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kmen with Father John Misty at Ogden Theater, Denver

The Walkmen 을 처음 접한건 PAPER 라는 잡지의 음반 리뷰란에서였다. 당시 3000원 정도 하던 그 잡지는 문화 전반을 다루는, 당시 내가 받은 인상은 ‘민들레영토의 자매지’ 정도 되는 성격의 월간지였다. (맞나, 월간지?) 그 리뷰에서 이들을 표현한 “먹먹한 안개같다” 라는 글귀가 인상깊어서 데뷔 앨범을 사서 들었고, “The Rat” 에 흠뻑 빠져 들었다. 그리고 무척 게으른 나의 리스닝 라이프를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인, 지금까지 발표한 여섯장의 정규 앨범을 모두 소유한 일종의 ‘팬’ 으로 남게 되었다. 이들의 음악은 아주 전형적인 록음악이다. 정통적이고, 전통적이다. 그 위에 이들만이 드러낼 수 있는 독특한 색깔과 정체성이 있다. 전통과 균형,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내는 이들은 놀랍게도 계속 발전중이며, 그래서 1집보다는 2집에서, 5집보다는 6집에서 더 단단하고 깊이있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1집과 2집에서 꽤나 많이 등장했던 레퍼런스들도 작업을 거듭할수록 하나씩 이들만의 오리지널리티 안에 포섭되어 갔다.

이들의 공연은 이러한 정체성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sc과 나는 2008년인가 2009년쯤 이들의 공연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다. 학교 바로 옆에 있는 Fox Theater 에서 – 무려 – Japandroids 를 오프닝 밴드로 내세운 투어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내가 꼽는 one of the favorite performances of all time in america 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번 2013년 투어는 오프닝 밴드가 무려 Father John Misty, 티켓 가격은 단 $29.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특이하게도 이번 공연 멤버는 영혼의 공연 투탑인 sc뿐만 아니라 그의 룸메이트인 k, 마침 이날 생일을 맞이한 st, 그리고 또다른 k 까지 다섯명으로 sc 의 작은 차 한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gang 의 덩치가 꽤나 컸다.

photo 2 (1)

우리와 전혀 다른 음악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 ch 는 st 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잠깐 저녁 식사와 이후 이어진 간단한 술자리에만 동참했다. social living 을 통해 구입한 바우쳐로 싸게 calzone 이라는 음식을 처음으로 먹어봤는데 맛은 그냥 피자였다.

공연은 역시나 조금 늦게 시작했고, Father John Misty 가 한시간을 꽉 채운 오프닝 무대를 선보였다. 뒤이은 The Walkmen 의 공연이 한시간 반이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진행되었으니 이정도면 오프닝 밴드라기 보다는 그냥 합동 공연 수준이었다. 오프닝 공연답지 않게 조명도 이쁘게 잘 쏴주고 사운드도 잘 잡아 주더라. 특히 리드싱어이자 이 프로젝트의 알파요 오메가인 Joshua Tillman 은 쇼맨십이 장난 아니었다. 딱 붙는 상하의를 이쁘게 차려 입은 키크고 깡마른 남자가 별의별 코믹한 댄스를 추며 심각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가히 미국의 장기하를 보는 듯 했다. 아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인가.. 암튼 멋있었다. 최소한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해주는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몇 곡들은 스튜디오 버전보다 훨씬 좋았다. 특히 마지막으로 연주한 간판 싱글 “Hollywood Forever Cemetery Sings” 는 라이브로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존재하는 압도적인 퍼포먼스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st 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 조슈아 틸만은 확실히 플릿 폭시스의 드러머 정도로 머무르기에는 너무 많은 끼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로빈 펙놀드가 워낙 압도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송라이팅에서조차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이 이들을 갈라지게 한 주된 이유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photo 2Father John Misty 가 방탕한 사내의 음탕하고도 웃긴 퍼포먼스였다면 The Walkmen 은 이들의 정갈한 양복 차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 록음악 공연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정돈된 형태의 무대를 보여 주었다. 어느 시점에 peak 으로 올라갈 것인지 뻔히 예상이 되는 곡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라이브에서 그 순간을 접하면 저릿하게 온몸을 자극시키는 울림이 있는 그런 퍼포먼스. 여섯장의 음반을 발표하면서 워낙 좋은 곡들을 많이 만들어온 밴드라 어떤 셋리스트를 들고 나올지 궁금했는데, 놀랍게도 “The Rat” 을 포함한 초기 곡들을 생각보다 많이 들려주었다. 물론 이들의 최고작이라고 할만한 <Lisbon> 와 <You & Me> 에서 많은 곡들이 나왔다. 신보의 곡들이나 미발표곡도 몇개 들려 주었고.. 지난번보다는 조금 더 얌전하고 부드러운 곡들 위주였다. 물론 “Angela Surf City” 같은 킬링 넘버들은 빠지지 않았다. (이번에 빠졌으면 섭섭할뻔 했음!) 생각보다 공연이 일찍 끝났고 앵콜도 달랑(..) 두곡만 해서 약간 아쉬웠고, 보컬인 Hamilton Leithauser 의 목상태가 약간 좋지 않아 고음에서 달리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조금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무난하고 기대를 충실하게 만족시킨 공연이었던 것 같다.

photo 3 공연을 보며 개인적으로 두가지 정도를 생각했다. 첫째, sc 가 공연 중간에 말했지만, 나는 평생 한국에서 본 모든 공연들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공연을 sc와 함께 했다. sc 도 나와 가장 많은 공연을 봤다고 했다. 이제 sc는 직장을 구해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고, 우리는 아마도 지금처럼 같은 도시에서 몇년을 함께 지내는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못내 아쉬워졌다. 물론 나중에 서로 여유가 생겼을때 코아첼라나 오스틴 시티 리밋같은 페스티벌에서 따로 만날 수는 있겠지만, 평일 밤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운전해 천명이 채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공연장에서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하루의 피로를 정리할 수 있는 그런 추억, 뻐근해진 등과 어깨를 두고 서로 누가 더 늙었냐 놀려대며 낄낄거리거나 그날 있었던 공연과 기타 음악들에 대해 수다를 떨며 돌아오다가 근처 주유소에 들려 콜라를 사서 나누어 마시는 그런 추억을 더이상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주 약간 슬퍼졌다.

다른 하나는 내 평생의 로망, sc 와 내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이룰 수 없는 판타지,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이런 공연, The Walkmen 의 음악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약간의 대마초 냄새와 꽤 괜찮은 맥주가 함께 하는 너무 격렬하지 않은 이런 분위기의 공연을 그사람과 함께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와서 집에 오는 길까지 내내 생각했다. 지저분한 거리와 백인뿐인 관중들 사이에서 그 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공연전 저녁을 함께 먹고 공연을 함께 보고 함께 집에 돌아오다가 배가 출출해지면 근처에서 간단하게 군것질을 하는 그런 생각.. 그건 아마도 그 사람을 하루종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 좋은 음악과 포근한 날씨,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나를 감싸고 있는 그 밤을 그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다음에는, 다음에는 언젠가 꼭 함께 할 수 있겠지 라는 희망도 한번 가져봤다.

 

2 thoughts on “The Walkmen with Father John Misty at Ogden Theater, Denver

  1. 특별하다고 여기기엔 너무 평범한것 같은 순간들과 그 순간들을 나와 함께해준 사람들이 정말 소중하고 사실은 제일 귀하다는걸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되네요..

    • 그쵸. 정말 맞는 말이예요. 특별한 순간을 공유한 사람도 물론 기억에 많이 남지만 평범한 일상을 항상 함께 나누던 사이가 저에게는 더 각별하고 소중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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