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McQueen: Shame

섹스 중독에 걸린 한 사내가 있다. 뉴욕 한복판에 번듯한 직장과 집을 가지고 있지만 그는 섹스가 고프면 참을 수가 없는 ‘병’ 에 시달리고 있다.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여자를 유혹하고 콜걸을 부르며 여동생이 방 건너편에서 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르노를 틀어놓아야 안심이 되는 그런 사람이다. 그가 정말 abnormal 한 사람일까? 우리는 그를 한명의 정신병자로 보아야 할 것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섹스로 상징되는 그의 집착의 대상은 표현의 정도만이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 개개인이 겪고 있는 ‘장애’ 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나는 혼자 집에 남겨져 있는 적막한 외로움이 너무 싫다. 그래서 집에 있으면 집에 있는 조명이란 조명은 다 켜놓고 있어야 안심이 된다. 끊임없이 음악이나 라디오를 틀어 놓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밥을 먹을 때조차 무한도전을 틀어 놓아야 하며, 집중해 보지도 않는 ESPN sports center 를 무한 반복시켜 놓는다. 그래야만 외로움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함에 시달리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은 하루중 가장 challenging 한 일이다. 적막함 속에서 눈을 감고 있는 것은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한다. 불면증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떤 이는 포르노를 매일 봐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하루가 끝나는 기분이 들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남자를 계속 만나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완성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어야 하며, 다른 누군가는 끊임없이 다른 이를 관찰해야만 한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러한 집착, 혹은 도착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병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브랜든이 보여주는 많은 행위들은 현대 사회에서 ‘처벌’ 받기 딱 좋은 것들이다. 회사 컴퓨터에 포르노를 잔뜩 보관하는 행위는 해고당하기 딱 좋은 먹잇감이며, 술집에서 아무 여자에게나 추근덕거리는 것은 그 여자의 남자친구에게 한방 얻어 맞기 안성맞춤의 경솔함이다. 그는 그렇게 나약한 모습 그 자체로 발가벗겨진다. 하지만 그를 처벌하는 다른 이들이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들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마음의 병을 하나씩 앓고 있다. 세상에 처벌받지 않기 위해 조금 더 영악하게 감추고 있을 뿐이다. 브랜든과 시씨 남매는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순수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을 영리하게 감추는 방법을 모른다. 욕망을 이겨낼 수 있는 지혜도 없었고,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도 없었다. 나약한 인간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들은 우리들을 직접적으로 투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뒤 브랜든이 동이 트는 뉴욕의 거리에서 허망하게 짓는 표정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집착 뒤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도시의 욕망은.. 남기는 것이 있기는 한걸까. 마이클 파스빈더는 영화 내내 너무 아름다웠고, 케리 멀리건은 기대에 못미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영화가 한쪽으로 확 기울게 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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