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Da Ca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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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큰맘’ 먹고 산 음반들이 몇장 있다. 서태지, 김동률, 이적, 윤상, 신해철같은 ‘한국형 어덜트 컨템프로리’ 장르에 있는 뮤지션들의 신보였다. 꽤 신경을 써서 반복해서 들었고, 그 중 가장 좋았던 음반이 이 토이의 새앨범이었다. 물론 이 “좋았다”라는 표현은 지금까지 내가 들어왔던 음악들과 같은 차원에서 쓰이지는 않았다. 진부한 표현들이 난무하는 이 음반이 현대 음악 산업의 프런티어에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으며,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도 못할뿐 아니라, 한 장르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 또한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한 곳으로 숨어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건너 뛰고 싶은” 트랙들이 꽤 되기 때문에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 또한 불편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앨범을 인상적으로 들었다. 유희열이라는 사람이 여전히 ‘아티스트’로서 기능하고 싶어한다는 ‘욕망’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힙합 뮤지션들을 데려와 노래와 랩을 시키고 오랜 기간 쌓아온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그의 태도에서 그 나름대로의, 그만이 가진 내부적인 ‘프론티어’가 확장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0대가 되고 아이가 생기고 등에 짊어져야 할 것이 많아진 이 ‘한국형 어덜트 컨템프로리’ 장르의 서식자들은 더이상 창의적인 음악을 도전적으로 쏟아낼만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듯 보이지만(여기서 ‘언제는 그들이 그런 창의성과 용기를 가진 적이 있었던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로 쓰인 것이라고 해두자), 여전히 그들 나름대로 사투를 벌이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는 트랙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가요’의 범주 안에서 명확한 한계를 지니는 형식적 틀 안에 갇혀 있지만 그 안에서 최소한의 ‘웰메이드’를 성취해내는 그의 작업방식이 폄하될 이유를 사실상 찾기 힘든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유희열이라는 음악인에게 무엇을 바랄 것인가, 라는 질문부터 이미 희미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그에게 요구하는 것들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해야 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이 명확해질리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 회사의 대표로 나와 누군가를 평가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 음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음악인들을 섭외하고 그들에게 공중파 무대를 선사해주는 입장에 있는 사람, 즉 ‘갑’의 위치에 있는 그가 이정도 퀄리티의 음악을 지금 이 시대에도 뽑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지 않은 우리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사실 과분한 선물이라고까지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No One Knows”, “Piano”, “Pianissimo”, “Always Being Strangers” 정도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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