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지난 봄 직장을 옮기면서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고 월급을 잃었다. 전직장에서 인사상 원치 않는 곳으로 배치된 이후 매일 아침 출근길이 괴로웠다. 새로운 일 자체가 힘들지는 않았고 바뀐 업무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었다.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어차피 해야 할, 다른 누군가가 능히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업무였다. 괴로운 출근길의 한복판에는 미움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를 그 자리로 보낸 사람에 대한 미움, ‘나에게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한 미움의 감정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했고 위태로워 보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람을 미워한 적이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 미워한 사람은 이명박이었다. 그 정도로 나의 삶에서 적당히 멀리 떨어진 사람을 사회 구성원의 입장에서 이성적으로 미워하는 것과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을 개인적인 감정에 의지하여 미워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 미워함의 감정을 없애기 위해 이직을 선택했다. 적지 않은 금전적인 손해가 뒤따랐다. 그 손해가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내가 지불한 비용이다. 한 사람을 인생에서 지워버리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 아니라 굳이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누군가를 미워하는 내 마음을 허락하지 않기 위한 비용이다. 다음에 전과 비슷한 일을 겪게 되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해결해보려 한다. 비용을 지불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충분히 자본주의적인 합리적인 접근방법이지만, 다음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볼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지금부터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후속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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