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나요?

최저임금이 사상 최초로 시간당 6,000원을 돌파했다. 전년대비 8%대 상승률이다. 물가상승률보다는 당연히 높을 것이지만, 여전히 한시간 일해서 밥 한그릇 사먹기 빠듯하다. 당연히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너무 적다는거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쪽도 잔뜩 뿔이 나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 고용을 감당 못한다는거다. 양쪽 모두 불만인 결과가 나왔다. 누가 맞는걸까? 해결책은 있는걸까?

우선, 최저임금이 제대로 변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다음의 그림은 최저임금의 전년대비 상승률을 식료품 및 비주류 물가지수(2010년=100 기준)및 전,월세 변화율과 비교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 때문에 식료품 값보다 최저임금이 더 적게 상승한다면 그만큼 배가 더 고파진다고 추측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자가주택이 아닌 전세 혹은 월세 형태의 주거형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임대차비용이 최저임금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할수록 이들의 삶은 더 궁핍해질 것이다.

전년대비변화율

98~99년, 09~11년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의 전년대비 변화율은 식료품이나 전,월세 변화율보다 항상 더 높았다. (두번의 예외적인 시기는 모두 경제위기 상황이다. 경제위기시에는 임금이 동결 혹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나 환율상승 및 수입원자재, 수입최종재 물가지수의 상승으로 전체 물가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지수를 최저임금으로 나눈 값을 살펴보자. 이 값이 높을수록 최저임금으로 기본적인 음식을 사먹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식료품물가지수 식료품물가지수변화율

첫번째 그림은 물가지수를 최저임금으로 나눈 값을 시계열로 나타낸 것이고, 두번째 그림은 두 변수의 변화율로 다시 구한 것이다. 두번째 그림은 변화율이기 때문에 들쭉날쭉한 모양을 보이고 있는데, 검은색 점선인 추세선으로 보면 약간이나마 하락하고 있다. 두번째 그림에서 수치가 1보다 높으면 그해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의 변화율이 최저임금 변화율보다 높았다는 뜻이다. 94, 98~99, 2008~2011년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에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상당히 퍽퍽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먹는 문제, 사는 문제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소득불평등의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살만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도 되지 못한다. 그저 시계열상에서 드러나는 ‘상대적인’ 삶의 질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소득재분배 효과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통계청에서는 전체가구를 10분위로 나누어 소득분위별 근로소득 및 소비지출을 집계한다. 월별 자료로 환산하기 위해 최저임금에 209를 곱하여 비교해 보았다.

최저임금대비가계소득및지출
파란색 선은 전체가구의 월별기준으로 근로소득을 최저임금으로 나눈 값이고, 빨간색 선은 가구당 소비지출액을 최저임금으로 나눈 값이다. 전체가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가구 평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값이 높을수록 평균적인 가구의 근로소득 및 소비지출과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소득 및 지출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그만큼 최저임금 노동자 계층이 평균에서 멀어진다는 의미이므로, 소득 불평등의 한 척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료가 가용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이 수치는 점차 감소해왔다. 즉, 평균적인 가구의 근로소득 및 소비지출 수준과 비교해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의 소득 및 지출 수준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물론, 이 수치는 근로소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에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위계층으로 갈수록 비근로소득(금융소득 등)의 비중이 커질 것이고, 최저임금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의 비중이 클 것이다. 때문에 비근로소득까지 포함시키면 불평등의 정도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그래프는 최저임금과 시간당 명목임금의 전년대비 변화율을 비교한 것이다.

시간당명목임금자료가 가용한 2000년부터 비교해보면, 2010년을 제외하고 최저임금의 상승률이 전체가구의 시간당 명목임금 상승률을 항상 상회하였다.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최저임금의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결과는 불평등의 완화와 최저임금 계층의 상대적인 삶의 질 개선이다. 물론, 위의 결과들이 여전히 ‘최저임금으로 먹고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지는 못한다. 여전히 최저임금 노동자가 한 달에 받는 월수입은 하위 2분위에서 3분위 사이다. 하위 1분위는 월 근로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다. 즉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극빈층이라는 뜻이다. 그 바로 윗 레벨이 최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정규직으로 편입되지 못한 계층이 ‘알바’만으로 은퇴시점까지 생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다달이 월세를 내면서 음식을 사 먹으면서 ‘저축’을 할 수 있는가, 즉 노후를 대비할 여력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할 것이다. 과연 하위 몇분위부터 안정적인 저축이 가능한가, 안정적인 노후대비가 가능한가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물가수준이나 평균임금상승률보다 더 빠르게 최저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정부가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나는 정작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이 아니라는 주장을 일전에 이곳에서 펼친 적이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노동환경의 안정이다. 근로소득자 개개인이 자신의 미래 근로환경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획득하고 이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전세계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하지만 미국보다 현격히 떨어지는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즉, 비정규직의 사회적 불안정성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최저임금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3 thoughts on “최저임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맞나요?

    • 스탯, 커리어, 기록, 실적, 결과 등등. 스포츠를 보면서도, 뉴스를 보면서도,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도 느낍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떠올랐네요.

      P.S 경제에 깡통 수준으로 문외한이지만, 최저임금에 대해 논하기 전에 비정규직 비율을 점차 줄여나가고 비정규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해고되신 후에도 다른 직업을 찾으시거나 또다른 방식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실수 있도록 안전한 시스템을 확보하는게 우선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경제는 정말 어렵네요…

    • 네 맞습니다. 한국정부의 정책을 보면 하나같이 ‘결과중심’이예요.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정부나 여당이 원하는 특정 수준의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식이죠. GDP 목표치같은 것이 전형적인 예가 되겠죠. 이제 그런 구시대적 정책방향은 지양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에게 적절한 경제적 유인을 주어야 해요. 결과는 수치로 나타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는 것이어야 하거든요. 정부정책은 그러한 ‘사회’를 ‘디자인’하는 데에 있는 것이지, ‘사회’를 ‘이용’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w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