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in: Black Orig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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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음반 [Dark Energy]로 시카고 풋워크씬의 판도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디애나 출신 프로듀서 Jlin의 두번째 음반 [Black Origami]는 시카고, 혹은 풋워크, 혹은 하우스라는 특정 지역과 특정 장르 안에 그녀의 음악을 묶어 두기에는 그녀 자신이 이미 너무 커져버렸음을 선언하는 하나의 징표로 읽힌다. 이 음반을 듣다보면 퍼듀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기 전까지 철강정제소에서 블루칼라 노동자로 지낸 그녀의 독특한 경력이 어쩌면 흑인, 여성, 노동자라는 계급적 자아를 음악 속에 충실히 녹여낼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Black Origami]는 음악 그 이상의 강렬한 어떤 하나의 생명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극소수의 테마를 변주해가며 완벽한 음반의 구성을 유지해 내는 것도 신기한데 정신없이 몰아치는 리듬과 그 사이로 툭툭 뛰어드는 보컬(이라고 하기엔 하나의 외침, 혹은 중얼거림)만으로 음악이 줄 수 있는 극한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세계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신하게 한다. 아마도 제일린은 현대 음악이 갈 수 있는 최전선을 개척하고 있는 혁명가이자 음악 안에서 음악 그 이상의 세계를 펼쳐내고 있는 궁극의 멀티 아티스트일 것이다. 그녀가 선사하는 ‘불편함’은 우리가 얼마나 공고히 구축된 보수적인 세계에 길들여져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선물일 수 있다. 이건 예술이 사회에 공헌하는 가장 훌륭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수백명이 달라붙어도 하지 못할 ‘느낌의 전달’을 음반 한장이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몇십년 뒤 우리가 2017년 음악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고할 때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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