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바라 리에코: 우리집

b0007603_4d2f4c9ec2708
사이바라 리에코가 <우리집>에 깔아놓은 판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먼저 등장인물들을 최악의 환경으로 보내버린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지옥도로 주인공들을 보내버린 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본다. 그래서 리에코의 작품은 다르덴 형제의 영화와 무척 비슷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다르덴 형제가 극도의 사실주의적인 기법으로 현실을 환기시키는 쪽이라면, 리에코는 비현실성을 극대화시키며 풍자와 왜곡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실을 극적으로 불러낸다. 방법은 다르지만 이들이 가진 철학과 공기는 비슷한 느낌을 자아낸다. 인간이 인간성을 상실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 부딪혔을때 우리는 편하게 웃을 수 있는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가, 혹은,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해 다르덴 형제는 희미하게 그럴수도, 라고 말하고 있고, 리에코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예스, 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리에코가 조금 더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는 인기가 많지만 한국에서는 별 반응이 없다고 한다. 리에코의 세계에 등장하는 일본의 모습은 한국의 그것과 놀랍도록 유사하지만, 그녀의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판이하게 다른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절망에 익숙해진 자들과 이제 막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른 속도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자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현실에 대한 수긍과 극복, 혹은 적극적인 부정 사이의 간극 말이다.

2 thoughts on “사이바라 리에코: 우리집

    • 우리집이 이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하더라구요. 우선 이 책부터 읽으시면 작가의 세계에 입문하시기 아주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전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ㅎ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