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fjan Stevnes: Carrie & Lowell

Sufjan_Stevens_-_Carrie_&_Lowell
전자음악을 한껏 가지고 놀다가 전통적인 포크음악의 품으로 돌아온 수프얀 스티븐스의 일곱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Carrie & Lowell>은 따뜻하고 섬뜩하다. 사운드는 한껏 가벼워졌지만 음악이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아마도 그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음반으로 기록될 이 음반은 오레건에서 보낸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자,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고자 애쓰는 현재의 자신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멜로디 속에 자신의 어린시절을 장악했던 달콤쌉사름한 기억들에 대한 담담한 고백이자, 그 저릿하고 서늘한 감성을 미치도록 아름다운 멜로디와 사운드 안에서 구현해내는 그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찬란한 춤사위이기도 하다.

이 앨범이 ‘올해의 앨범’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은 앨범 전체를 듣기 전, 선주문시 미리 풀린 두 곡 중 하나인  “Should Have Known Better”을 처음 듣자마자 가질 수 있었다. 단 한 곡이 가지는 파괴력이 무척 컸다.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그리고 사랑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느껴야 하는 아티스트의 고뇌에 대한 앨범”이라는 스티븐스의 설명을 함축하고 있는 트랙이자, 평생 함께 산 기간이 거의 없었던 그의 친모에 대한 기억을 “be my rest, be my fantasy”라는 후렴구에 짤막하고 강력하게 녹여내는 트랙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앨범의 베스트트랙이 이 곡이 아니라는데에 있다. “Eugene”, “Fourth of July”, “Carrie & Lowell”, “No Shade in the Shadow of the Cross”같은 주옥같은 넘버들이 계속 끊기지 않고 나올때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앨범이 소위 ‘모던 클래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자기고백적인 가사로 이루어진 곡들이 앨범 전체적으로 하나의 완결성을 이루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크의 전통적인 구조 속으로 회귀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창조성을 발현시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앨범의 각 곡들은 전통적이지만 진부하지 않다. 새롭지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행복하고, 계속 들어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앨범이 단순히 장르 안에서 장르의 관습을 받아먹으며 기생하는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지 아니하고 장르를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 놓는 주체성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앨범이 수프얀 스티븐스 개인의 서사를 다루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아티스트가 음악을 만들때 개인의 서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메타-음악적인 근간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이 ‘universal’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4 thoughts on “Sufjan Stevnes: Carrie & Lowell

  1. 안녕하세요- 예전에 닐스 프람 검색 하다가 종혁님 블로그 우연히 발견하고 어쩌다 한번씩 들어와서 좋은 글 읽고 공감한지는 오래되었는데 처음으로 인사해요. 종혁님 글도 항상 따뜻하고 유려해서 좋고 무엇보다 저와 음악을 듣는 방법이 비슷한 것도 같아서 (다른 음악/ 나레이티브/ 예술 결과물로 그 음악에 대한 context 를 만들어 이해하고 감상하는) 항상 좋은 새로운 앨범이 발견 하면 종혁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궁금하곤 했거든요 :) 어쩌면 들을때 머릿속의 몇가지 메모로만 앨범을 기억하고 긴 감상평을 쓰기 주저하는 게으른 저 대신 좋은 글들을 써주셔서 그게 좋아서 블로그 종종 방문하곤 했엇어요.

    저는 이 앨범 듣고 저는 너무너무 좋아서 바로 비닐로 구입햇어요. 커버 뒤에 노래 몇몇은 오레곤 호텔 방에서 녹음했다고 써져있는데 이런 노래들을 만들고 녹음하기에 최고의 장소인거 같았어요. 호텔방. 사실 종혁님이 글 올려주시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 역시 제가 두리뭉실하게 ‘그냥’ 좋았던 이유들을 몇가지를 잘 정리해 주셨네요. 저는 노래들이 다 정말 아주 개인적 이야기들인데 이런 이벤트를 직접적으로 경험한적 없는 청자들이 (예를 들면 어머니를 잃어본 적이 없는 저) 모두 음악과 자신들을 감정적으로 동일시 할수 있는-? 그런 방법으로 meta 가 되는 그런 느낌이였어요. 예를 들면 마치 어머니를 잃은 듯 조용히 sob 하며 ‘어머니’ 란 존재 대신 내가 슬퍼하고 싶었던 다른 것에 대해 grieve 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거 같았아요. 약간 제가 가끔 들리기 좋아하고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이 웹사이트의 느낌이랄까요? http://www.nytimes.com/projects/2013/lives-they-loved/

    항상 좋은 글 솔직한 이야기들 고맙습니다. 이제 조금씩 더 2 way 소통하려고 할게요 :)

    • 길고 정성스러운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개인을 위해 퇴고도 제대로 하지 않은, 비문이 잔뜩 섞인 글을 읽어주셔서 더 감사드리구요. 닐스 프람이 인연을 이어주는 고리였다니 기분이 좋네요! ㅎㅎ 오늘 아침에도 프람의 새앨범을 들으며 출근했거든요.

      저도 음악을 들을때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표현해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적절한 형용사를 찾는게 참 힘이 드네요.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도 같아요. 음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언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창작물이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음악이나 그림, 무용같은 비언어적인 창작물이 주는 느낌을 언어로 치환하는 과정이 처음부터 무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해요. 그렇다고 평론의 기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같은 아마추어 리스너들이 기록을 남기는 행위의 지난함을 요즘들어 심하게 느끼고 있을뿐! ㅎㅎ

      수프얀 스티븐스 새앨범, 너무 좋죠. 바이닐로도 음악을 들으신다니, 가지고 계신 덕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전달과정’이 특히 좋았어요. 오버하지 않고, 그저 기억을 담담히 기록하고 고백하고 있을 뿐인데, 그게 청자들에게 전이되는 과정이 신비로울 정도로 자연스럽잖아요. 스티븐스가 하나의 벽을 뛰어넘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른 레벨로 나아갔달까.. 이전부터 재미있는 시도들을 많이 했지만, 이젠 정말 하나의 독립적인 아티스트로서, ‘작가’로서 기능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항상 들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제 개인적인 일기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멈추지 못하게 된 것은 rarebird님과 같은 ‘단골 손님’들의 존재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다음에 또 뵙죠.

      참, 사이트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ㅎㅎ

  2. 종혁씨 잘 지내세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어요. 수프얀의 이번 앨범은 저도 정말 잘 듣고 있고, 불과 며칠사이로 공연을 놓친게 아쉬워서 지금도 이를 득득 갈고 있어요. 멜번의 동생은 이번 주말 시드니로 공연을 보러 원정을 간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좋은 앨범이에요.
    브루클린엔 올 여름 무료공연 라인업에 실반에소와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있어요. 몹시 흥분상태로 공연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음…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은데 어떻게 연락 드려야 할지.
    여튼 잘 지내고 있어요. 종혁씨도 그러시길 바랍니다!

    • 꺄악 자인느님!!! 으하하 역시 미국은 좋은 나라군요!! 수프얀이 막 들렸다 가고 실반 에소가 놀러오고.. 문화적 혜택은 뉴욕이 세계최강인 것 같아요. 크으 좋습니다! 동생님도 멋지고요!! 연락이라 할수 있는 방법이 많죠 뭐. 카톡, 아이메시지, 이멜, 인스타, 투이타.. 언제든지 소식 기다리고 있어요. 늘 반가운 사람!! 곧 만나요. 어디가 되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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