드라는 독특한 도시를 ‘관찰’한다는 한계 역시 명확히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관광 상품을 짧은 시간에 휙 돌아보는여행보다 조금 더 깊게 한 도시를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꽤 괜찮은 지침서로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행객이 쉽게 만날 수 없지만 포틀랜드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포틀랜드 ‘거주민’들의 인터뷰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고 포틀랜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너무 가볍지 않은 톤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여행자를 위한 책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이 책은 [B]의 관점에서 관찰할 만하다고 생각한 포틀랜드라는 독특한 유기체에 대한 좋은 소개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이 책에 나온 공간 중 포틀랜드의 파머스 마켓, 뱀부 스시(Bamboo Sushi), 하트 로스터스(Heart Roasters), 코아바 커피 로스터스(Coava Coffee Roasters), 올림피아 프로비전스(Olympia Provisions), 터스크(Tusk)를 방문했고 모든 곳이 만족스러웠다.

살아보고싶다면 포틀랜드

이영래: 살아보고 싶다면 포틀랜드

이 책은 [B]의 포틀랜드 특집과는 달리 실제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쓴 포틀랜드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포틀랜드에 살아본 경험이 없는(그래서 잠재적 여행객으로 간주되는) 대다수의 한국인 독자들을 위해 책에 소개된 공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되고 있다. 충분히 예상되는 잠재적 독자층의 성향 탓에 이 책은 표지에 적힌 “라이프 스토리”로서의 성격보다는 현지인의 에피소드를 가미한 개괄적인 포틀랜드 소개서 정도의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전문 수필가가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은 [B]의 필진들이 시간을 내어 찾아보기 힘들었을, 즉 현지인만이 알고 있는 좋은 공간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 부부는 이 책에 소개된 캐넌 비치(Cannon Beach)에 가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물론 캐넌 비치는 그 자체로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호텔 로비에 비치된 팜플렛에 관광지로 소개된 것과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거기 정말 좋으니까 꼭 가봐요”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 부부가 짧은 기간 경험한 포틀랜드의 정체성과 분위기는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과 거의 일치했다. 한국인 여행객으로서 ‘잠깐’ 이 도시에 머무르고 맛보는 느낌을 꽤 정확히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틀랜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읽으며 감을 잡기 적당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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