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res: Spr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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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을 기반으로 내쉬빌을 오가며 작업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토레스(본명은 Mackenzie Scott이다)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은 사실 손이 몇번 가지 않은 음반이다. 당시 평론계의 많은 상찬을 받으며(“젊은 PJ Harvey가 나타났다”와 같은) 센세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던터라 잔뜩 기대를 한 채 앨범을 구입했지만, 음울하고 느린 단조로운 구성에 매우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금세 지루해져 몇번 듣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녀의 두번째 앨범 역시 꽤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던터라 과연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호기심에 소포모어 앨범 역시 구입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eye-opening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운드는 훨씬 ‘로킹’해졌지만, 데뷔앨범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회색-보라색 정서가 희미해지지도 않았다. 강약을 조절하며 그녀만의 호흡과 리듬을 비로소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단순히 볼륨의 높낮이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멈추고, 쉬고, 달리고, 다시 쉬는 그 호흡의 규칙성 덕분에 청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끝까지 반복해서 들을 수 있게 한다. 어쩌면 조금 더 선명해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음악이 만들어내는 정서는 유니크하다. 그녀는 훌륭한 스토리텔러이고, 우리가 놓치고 지나쳐가는 감정들을 소환한다. 때문에 소중하다. 굳이 이 강점을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청자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그녀의 정서를 왜곡시키지 않고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형식의 문제 정도가 내가 그녀의 데뷔앨범에서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소포모어 앨범에서 그녀는 이러한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며 홈런을 날린다. 그녀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온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조금 더 단순하고 명료해졌다. 딱딱 끊어지는 사운드 속에 가사전달력은 놀라보게 향상되었고, 앨범은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라인을 가진 장편소설처럼 물 흐르듯 흘러간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숙제는 스스로에게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강요하느냐, 정도일 것이다. 섀론 반 에텐이나 로라 말링처럼 젊은 나이에 하나의 깊고 단단한 세계를 완성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뒤를 잇기 위해서는, 그녀 자신에 대한 더 깊은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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