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 Jonze: Her

<Her> 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인간과 어울리는 것이 먼저인가, 혹은 인간과 어울림으로써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먼저인가. 주인공 Theodore 는 이혼의 아픔으로 인해 ‘세상’과 멀어졌지만, 컴퓨터 OS Samantha 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가 OS에게 느낀 것은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감정을 바탕으로 그는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고 다시 주변 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이혼 서류에 서명한 전처 캐서린은 묻는다. 실재하는 상대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에 감정을 투영하며 도피하는 것은 아니냐고. 씨어도어와 캐서린이 OS 를 인식하는 시각은 완전히 다르다. 영화속 OS 인 Samantha 는 그 어떤 인간보다 매력이 넘친다. 그녀는 감정이 있고, 타인을 느낄 수 있으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도 있다. 즉 씨어도어가 컴퓨터 OS 와 대화를 나누고 사랑을 나누고 그로 인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그를 그렇게 만든 사만다가 실재하는 육체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계속 중요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은 그가 모든 것과 확실한 이별을 고하게 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데, 그 순간까지도 그이 옆에 남아 있는 것은 사만다나 캐서린이 아니라 그의 오랜 친구인 Amy 라는 점에서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해 어느정도 스스로의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Amy는 인간이지만 OS와 사랑에 빠진 씨어도어를 이해해주고, 그 자신도 사랑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의 힘을 빌리는 그런 존재다. 이 영화는 씨어도어와 에이미가 어떤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보내야만 했던 결핍된 자아를 스스로 자각해나가며 그 빈틈을 매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사만다는 세상을 배워가면서 급격하게 진화한다. 그녀는 “세상을 그냥 보고 있어요” 라고 말한다. 그녀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상과 모니터를 통해 세상을 접하는 대다수의 현대인은 사실 크게 다를바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노래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는 그녀가 우리보다 훨씬 더 인간에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씨어도어의 사랑은 때문에 솔직하고 타당한 것이었으며, 그가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를 깨달으며 좌절하게 되는 순간까지도 그의 마음은 결코 놀림받아서는 안될, 진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음을 잊으면 안된다. 그가 OS 와 사랑에 빠지는 것과 우리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실재하는지의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은 누군가와 수다를 떨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크게 다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사만다이며, 어떤 사만다를 좋아하는 씨어도어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씨어도어를 옆에서 지켜보는 에이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세상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삭막하게 말라가는 인간 세상이 이상한 것이다.

호아퀸 피닉스는 다시 한번 격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를 조용히 뒷받침 하는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어메리칸 허슬> 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자연스럽게 선보인다. 목소리만으로도 영화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성이 누구인지 확실히 어필하는 스칼렛 요한슨도 감히 ‘열연’을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요한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본다고 해도 그녀는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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