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hi Bashi: Sonderlust


몇년 전 덴버 다운타운에 위치한 Larimer rounge라는 작고 허름한 공연장에서 키쉬 바쉬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오십에서 백 명 남짓한 관중을 앞에 두고 그는 바이올린 하나만을 든 채 홀로 무대에 올랐다. 루프 머쉰(?)을 이용해 무대 위에서 연주한 사운드를 겹겹이 쌓아 올려 하나의 노래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그의 공연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고 풍성했으며 지루하지 않았다. 겸손하고 온화했던 그의 무대 매너와 함께 좋은 기억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시애틀에서 태어나 버지니아에서 성장한 일본계 미국인 아티스트 키쉬 바쉬의 세번째 정규 음반 <Sonderlust>는 변화로 가득차 있다. 자신의 음악적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올린 등 현악 기반의  클래식 음악에 적극적으로 의존했던 지난 두 장의 음반과 달리 이번 음반은 그리즐리 비어의 크리스 테일러를 공동 프로듀서를 맞아들여 뉴욕-브루클린 인디 사운드의 정취를 흠뻑 받아들임과 동시에 전작부터 짐작되어 온 ELO, 비지스 등 7,80년대 디스코/훵크 사운드에 대한 애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드럼 등 리듬 파트에 유명 세션을 초청하고 오브 몬트리얼의 전 멤버였던 잭 콜웰과 협연하는 등 악기 구성도 다양화했다. 결과는 근사하다 못해 놀라울 정도다. M83의 지난 최근 음반을 들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를 현재로 훌륭하게 되살려냄과 동시에 자신의 세계를 더 크게 확장시켰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위상 역시 확고히 정립했다. “Why Don’t You Answer Me”는 음반의 백미일텐데, 전에 볼 수 없었던 키쉬 바쉬의 음악세계가 아주 거대한 에너지레벨로 훅 들어올 때의 쾌감이 짜릿하다. 이 곡 외에도 “Can’t Let Go, Juno”, “m’Lover” 등 번뜩이는 재치와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로 가득한 곡들이 많다. 1월에 들었던 많은 음반들 중 가장 만족감이 컸던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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