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를 시작하며.

‘마음이 가난하다’ 라는 표현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음이 풍요롭다’ 라는 뜻의 반대말일수도 있고, ‘마음이 청빈하다’ 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수도 있다. 전자는 행복하고 충만한 기운이 결여된 상태를 일컫는 말일테고, 후자는 과한 물욕없이 깨끗한 마음을 돌려 표현한 것일테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면 꼭 상반되는 개념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가 흔히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공간도 사실은 공기나 빛, 혹은 어둠이나 침묵같은 것들로 가득차 있는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우리가 가득차 있다고 생각하는 어떤 상태 역시 사실은 그 안에서 ‘진짜’ 를 발견하지 못해 공허함을 느낄 수도 있다. 비어있는 것은 사실 가득차 있는 것이며, 가득차 있는 것은 사실 텅 비어 있는 것이다.

결여되어 있는 것에서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막혀 있는 것에서 해결책을 찾아 내며, 얻지 못한 것에서 이미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배운다.

그러다보면 욕심이 나눔으로 바뀌고 욕망이 희생으로 바뀌며 배부름이 배고픔으로 바뀔 수 있을까? 경제학이 나에게 준 교훈중 하나는 내가 배가 부르면 다른 누군가는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조그만 적게 먹으면 다른 누군가가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누어주면 타인은 그만큼 채워진다. 결국 비우는 것이 채워지는 것이고, 나누는 것이 얻는 것이다. 그렇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려니.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