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2/7 ~ 2/16

짧게 한국을 다녀 왔다. 이렇게 짧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고 학기중에 다녀온 것도 처음이며 날씨가 아직 쌀쌀한 겨울에 다녀온 것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 한국에 다녀온 뒤 가장 빠른 기간 안에 다시 한국을 방문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던 여행인 셈이다. 이런 이례적인 여행은 구직 활동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크게 한몫했다. 부족한 논문과 어설픈 면접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한 공기업에서 방문 기회를 주었고 (물론 자비를 털어서 가야 했다. 최종 합격하면 비용을 사후에 보전해 주는 조건으로..) 그 기회에 감사하며 일주일짜리 휴가를 내어 겨우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여행이었다. 여행 비용을 내어주신 부모님과 휴가를 선뜻 허락해준 학과, 그리고 나에게 최종 면접의 기회를 준 그 회사까지. 내가 이룬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었고 모든 것이 타인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감사할 따름이다.

무척 짧았던 여행 기간이었기에 모든 것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도착한 날 신촌에서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금요일 저녁에 도착해 월요일에 논문 세미나를 진행했다. 법령에 의해 설립되었고 공익을 위해 일을 하는 공기업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그 회사는 한국에서 사회 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내가 처음 느끼는 무거운 공기로 가득차 있었다. 인사팀 분들은 미소로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지만 건물 내부에 흐르는 공기의 무게를 어찌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기실에서 유학을 함께 준비한 대학 동문을 만나 반갑게 대화를 나누었지만 긴장을 풀어줄 정도는 아니었고. 채용 면접 세미나는 약 한시간동안 진행됐다. 애초에 질이 매우 낮은 논문을 가지고 발표를 해야 했기에 자신만만한 태도로 일관하지는 못했다. 한국어로 하는 첫번째 논문 발표였기에 문장이 매끄럽지도 못했다. 이런 저런 불만족스러운 결과들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채용 세미나를 마쳤다는 홀가분함이 꽤 달콤했다. 화요일에는 신체검사를 했고, 수요일에는 임원분들 앞에서 최종 임원 면접을 치루었다. 높으신 분들 앞에서 어떤 말을 해드렸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 취업 시장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무사히 경험했고, 최종 결과와 상관없이 이 경험은 나중에 분명 좋은 자산이 될 것 같았다.

임원 면접이 끝난 수요일 저녁에는 장어 요리를 먹었다. 한국 방문 기간동안에는 채식을 타의적으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기회를 십분 살려 (..) 평소에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들을 부지런히 섭취했다. 장어 요리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맛이 덜했는데 혀를 자극하는 맛 자체보다는 몸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부드러움이 더 기억에 남는다. 식당에서 함께 컬링 경기를 봤고, 식사 후에는 근처 당구장에서 함께 당구도 쳤다.

9일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나는 면접과 가족에만 집중했다. 토요일 저녁 헤럴드 동기들을 만난 것 외에는 일절 지인들을 만나지도 않았고 연락 조차 하지 않았다. 토요일 오후 조카를 드디어 만났고, 조카의 세례 성사에 참여해 생애 최초로 대부가 되었다. 조카의 존재는 나에게도 무척 특별하게 다가왔다. 아직 강아지와 크게 구분이 되지 않는 정신 상태와 행동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나와 평생을 함께 보내온 하나밖에 없는 내 누이의 혈육이라는 생각에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내 품안에서 꼼지락거리는 조카의 체온을 느끼는 과정은 그래서 무척 신비롭기까지 했다. 목요일 저녁에는 누나네로 가서 광어회에 와인을 곁들이며 자형과 함께 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너무 급하게 돌아다니느라 서울의 풍경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잠시만 머물다 가기를 반복했던 지난 6년동안 서울은 급격하게 변해 있었다. 2008년과 2014년은 꽤 다른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다만 서울의 지하철에는 조금 더 익숙해질 수 있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휴대폰을 사용해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길을 걸어가다가 어깨를 부딪힌다던가 발을 밟히는 일은 서울에서 흔히 발생하는 상황이지만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다들 그냥 그렇게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를 하지 않은채 살아가는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한국은 항상 그런 식이다. 아주 똑똑한 사람들이 무척 열심히 살아가는 곳이지만 극소수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거리를 걸어가는 곳. 시스템을 조금만 손보면 이들의 잠재력을 더 높은 차원으로 뽑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위정자들은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니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산다. 그리고 정말 머리가 좋다. 하지만 그 높은 레벨의 에너지가 매우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며 사용되고 있다. 모두가 매일 피곤할 정도로 무언가를 쏟아내지만 그 노력에 비해 거두어들이는 성과는 몹시 불만족스럽다. 그러니 조금씩 날카로워 지고 이기적이 되어갈 수 밖에 없다. 정은 사라져 가고 한만 남는다.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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